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저축은행중앙회 콜센터 해고노동자 이하나·서금호씨
고용승계 약속했는데 상담사 자르는 용역업체 관행에 분노
해고 234일, 노숙농성 83일, 단식 17일만 복직 약속 받아내

8개월 간의 투쟁 끝에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복직 약속을 받은 정순금, 이하나 상담사 ⓒ박상혁 기자
8개월 간의 시위 끝에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복직 약속을 받은 서금호, 이하나 상담사(왼쪽부터). ⓒ박상혁 기자

‘해고 234일, 노숙농성 83일, 단식 17일’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노동자 3인(서금호, 이하나, 정순금)이 용역업체인 효성ITX에 복직 약속을 받아내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8월 29일 서울 중구에서 만난 이하나, 정순금 상담사는 “복직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며 “과거로 돌아가면 이렇게 못 싸울 것 같다. 다시는 누구도 우리와 같은 싸움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용승계 100% 약속해놓고…계약 따내자 줄줄이 해고

지난해 12월 저축은행중앙회는 콜센터 용역업체를 KS한국고용정보에서 효성ITX로 변경했다. 앞서 효성ITX는 용역업체 선정을 위해 저축은행중앙회에 콜센터 희망 직원 100% 고용승계를 약속하는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선정 후 돌연 태도를 바꿔 상담사 10명에 대한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효성ITX는 “용역업계 관행”을 이유로 상담사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세 명의 해고노동자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자 업체 관계자가 심문회의에 출석했다. 그는 ‘다른 용역업체들도 점수를 받기 위해 계약서에 100% 고용승계를 약속하고 지키지 않는다. 100% 고용승계라는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고노동자들은 분노했다. 이들에게 고용승계는 우리에게 곧 생계유지를 의미했다. 이하나 상담사는 “계약을 따낸다는 이유로 우리 목숨줄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며 “불합리한 관행을 깨부수고자 시위에 박차를 가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복직을 위해 생전 처음 노동법률사무소를 찾아다니고,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같은 처지에 놓인 노동자들에 연대하며, 노동 분야에 관심이 있는 정치인들을 붙잡고 집회에 와달라고 청했다. 본청과 하청 모두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끝장을 보자”는 심정으로 효성ITX 본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기도 했다. 힘에 부칠 땐 “우리가 패배를 선례로 남기면 더 이상 아무도 못 싸우게 된다”며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시민·정치인 연대 끝 복직 합의상담사는 소모품이 아니다

저축은행중앙회 콜센터 해고노동자들과 시민들은 비가 오는 날에도 복직 시위를 이어갔다. ⓒ이하나 제공
저축은행중앙회 콜센터 해고노동자들과 시민들은 비가 오는 날에도 복직 시위를 이어갔다. ⓒ이하나씨 제공

해고노동자들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자 언론과 시민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3명으로 시작한 시위는 점차 참가자가 늘어 100명 넘는 인원이 운집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우원식·박영순 의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도 농성장에 참가해 해고노동자 원직복직에 목소리를 보탰다.

갈수록 커지는 농성 규모에 결국 효성ITX는 지난 8월 23일 해고노동자 3인과 복직 합의서를 체결했다.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상담사 정원 공백이 생기는 대로 순차적으로 복직하기로 했다. 시위를 이어가는 동안 일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은 묻지 않았다. 서금호 상담사는 “정신적·금전적으로 많이 피폐해졌지만, 손익을 생각하면 애초에 싸움을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고노동자들은 복직 후에도 콜센터 상담사들이 놓인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8월 29일에도 서울신용보증재단 콜센터 상담사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자리에 참여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콜센터 상담사들은 지난 4월 고공농성과 단식투쟁 등으로 정규직 전환을 위한 협의기구를 만들겠다는 재단의 약속을 받아냈으나, 재단이 현재까지도 기구를 만들지 않고 있다며 시위를 이어가고있다. 

이하나 상담사는 “우리가 당했던 부당해고는 콜센터 업계에서는 반복적으로 이뤄지던 관행”이라며 “이번 승리를 통해 저임금 여성노동자가 대다수인 콜센터 상담사들이 쓰다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니라는, 아주 당연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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