"사형제 폐지 없이 새로운 형벌 추가하면 기본권 침해할 수 있어"

대법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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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사형제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형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지난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금고형 신설에 대해 "사형제도의 폐지를 전제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형제도를 존치한 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대 취지의 의견을 표했다.

앞서 법무부는 무기형을 가석방이 허용되는 '상대적 종신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으로 구분하고,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 가석방 허용 여부를 함께 선고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한 형법 개정안을 지난 14일부터  입법예고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형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현재 법사위에서 논의 중이다.

법원행정처는 현재 논의 중인 법안들이 사형제를 그대로 둔 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려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의 새로운 유형의 형벌을 추가하는 것으로, 기존의 논의와 궤를 달리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 행정처는 이미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한 다른 나라들에서는 특정 범죄에 한해 가석방을 불허하는 별도 규정을 두고 있다며 "사형·무기징역을 규정하고 있는 범죄 중 어느 것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적용할 지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제 만큼이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고, 강력 범죄가 아닌 일반 범죄에까지 종신형이 선고될 우려도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이를 폐지하고 있는 추세라고도 언급했다.

법원행정처는 "수형자와 공동체의 연대성을 영원히 끊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침해한다는 비판과 더불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특별예방과 이에 따른 재사회화를 고려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형벌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죽음의 시기만을 미룬다는 점에서 단지 사형제를 폐지했다는 상징성 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며 이미 헌법재판소가 무기징역의 위헌성 판단 당시 이 같은 점을 지적했다고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 결과 대체수단으로서의 도입을 조건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크다면서, 개정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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