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민사회단체 28일 기자회견

28일 35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을 발족하고 해당 사업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세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8월 28일 35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을 발족하고 해당 사업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박세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의 반대에도 정부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하반기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필리핀 등 현지에서는 벌써 한국에 보낼 가사도우미를 모집하고 고액의 교육비를 받는 불법업체가 등장해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8일 고용노동부 외국인력정책실무위원회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사업’ 관련 안건이 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지자, 35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을 발족하고 해당 사업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주최측은 “가정 내 돌봄에 외국인력을 도입한다는 것은 기존의 가사·돌봄노동자뿐 아니라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 가정 내 돌봄이 필요한 국민들, 다양한 이주여성들, 나아가 자라나는 자녀들에게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이러한 중대한 이슈가 제기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더구나 한 번의 토론회, 한 번의 공청회라는 최소한의 절차만 거친 치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범사업의 효과라고 제시된 저출산과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의 제고는 이미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고, 이 정책의 토대가 되어야 할 실태조사조차 이루어진 바 없다”며 “안전장치 없이 단순한 비용 절감만을 목적으로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를 확대하는 것은 외국인 차별과 착취에 앞장서는 것과 다름없다. 외국인력 도입을 운운하기 전에 가사근로자법 활성화 및 돌봄 공공성을 강화하여 국내 가사·돌봄시장 공식화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31일 고용노동부 주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시민사회단체가 '노예제 도입중단'이라고 적힌 피켓을 놓고 항의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 주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에서 시민사회단체가 '노예제 도입중단'이라고 적힌 피켓을 놓고 항의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발표된 정부 계획안에 따르면, 다른 외국인력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가사근로자도 ‘고용허가제(E-9)’ 비자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 비자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 등이 없어 ‘현대판 노예제’라고도 불린다. 이주노동 당사자들은 가사근로자들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가정 현장에서 성희롱, 성폭력 당할 위험이 높다”며 “현재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가사노동자가 겪을 문제들이 뻔하다”고 말했다.

박세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아직 (사업이) 시행되지도 않았는데 필리핀에서는 가사도우미 모집을 하는 불법업체가 있고, 가사도우미 교육에 많은 참가비를 받고 있다”며 “이미 피해자가 나왔고, 아마도 이 문제로 인해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고용노동부 외국인력정책실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 및 건물 관리자에 의해 출입구가 가로막혔다. ⓒ이수진 기자
28일 고용노동부 외국인력정책실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 및 건물 관리자에 의해 출입구가 가로막혔다. ⓒ이수진 기자

고압적으로 밀실에서 추진되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주최측에 따르면 노동부 관계자는 ‘회의 배석이 가능하다’고 했다가 갑자기 ‘자리가 없어 참석할 수 없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회의실에 방문하려고 하자 경찰들이 건물 출입구를 가로막기도 했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고용노동청에서 허가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며 ‘경찰을 밀거나 하면 바로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한편, 주최측은 이번 시범사업에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주가사노동자를 싼값에 부릴 수 있다는 인종·국적차별 인식 조장 △E-9(고용허가제) 비자의 강제노동 야기 △돌봄 공공성 해체와 돌봄 양극화 △전문화된 가사·돌봄노동 분야 위협 및 돌봄노동 저평가 △가사·돌봄노동 분야를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어야 할 정부 책임 방기 △노동시간 단축, 일생활균형제도 등 근본적 해결책 외면 △저출생 문제를 맞벌이 부부의 육아 문제로 납작하게 만듦 △이주여성에 대한 낙인과 차별 확대 및 사회갈등 확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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