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인공지능 활용으로 근로자 근무 환경 개선”
여성 CEO비롯 워킹맘 위한 육아 정책 필요성 언급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한국 여성기업 수는 2020년을 기준으로 295만개다. ‘여성기업주간’은 올해로 2회를 맞이했다. 이번 여성기업주간 행사는 ‘새로운 미래, 함께 도약하는 여성기업’이라는 슬로건으로, 세대를 연결하는 여성경제인의 소통과 화합을 통해 여성기업이 한국 경제의 주역으로 우뚝 서는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기도 했다. 여학생들의 꿈이 여성 CEO이길 바란다는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을 만나봤다.

“전국 여성기업에 보석 같은 기업인 많아”

-지난해 1월 2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그동안 소회는요.

“임기 절반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보낸 것 같아요.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현장 다니면서 ‘이래서 성공하는구나’하는 보석 같은 여성 기업인을 만났어요. 여성기업은 매출이 1억원이든, 1조원을 하든 마음가짐은 비슷해요. 제조 현장에서 뚝심 있게 일하는 걸 보면 감동 안 할 수가 없어요. 작년 7월 개최한 제1회 여성기업주간 개막식에 윤석열 대통령께서 참석해 여성기업을 격려해 주셨어요. 제2회 여성기업주간에는 김건희 여사님께서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덕분에 우리 여성기업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는 계기가 됐고, 영광스러운 자리였습니다.”

-그동안 이룬 성과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요.

“협회 회원 수가 과거보다 3배 증가했어요. 여성기업확인서 발급 업체도 7만명을 돌파했어요. 미래경제인육성사업 신설로 여성기업 지원을 위한 정부 지원 예산을 처음으로 100억원 이상 확보했어요. 협회 직원과 선대 회장님하고 논의해서 3년 임기 동안 알차게 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합니다.”

-제 2회 여성기업주간 행사 치르면서 어떠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올해에는 작년의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해 더 많은 여성기업이 함께하고, 국민에게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번 여성기업주간은 작년보다 더 많은 여성이 함께하는 행사로 만들기 위해 한국여성벤처협회, IT여성기업인협회, 한국여성발명협회,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공동 주관해 더 많은 여성기업을 아우르는 행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개막식에는 다양한 규모, 업종, 업력, 지역의 여러 여성기업이 참석해 화합의 시간을 가졌어요.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 여성기업주간을 알리고, 여성기업의 위상과 자긍심을 높이고 싶었어요. 여성기업주간 전용 홈페이지를 제작해, 한눈에 손쉽게 여성기업주간에 대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어요. 네이버에도 정식으로 행사를 등록해 여성기업주간을 모르는 이들이 쉽게 주간 행사를 파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번 행사가 작년에 비해 규모도 더 커지고, ‘여성기업’과 ‘여성기업주간 행사’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어요.”

-여성기업은 일·가정 양립 등 어려운 점이 많은데,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여성 기업인을 비롯해 워킹맘을 위해 정부에서 아이들이 혼자 밥을 챙겨 먹을 수 있을 때까지는 돌봐주는 정책이 필요해요. 엄마가 가서 아이를 보고 싶을 때는 언제나 가서 보고,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게요. 여성 CEO는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가 없어요. 저 역시 사업하며 아이를 키웠습니다. 어린 아들이 아파도 병원 한 번 같이 가주지 못했어요. 그때 생각하면 가슴 아파요. 요즘은 근로자의 임신, 출산, 육아 지원책이 잘 마련돼 있지만, 여전히 여성 CEO는 사각지대에 놓여있어요.”

“원자재 볼 수 있도록 종이 모형 만들기도”

-여성 기업인으로서 편견과 차별을 이겨오셨습니다. 회장님만의 비결 말씀해 주세요.

“저는 회사를 설명할 때 ‘현대판 대장간’이라고 불러요. 거친 현장에서 편견과 차별은 더 심했어요. 30대 때는 어린 나이를 감추려 일부러 모자를 푹 눌러썼어요. 허름한 작업복만 입고 다니기도 했어요.

