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작가 야나기 미와씨

프랑스 등 유럽무대서 큰 호응…지원자도 많아

미·독·중 등 7개국서 '손녀 프로젝트'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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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교토 시립예술대학교 대학원 미술연구과를 수료한 야나기씨는 20대 초반인 88년부터 왕성한 전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 활동 무대인 일본보다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다.

야나기씨는 10월 30일 열린 '또하나의 문화'창립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며 관객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야나기씨가 '할머니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위 세대는 선택될 수 없는 존재란 점 때문이었다.

“인간은 모두 늙는다.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야나기씨는 홈페이지에 '50년 뒤 모습을 분장해 촬영해준다'고 홍보했고 이에 호기심을 느낀 사람들은 자신의 50년 뒤를 상상하는 글을 그에게 보냈다. 지원자가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그 가운데 야나기씨는 “정신적으로 독립적인 노인의 모습”을 상상한 글을 추려냈다.

“전문 분장사들을 불러 10대 후반과 20대, 30대의 젊은이들의 얼굴에 주름살을 그리고 지원자들이 상상한 모습을 연출해 촬영했다”

현재까지 촬영에 임한 사람은 모두 20여명. 그 중엔 야나기씨 자신의 모습도 있다. 50년 뒤 자신의 모습을 봤을 때의 느낌을 묻자 그는 “슬픔과 기쁨이 모두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이었지만 해볼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전했다.

야나기씨는 할머니 프로젝트와 함께 손녀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 작업은 할머니가 자신의 할머니를 기억하며 진술하는 내용을 촬영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주 내용이다. 지금까지 중국, 아프가니스탄, 일본, 프랑스, 독일, 멕시코, 미국 등 7개국을 돌며 70∼80대 노인들을 만났다.

“국가별 인종별 문화적 토양과 생김새가 크게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할머니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모습에는 일관된 공통점이 있었다. 부엌에서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든가 청소를 하는 등 대부분 할머니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그들의 할머니는 집안 일을 하고 있었다. 만약 할아버지에 대해 얘기해보라고 했다면 전쟁 등 역사적인 내용이 담겼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작가로서 많은 사람이 내 작품을 만나길 바라지만 해석은 그들의 자유”라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손녀 프로젝트를 벌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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