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서 디자인 혁신 앞장서는
영국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 서울 전시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9월6일까지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자이츠 현대미술관(Zeitz Museum of Contemporary Art Africa). ⓒIwan Baan_Atrium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자이츠 현대미술관(Zeitz Museum of Contemporary Art Africa). ⓒIwan Baan_Atrium

그 자체로 하나의 미술 작품이다. 버려진 곡물 창고가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과 만나 예술 작품이 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자이츠 현대미술관(Zeitz Museum of Contemporary Art Africa)은 요즘 ‘꼭 가봐야 할 미술관’으로 꼽힌다. 오래된 램프의 다각형 곡면에서 영감을 받아 각진 창문을 달았고, 곡식을 담았던 원통형 콘크리트를 둥글게 잘라내 디자인한 내부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의 새 사옥 ‘베이 뷰 캠퍼스’(Bay View Campus). ⓒIwan Baan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의 새 사옥 ‘베이 뷰 캠퍼스’(Bay View Campus). ⓒIwan Baan

2022년 문을 연 구글의 새 사옥 ‘베이 뷰 캠퍼스’(Bay View Campus)도 헤더윅 작품이다. ‘출근하고 싶어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구글의 요구에 대한 근사한 답변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들어선 이 건물은 사무실이라기보단 대형 쇼핑몰이나 공항 같다. 층고가 높고, 채광이 좋고, 식물들을 곳곳에 배치해 쾌적하게 꾸몄다. 거북이 등껍질 모양의 건물 지붕엔 태양광 패널 9만여 장을 설치한 ‘친환경 건물’이다.

모두 지금 서울에서 감상할 수 있다.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전이 오는 9월6일까지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다. 영국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헤더윅과 그 동료들의 대표적 디자인 작품 30점을 모았다. 

헤더윅이 1994년 설립한 헤더윅 스튜디오(Hetherwick Studio)는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전 세계 곳곳의 공공 상업 디자인과 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다양한 재료와 최첨단 엔지니어링 기법을 활용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장인 정신을 존중한다. 예산과 시간의 제한 속에서도 섬세하게 조율된 음악 같은 작업물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 노들섬 재개발 프로젝트에 ‘소리의 풍경(Soundscape)’ 디자인을 제안해 주목받았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 노들섬 재개발 프로젝트에 ‘소리의 풍경(Soundscape)’ 디자인을 제안했다. ⓒ헤더윅 스튜디오
헤더윅 스튜디오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 노들섬 재개발 프로젝트에 ‘소리의 풍경(Soundscape)’ 디자인을 제안했다. ⓒ헤더윅 스튜디오
9월6일까지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전시 전경. ⓒ숨프로젝트 제공
9월6일까지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전시 전경. ⓒ숨프로젝트 제공

전시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전기자동차가 관람객을 맞는다. 헤더윅 스튜디오가 2021년 중국 IM 모터스를 위해 설계한 자율주행 및 운전자 제어 모드를 갖춘 전기자동차 ‘에어로(Airo)’ 모델이다. 공기가 차량 하부를 통과할 때 오염을 걸러내는 HEPA 시스템을 갖췄다. 회전하거나 뒤로 완전히 젖혀서 침대로 쓸 수 있는 좌석, 접이식 스크린 등도 구비했다.

‘씨앗 대성당’으로 불리는 상하이 엑스포 영국 파빌리온,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대, 런던의 명물 이층버스를 더 편하고 친환경적으로 업그레이드한 ‘루트마스터 버스’, 뉴욕의 인공섬 공원 ‘리틀 아일랜드’도 눈길을 끈다. 또 강원도 양양 설해원의 라이프스타일 단지 ‘더 코어’, 일본 도쿄에 들어설 도심 속 공동체 공간 ‘아자부다이 힐스’ 등 최신 프로젝트도 볼 수 있다.

실제 드로잉, 스케치 노트, 아이디어 모형, 테스트 샘플, 다양한 건축 모형, 실제 제작된 3D 프린트와 시제품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29일 찾은 전시장에선 젊은 디자인·건축학도들이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사진을 촬영하거나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2층 전시관에서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스펀 체어’에 앉아 자유롭게 회전하면서 헤더윅의 테드(TED) 강연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상하이 엑스포의 UK 파빌리온. ⓒIwan Baan
상하이 엑스포의 UK 파빌리온. ⓒIwan Baan
뉴욕의 인공섬 공원 ‘리틀 아일랜드’. ⓒTimothy Schenck
뉴욕의 인공섬 공원 ‘리틀 아일랜드’. ⓒTimothy Schenck
9월6일까지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전시 전경.  ⓒ숨프로젝트 제공
9월6일까지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전시 전경. ⓒ숨프로젝트 제공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 기획 사무소 ‘숨 프로젝트’가 기획했다. 기획자 이지윤 큐레이터·숨 프로젝트 대표는 “헤더윅은 도시 환경 속 인간의 감성을 담는 건축 디자인 프로젝트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의 모습과 기능에 대한 새롭고 창의적인 제안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문화역서울284라는 근대 서울의 혼과 감성이 담긴 역사적 건축공간에서 그의 철학과 비전을 담은 작품들을 전함으로써 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미래 서울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릴 수 있는 뜻깊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헤더윅 스튜디오의 파트너이자 그룹리더인 닐 허바드(Neil Hubbard)는 “도쿄에서 시작된 이 전시가 서울에서는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작품들로 새롭게 해석돼 또다른 면모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요일·금요일은 저녁 7시~10시 야간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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