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프리다’ 주연으로 호평
“제 장점은 독기, 독한 건 일등”
동양인 최초 시스터액트 캐스팅
올해 아시아투어 팀 재합류
“인간 본질 다룬 작품 맡겨 달라”

뮤지컬 ‘프리다’ 주인공 프리다 칼로로 돌아온 배우 김소향을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에서 만났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프리다’ 주인공 프리다 칼로로 돌아온 배우 김소향을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에서 만났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첫인상은 작고 가냘픈데, 다시 보면 몸 구석구석 근육이 탄탄하다. 뮤지컬 배우 김소향(42)이 수십 년간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한 기록이다. 에너지 넘치고 자기관리에 철저하기로 유명한 이 배우가 요새 ‘물’을 만났다. 뮤지컬 ‘프리다’ 주인공 프리다 칼로로 변신해 노래하고 구르고 춤추며 뜨거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근육이 너무 많아서 늘 신경 쓰였고 의기소침했는데, ‘프리다’를 하면서 처음 근육 칭찬을 받았어요. ‘프리다’ 의상 선생님은 저더러 팔근육이 잘 보이는 민소매 의상만 입으래요! (웃음)”

남들이 유치원 다닐 때 김소향은 ‘YMCA 아기스포츠단’에 갔다. 기계체조, 수영, 유도를 배웠고 안양예고에선 부전공으로 현대무용을 했다. ‘마타하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에서 장르를 넘나드는 춤 실력으로 관객을 경탄케 했다. ‘프리다’ 초연을 앞두고 추정화 연출가와 김병진 안무가에게 부탁했다. “너무 춤이 고파. 더 나이 들기 전에 춤 좀 추게 해줘.”

뮤지컬 ‘프리다’ 속 주인공 ‘프리다 칼로’로 분한 김소향 배우가 노래하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프리다’ 속 주인공 ‘프리다 칼로’로 분한 김소향 배우가 노래하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노래, 춤, 연기 다 할 수 있는 종합예술을 하고 싶어” 뮤지컬을 택했다. 2001년 데뷔해 앙상블 생활만 7년, 이젠 믿고 보는 대극장 주역 배우다. “제 장점은 독기, 독한 건 일등”, “매번 내일이 없이 오늘 죽을 것처럼 무대에 선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배우다. “지치지 않고 어떻게 기쁨으로 승화할까 생각해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많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이유예요. 저는 배우 일이 절대 지겹거나 지치지 않아요.”

“모두가 아는, 궁금하지 않은 배우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일찍 찾아왔다. 국내 무대에서 인정받고 커리어가 안정 궤도에 올랐던 2011년 훌쩍 미국 유학을 떠났다. 영어 공부에 몰두하느라 새벽 5시 이전엔 잠들지 않았고, 아침엔 연기 수업을 들으러 갔다.

인종차별과 언어의 벽은 높았다. 무수한 오디션 탈락 통보에 자신감이 바닥나기도 했다. 2014년 잠시 귀국해 뮤지컬 ‘모차르트’ 무대에 섰다가 다시 미국으로 향하는 그를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가 붙잡았다. “‘저 무 하나만 자르고 올게요’ 하고 떠났어요. 최선을 다해서 뭐라도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성과를 내고 싶었어요.”

2017년 뮤지컬 ‘시스터 액트’ 아시아 투어는 그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 ‘메리 로버트 견습 수녀’ 역에 아시아인 최초로 발탁됐다. “원래 예쁘장한 백인이 독차지하는 역할이에요. 고음을 열심히 질렀더니 심사위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라고요. 연출가와 스태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고 지지해 줬어요. 투어 내내 행복했죠.” 오는 11월 한국에서 막을 올릴 ‘시스터 액트’ 아시아 투어에도 같은 역으로 함께한다.

김소향은 2017년 뮤지컬 ‘시스터 액트’ 아시아 투어 팀에 합류했다. 오디션을 거쳐 ‘예쁜 백인 여배우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메리 로버트 견습 수녀’ 역을 따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김소향은 2017년 뮤지컬 ‘시스터 액트’ 아시아 투어 팀에 합류했다. 오디션을 거쳐 ‘예쁜 백인 여배우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메리 로버트 견습 수녀’ 역을 따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프리다’ 주인공 프리다 칼로로 돌아온 배우 김소향.
뮤지컬 ‘프리다’ 주인공 프리다 칼로로 돌아온 배우 김소향.

이제는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 뮤지컬 창작에도 관심이 많다. “창작 과정은 고통스러워요. 논쟁, 논의, 기쁨, 눈물, 다툼....같이 해내고 나면 끊어지지 않는 연대, 라이센스 뮤지컬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부심이 생겨요. 저도 이제 경험이 많고, 선배들에게 받은 게 많은 만큼 최대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프리다’도 그가 작품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며 연출, 음악, 연기 디테일까지 적극 의견을 내고 반영해 온 창작 뮤지컬이다. “30~40%는 스태프의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제가 어느 공연보다도 에너지를 많이 쏟는 공연, 내장까지 다 끄집어내서 공연하는 유일한 작품이고요.”

프리다 칼로의 혁명가적 면모, 그림, 디에고 리베라와의 사랑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고통 속에서도 환희를 이야기하고,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작품이에요. 최근 여성이 돋보이는 창작 뮤지컬이 늘었는데, ‘프리다’는 남성의 역할도 여성이 자연스럽게 연기한다는 점이 특별해요. 이렇게 배우마다 각자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선보일 수 있도록 설계된 공연도 드물죠.”

배우들 중 ‘왕언니’인 그는 이번 시즌 새로운 ‘프리다’로 무대에 서는 알리와 김히어라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알리의 독특한 창법과 감성을 정말 좋아해요. 본인은 연기 경험이 많지 않아 걱정된다고 했지만 저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스펀지처럼 잘 흡수하는 배우죠. 김히어라가 ‘프리다’를 하면 누구보다 잘할 거라고 확신했어요. 드라마 끝나고 조금 쉰다길래 제가 사흘 동안 ‘프로포즈’를 해서 데려왔죠. 김히어라의 연기를 보며 많이 울었고 얼마나 좋은 연기자인지 다시 한번 느꼈어요.”

김소향 본인도 늘 다음이 기다려지는 배우다. “인간의 본능을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배역은 자신 있어요. 감정의 진폭이 큰 연기, 철학적이고 인간의 본질을 다루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처럼요. 악역도 하고 싶어요. 비열하거나 미쳤거나 광기를 지닌 캐릭터,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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