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쇼트트랙 선수 구타 파문 확산

스파르타식 관행 속 폭력·성희롱 '사각지대'

전문가 “생활체육 활성화로 우수 선수 키워야”

한국여자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구타로 대한빙상연맹(회장 박성인) 회장단이 사퇴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스파르타식'훈련이 용인됐던 체육계의 오랜 관행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번 파문에서 진술서와 구타 자국이 선명한 사진 등을 통해 자신들이 상습적인 구타와 언어폭력, 사생활 통제를 당했다고 주장한 최은경(한체대) 여수연(중앙대) 허희빈(신목고) 등 대한빙상연맹 쇼트트랙 선수 6명은 지난 11일 선수촌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갔고, 같은 날 새벽 최광복, 김소희 코치는 연맹에 사표를 제출하고 선수촌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 일체의 전화 통화를 거부하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체육계의 '성적 지상주의'의 폐해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을 접한 한 체육계 인사는 구타는 쇼트트랙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도 다 있으며, 코치의 선수에 대한 구타 외에 선배의 후배에 대한 구타 등 '군대보다 더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정희준 교수는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전환한다면서 메달로 체육계 위상을 알리려 하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저변이 넓어지면 선수들이 많아지고 좋은 선수도 확보될 것이기 때문에 전폭적으로 생활체육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스포츠 활동을 통해본 성별 정치학'을 연구한 김나연(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씨는 “스포츠가 마치 전투처럼 여겨져 훈련도 그 연속선상에서 시키는 것”이라며 “여자 팀일 경우 규제가 더 강해 보호자, 지도자라는 전권을 쥔 남자 코치가 어린 여자 선수들을 가르치는 방식은 마치 '근대적 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띤다”고 전했다.

한편 폭력 외에 여자선수에게만 용인되는 관행도 지적되고 있다. 남자 감독들이 회식자리에서 여자 선수를 옆에 '두고' 회식을 하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한데도 이를 발설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체육계의 관행이란 지적. 김씨는 “2년 전 프로농구 여자 선수팀의 구타 사건이 있었을 때도 피해 선수가 고막이 터질 만큼 상황이 심각했지만 선수들이 마지막엔 '다 이해한다'고 말해 무마됐던 적이 있다”면서 “여자 선수들의 경우 자기가 지지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말하지 못하고, 감독이나 코치의 폭력을 스스로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체육계의 전반적인 인식 변화와 함께 선수들도 '침묵'을 깨고 나와야 될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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