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24일부터 ‘준법투쟁’ 개시
안전규정 지키니 열차지연·운행중단 발생
철도노조 “운행차질 책임 노동자에 떠넘기지 말아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4일 준법투쟁에 돌입함에 따라 역사 전광판에 “철도노동조합 태업으로 전동열차 지연 운행 중”이라는 메시지가 띄워져 있다. ⓒ박상혁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4일 준법투쟁에 돌입함에 따라 역사 전광판에 “철도노동조합 태업으로 전동열차 지연 운행 중”이라는 메시지가 띄워져 있다. ⓒ박상혁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준법투쟁’에 돌입하면서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거나 열차 운행이 중지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철도노조가 ‘태업’을 한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철도노조는 “투쟁하는 동안 안전규정을 지키겠다는 것뿐“이라며 “분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철도노조는 24일 올해 임금협상 파행 및 ‘수서-부산’ 구간 열차 축소에 따른 반발로 준법투쟁을 시작했다.

대법원은 “준법투쟁은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사업장에서 법령 또는 단체협약 등을 평소와 달리 엄격히 지키거나, 자신들의 권리를 일제히 행사해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대판 1991.11.8., 91도326)”라고 판시한 바 있다.

노조는 이번 투쟁에서 출퇴근 시간 열차 간격을 좁히고 출입문 개방 시간을 늘리는 등의 지시, 2인 1조로 운영되는 작업을 혼자 작업하는 등 위험한 업무를 거부하기로 했다. 

코레일은 노조의 준법투쟁 과정에서 발생할 운행 차질에 대비해 무궁화호 4편(경부·장항선 각 2편) 운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전철에서는 노조가 투쟁을 시작한 24일부터 출퇴근시간 운행 지연이 발생하기도 했다.

코레일 “태업은 국민 불편 증폭”… 철도노조 “책임 떠넘기지 말라”

서울교통공사(지하철 1~8호선)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간 30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교통공사(지하철 1~8호선)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갔던 지난해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코레일은 철도노조가 ‘태업’을 한다며 쟁의행위 철회를 촉구했다. 태업은 직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의 지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노동조합의 지휘 통제 하에서 불완전한 노무를 제공해 작업능률을 저하시키는 쟁의행위를 말한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열차 지연을 일으키는 태업은 국민 불편을 증폭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역사 전광판에는 “철도노동조합 태업으로 전동열차 지연 운행 중”이라는 메시지를 띄우고 있다.

코레일 측은 “준법투쟁으로 열차지연이 초래되고 있고, 열차지연 사유에 대해 고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태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준법투쟁 세부지침 ⓒ철도노조 홈페이지
철도노조 준법투쟁 세부지침 일부 ⓒ철도노조 홈페이지

철도노조는 코레일이 의도적으로 ‘태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철도노조가 법을 어기거나 의도적으로 열차를 지연시키는 비도덕적 행위를 저지르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철도노조 홈페이지에 공개된 준법투쟁 지침을 보면 △시간외 휴일근무 거부 △정차시분 준수 △위험성 판단 시 지체 없이 비상정차 △선로변 2인 이하 작업 금지 등 근로환경 및 안전규칙을 준수하라는 내용으로 구성돼있다.

이는 준법투쟁의 정의에 부합하는 것으로, 의도적으로 불완전한 노무를 제공하거나 작업능률을 낮추는 태업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최은철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교육국장은 “부족한 인력으로 사실상 안전규정을 지키지 못한 채 노동 강도만 강화돼왔다”며 “그동안은 승객들 편의를 위해 희생해왔지만, 쟁의절차를 밟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규정대로 일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철도노조의 준법투쟁은 기관 및 상급자에 따라 용어가 달라져왔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홈페이지, SNS, 어플리케이션 등에서 ‘준법투쟁’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X(구 트위터)캡처
철도노조의 준법투쟁은 기관 및 상급자에 따라 용어가 달라져왔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홈페이지, SNS, 어플리케이션 등에서 ‘준법투쟁’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X(구 트위터)캡처

철도노조의 준법투쟁은 기관 및 상급자에 따라 용어가 달라져왔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홈페이지, SNS,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준법투쟁’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고 있다. 반면, 코레일은 사장이 바뀔 때마다 ‘불법적 태업’, ‘준법 운행’, ‘태업’ 등 각각 다른 표현을 사용했다.

이 같은 표현의 차이를 두고 김세정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는 “같은 쟁의행위라도 어느 쪽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며 “업무에 지장을 줄 목적이더라도 정해진 법과 규정들을 지키느라 평상시 업무량을 맞추지 못한 것이라면 ‘태업’보다 ‘준법투쟁’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철도노조는 ‘수서-부산‘ 구간 열차 축소 문제만 해결되면 준법투쟁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는 다음 달 1일 ‘수서-부산’ 열차를 축소해 ‘전라-경전-동해선’에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수서-부산’ 구간에 하루 4100여 좌석이 줄어들어 시민들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백남희 철도노조 소통실장은 “모든 시민들이 차별 없이 열차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번 투쟁의 주요 취지”라며 “협의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9월 초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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