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관악구 공원살해사건 추모 공동행동’

24일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를 포함한 200여명의 시민들이 신림역 2번 출구 앞에서 여성폭력을 방치하는 국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상혁 기자
24일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를 포함한 200여명의 시민들이 신림역 2번 출구 앞에서 여성폭력을 방치하는 국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상혁 기자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한 공원에서 여성이 출근길에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연이은 ‘흉악범죄’ 대책으로 ‘CCTV 추가 설치, 의무경찰제 재도입’ 등 치안강화에 힘쓰겠다고 발표했다. 여성·시민사회단체는 구조적 성차별을 외면하고 각자도생을 부추기는 정부 대책을 비판하며 “성평등해야 안전하다”고 외쳤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90여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방치 국가 규탄 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단체는 “인하대 성폭력 사건, 신당역 스토킹 사건, 금천구 데이트폭력 사건 등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여성들이 직장 안에서도, 집 앞에서도, 동네 공원에서도 끝내 죽음을 피하지 못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정부의 기조하에, 최소한에 불과했던 성평등 정책은 지속적으로 축소돼왔으며, 관련 정책을 축소‧폐지하거나 엉뚱한 대책을 내놓는 행태 끝에 결국 또 다른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4일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를 포함한 200여명의 시민들이 신림동 강간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공원에서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방치 국가 규탄 긴급행동’을 열고 피해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24일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를 포함한 200여명의 시민들이 신림동 강간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공원에서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방치 국가 규탄 긴급행동’을 열고 피해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오전 10시, 애도의 뜻으로 검은 옷을 갖춰 입은 참가자들이 공원 앞에 모였다. “성평등해야 안전하다” “여성폭력 방치국가 규탄한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피해자가 출퇴근을 위해 걸어다녔을 산길을 직접 오르기 시작했다.

피해자가 살해된 장소에 도착해 묵념의 시간도 가졌다.

묵념 후 현장에 국화꽃을 내려놓은 A씨는 “사건 얘기를 들었을 때 머리에 빨간 불이 들어오는 것 같았고, 이런 식의 사건이 최근 너무 많이 일어나서 불안했다”며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해서 헌화라도 하고 싶어 오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B씨는 “그냥 흔한 길이다. 저도 산책하는 걸 좋아해서 집 근처 등산로에 자주 가는데, 또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가 아는 사람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24일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를 포함한 200여명의 시민들이 신림동 강간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공원에서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방치 국가 규탄 긴급행동’을 열고 신림역으로 행진했다. ⓒ박상혁 기자
24일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를 포함한 200여명의 시민들이 신림동 강간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공원에서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방치 국가 규탄 긴급행동’을 열고 신림역으로 행진했다. ⓒ박상혁 기자

사건 현장에서부터 신림역까지 1시간가량의 도보 행렬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혼자든 숲길이든 괜찮은 나라 만들어라” “여성폭력 방치국가 모두에게 위험하다” “장갑차 말고 성평등” “호신용품 말고 성평등”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신림역 2호선 출구 앞에 모인 시민과 활동가들은 입을 모아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성평등 정책을 후퇴시킨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발언에 나선 서울 시민 이은지씨는 “이미 공포와 불안은 여성의 일상에 스며들어 우리는 밤길이나 외진 곳은 피하고 서로에게 조심히 들어가라고 인사한다. 하지만 밤에도 낮에도, 공원 산책로, 출근길, 화장실, 집 앞까지, 점점 갈 수 있는 곳과 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들기만 한다”며 “여성에 대한 폭력은 사회와 구조의 문제다. 우리는 국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지고 나설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24일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를 포함한 200여명의 시민들이 신림역 2번 출구 앞에서 여성폭력을 방치하는 국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상혁 기자
김남영 진보당 인권위원장이 24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2번 출구 앞에서 열린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방치 국가 규탄 긴급행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박명희 관악여성회 대표는 “관악구 주민으로서, 여성으로서, 생명이 위협받고 불안은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며 “최인호 관악구의원은 여성이라는 단어가 붙은 모든 예산과 정책을 다 공격하고 지우며, 여성혐오에 기반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혐오정치를 하는 최인호 관악구의원은 사퇴하라. 관악구에 여성안심귀갓길 예산을 포함해 안전예산을 강화하고 구민과 여성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남영 진보당 인권위원장은 “여성혐오를 방관하다 못해 앞장서 조장하고 이용해 온 정부·여당이 여성살해의 공범이다”며 “페미니즘이 ‘성파시즘’이라고, 여성안심귀갓길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게 성과라고 말하는 정치인이 있는 한 여성혐오범죄와 살해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24일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를 포함한 200여명의 시민들이 신림동 강간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공원에서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방치 국가 규탄 긴급행동’을 열었다. ⓒ박상혁 기자
24일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를 포함한 200여명의 시민들이 신림동 강간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공원에서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방치 국가 규탄 긴급행동’을 열었다.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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