‘여자라서 안 됩니다’는 말 듣지 않으려고 우수한 제품과 실력으로 경쟁했어요. 거래처와 거래하기 위해 견적서를 낼 때도 정확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종이 모형을 만들어서 분해하면 얼마만큼 원자재가 들어가는 지 볼 수 있도록 했어요. 그렇게 거래를 성사했어요. 내가 손해 보더라도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며 신뢰를 쌓았어요.”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미래여성경제인육성사업’은 올해 처음 시행한 협회의 신사업으로 선배 여성 CEO들이 멘토로 참여해, 여성 특성화고와 여대생들이 미래 여성경제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사업이다.

-올해 ‘미래여성경제인육성사업’을 처음으로 시행하셨는데요.

“이 사업은 우리 선배 여성 CEO들이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후배들이 반복해서 겪지 않도록 선배들이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시작했어요. 1대 1로 학생이랑 여성 CEO를 매칭 하거든요. 학생들이 여러 가지 진로나 고민 있고 할 때 엄마처럼 챙겨주고 하면 학생들이 사회생활 할 때도 더 낫지 않을까 해요.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예비 창업 검증 시스템’이에요. 참여 학생을 대상으로 창업 아이디어를 공모해 멘토링 과정을 거쳐 우수 아이디어를 선정해 소비자(시장) 반응 조사를 등 객관적 검증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검증된 아이디어 중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은 사업계획서 컨설팅까지 추진해 실제 예비 창업 패키지에 도전할 기회를 제공해요.”

-여성기업 육성과 여성 CEO가 더 많아지려면 어떤 정부 정책이 필요할까요?

“30~40대는 여성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기술력 갖고 창업을 많이 해요. 여성기업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합니다. 여성 기업만을 위한 R&D 자금 배정을 해주는 정책이 있어야 해요. 전체 기업을 봤을 때 여성기업의 매출은 10% 정도예요. 여성기업이 성장하려면 기술력이 중요한 만큼, 기술력을 보강하고 연구진이 함께해야 해요. 여성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체계적으로 정책을 총괄해 줄 ‘여성기업 전담 부서’가 필요해요. 이미 미국은 1979년에 중소기업청 내에 여성기업국을 설립해 여성 기업인에게 도움을 주고 있어요. 국가 차원에서 여성 기업인을 많이 발굴하고 홍보해 여성기업의 위상을 높이고 여성 청소년에게 기업가 정신과 꿈을 심어주길 바라요.”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여성기업에 인공지능(AI)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대한민국의 경제활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요.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AI, ICT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산업의 고도화는 인력난,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적용해야 해요. 우리 회사도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했어요. AI가 발전할 때 우리들이 잘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경제가 발전하고 근로자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윤리적으로 적정선을 찾아 활용하는 게 경영자와 우리 사회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협회에서 하반기에 어떤 사업이나 목표에 집중하실 건지요.

“먼저 미래여성경제인육성사업을 잘 안착시키고 싶어요. 여성경제연구소 예산도 확대하고 싶습니다. 여성기업을 경제주체가 아닌 사회적 약자로 인식해 지원하는 수준으로 다양한 여성기업 정책 발굴이 미흡한 상황이에요.

여성창업경진대회를 진행하고 있어요. 대회 진행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좋은 기업이 많아요. 제품 품질도 너무 좋고요. 정부하고 같이 여성 기업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여성기업에서도 얼마든지 스티브 잡스가 탄생할 수 있고, 젤리로 유명한 ‘하리보’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과 브랜드도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샤넬 같은 명품브랜드가 여성기업에서 나왔으면 해요. 10년 내로 그런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제품 디자인이나 마케팅을 개선하면 얼마든지 가능해요.”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은?

현재 (주)비와이인더스트리 대표이사로, 제10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이다. 이 회장은 제6대 (재)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이사장, 동반성장위원회위원, 상생조정위원회 위원,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 경기신용보증재단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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