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
올해의 보이스·박남옥상 시상식 열려
30일까지 서울 마포구 일대서 개최
50개국 131편 상영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집행위원장 이숙경) 개막식이 24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렸다. 사진은 우리 사회의 진일보에 영감을 준 개인과 단체에 주는 ‘올해의 보이스’ 시상식 장면.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집행위원장 이숙경) 개막식이 24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렸다. 사진은 우리 사회의 진일보에 영감을 준 개인과 단체에 주는 ‘올해의 보이스’ 시상식 장면.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7일간의 ‘여성영화 축제’가 막을 올렸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집행위원장 이숙경)가 오는 30일까지 서울 마포구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개최된다. 50개국 총 131편을 만날 수 있다.

개막식은 24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렸다. 변영주 감독과 봉태규 배우가 사회를 맡았다. 올해 영화제 슬로건은 ‘우리는 훨씬 끈질기다’다. 이숙경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란 누군가에게 삶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닐까”라며 “올해는 한국 최초의 여성감독 박남옥 감독 탄생 100주년이기도 하다. 이 시간 속에 함께 머물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집행위원장 이숙경) 개막식이 24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렸다. 변영주 감독과 봉태규 배우가 사회를 맡았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집행위원장 이숙경) 개막식이 24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렸다. 변영주 감독과 봉태규 배우가 사회를 맡았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초대가수로 무대에 오른 이상은은 “저도 여성이지만 여성들만 하는 예술에는 치유하는 힘, 남성들에겐 없는 독특함이 있다”며 “여성들에게 많은 꿈과 희망을 주는 영화제에 저를 불러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진일보에 영감을 준 개인과 단체에 주는 ‘올해의 보이스’ 시상식도 열렸다. 성폭력에 저항하다 가해남성의 혀를 절단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고, 정당방위를 인정받고자 2020년 재심을 청구한 ‘56년 만의 미투’ 당사자 최말자(77)씨도 무대에 올랐다.

“국가로부터 짓밟힌 나의 인권과 성차별과 과잉방어라고 인정받지 못한 정당방위를 재심을 받아 명예를 회복하고자 시작했지만 나 혼자만이 겪어내는 일이 아니었음에 놀랐고 충격받았습니다. 아픔을 혼자 안고 살아가는 분들께서 (제가) 계속해서 싸워나가는 것을 뜨겁게 응원해 주셨습니다. 무언가 없는 것을 얻어낼 때는 꼭 싸웠습니다. 그리고 얻어냈습니다. 많은 국민들과 우리를 대변하는 한국여성의전화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끝까지 최선의 노력과 혼신을 다하겠습니다.”

성소수자 당사자 운동을 넘어 성소수자와 함께 사는 방법을 앞장서 실천하는 ‘성소수자부모모임’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 ‘너에게 가는 길’ 주인공인 정은애 씨, 홍정선 대표와 김진이 운영위원은 “그간의 활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앞으로를 격려하고 응원해 주시는 뜻으로 여기며 상을 받겠다”고 밝혔다.

남성 중심의 건설현장을 성평등하게 바꿔내고 여성건설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김경신 타워크레인 기사, 동성애 영화 배제를 요구한 인천시의 검열에 굴하지 않고 시민의 자유를 연대로 지켜낸 인천여성영화제도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경신 기사는 “건설현장이라는 남성 중심 산업 속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그들이 더 안전하고 성평등한 사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희 건설산업연맹 여성들에게 이 상을 주시는 것으로, 끈질기게 노력하라는 상으로 알고 계속 열심히 투쟁·연대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손보경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영화제 준비 중 인천시의 차별행정과 검열 같은 ‘환란’을 맞았다. 저희 슬로건은 ‘환란의 시대 무너뜨리고 연결하기’였다. 시민들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검열로부터, 모든 불평등을 무너뜨리고 시민들과 연결하고, 함께해 주신 여러 여성영화제들과도 연결하는 뜻깊은 시기를 보냈다”라고 밝혔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집행위원장 이숙경) 개막식이 24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렸다. ‘박남옥상’ 수상자 김보람 감독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집행위원장 이숙경) 개막식이 24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렸다. ‘박남옥상’ 수상자 김보람 감독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한국 최초 여성감독 박남옥을 기리고자 제정된 ‘박남옥상’은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의 김보람 감독이 받았다. 그는 “2016년 옥랑문화상을 받아 다큐 ‘피의 연대기’를 만들 수 있었고, ‘필름X젠더’를 통해 첫 극영화(‘자매들의 밤’)를 만들 수 있었다”며 “저는 영화적 뿌리가 없고 외톨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착각이었다. 저를 키운 건 8할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다. ‘맨땅에 헤딩’하던 제가 계속 작품을 할 수 있게 지원·지지해 주신 선배들께 정말 감사하다. 영화제를 끈질기게 지켜 오신 힘을 존경한다. 저도 멋지게 성장해서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돼 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말했다.

이후 개막작 ‘쇼잉 업’ 상영이 이어졌다.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영화로 2022년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다. 미국 북서부의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조각가 ‘리지’(미셸 윌리엄스 분)가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며 예술가로서의 삶, 가족, 친구 등 일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는 이야기다. 이번 영화제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집행위원장 이숙경) 개막식이 24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렸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집행위원장 이숙경) 개막식이 24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렸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개막식 전 퍼플카펫 행사에도 수많은 국내외 영화인들이 참여했다. 올해 ‘아시아단편’ 심사위원이자 홍보대사인 옥자연 배우, 영화제 조직위원 방은진 감독·배우, 집행위원인 강유가람 감독, ‘박남옥상’ 선정위원 신수원 감독과 이수정 감독 등이다. ‘필름X젠더’ 섹션 ‘아감뼈이야기’ 이향란 배우도 딸 문소리 배우와 함께 퍼플카펫에 섰다. 박기용 영화진흥위원장,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 채윤희 영상물등급위원장, 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이동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장해랑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참석했다.

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www.siwff.or.kr)는 SK브로드밴드 Btv와 온피프엔(ONFIFN)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