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뷔 18년 만에 첫 단독 콘서트 여는 배우 차지연
9월2일~3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데뷔 17년을 맞은 배우 차지연. ⓒ㈜씨엘엔컴퍼니 제공
데뷔 17년을 맞은 배우 차지연. ⓒ㈜씨엘엔컴퍼니 제공

한국 뮤지컬 간판스타, 여성 최초 ‘복면가왕’ 5연승, 공연장,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는 ‘믿고 보는 배우’, 성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젠더프리’ 캐스팅 단골 배우, 올해 학부모가 된 워킹맘.

차지연이 데뷔 17년을 맞아 오는 9월 2일~3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뮤지컬 ‘위키드’, ‘서편제’, ‘라이온킹’ 등 대표 넘버는 물론 자작곡도 최초 공개한다. “늘 힘이 돼 준 은인” 이나영 음악감독과 함께 편곡한 아이유의 ‘러브 포엠’, 송창식의 ‘안개’ 등도 선보인다. 절친한 배우 김호영, 정선아, 개그맨 김해준이 게스트로 함께한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아예 무대에서 옷을 갈아입을까 고민할 만큼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제 영혼을 갈아 넣을 거예요. 마지막인 것처럼요(웃음).” 팬들에게 선물할 기념 티셔츠, 메모리폼 방석도 준비했다. 디자인부터 품질까지 하나하나 직접 살폈다. ‘차지연의 공연을 보고 아픈 몸을 치유할 힘을 얻었다, 배우의 꿈을 키웠다’는 팬들의 메시지는 그가 계속 무대에 서는 힘이다. 최근 라디오 생방송 중 팬들이 보낸 격려에 “촌스러워 보일까 봐 참았지만 울 뻔했다”고 고백했다.

콘서트 준비 과정은 “인생 중간결산”이었다. 2006년 뮤지컬 ‘라이온킹’으로 데뷔해 뮤지컬 ‘서편제’, ‘위키드’, ‘광화문 연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과 연극 ‘아마데우스’, 드라마 ‘블랙의 신부’, ‘모범택시 시즌 1’, 영화 ‘해어화’, 예능 ‘복면가왕’ 등 다채로운 행보를 이어왔다. 172cm 장신에 어마어마한 가창력, 날카로우면서도 예민한 연기로 어디서나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 ‘서편제’의 눈먼 소리꾼 ‘송화’도,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도, ‘모범택시’의 악당 ‘백성미’도 차지연이 아니었다면 이만큼 빛났을까.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쉬운 작품은 하나도 없었”지만, “돌아보니 ‘넌 꽤 괜찮은 배우’라고 저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뮤지컬 ‘서편제’에서 ‘송화’ 역으로 열연하는 배우 차지연. ⓒPAGE1 제공
뮤지컬 ‘서편제’에서 ‘송화’ 역으로 열연하는 배우 차지연. ⓒPAGE1 제공
2021년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를 연기한 차지연. ⓒPAGE1 제공
2021년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를 연기한 차지연. ⓒPAGE1 제공

삶의 굴곡이 많았다. 국악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국가무형문화재 박오용(1926~1991) 판소리 고법(고수) 보유자가 그의 외조부다. 부친의 사업 실패 후 가세가 기울면서 국악인의 길을 접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결국 운명처럼 무대로 돌아왔다.

자신에게 무척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예술가다. “저는 무대가 무서워요. 오늘 잘할 수 있을까 긴장되기 때문만이 아니라, 배우가 평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숨길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터치하는 사람들인데 스스로 준비돼 있지 않으면 누구에게 가닿을 수 있겠어요? 그러니 사람을 항상 존중하고, 이유 없이 피해를 주거나 서럽게 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동료와 후배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는 질문에도 “극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한순간도 장난치지 않는, 늘 거기 살아 있는 배우”라고 답했다.

“데뷔 때부터 앞서 한 배역과 이미지가 겹치지 않는 배역을 맡으려” 노력했다. 뮤지컬 ‘광화문연가’, ‘더 데빌’, 연극 ‘아마데우스’ 등에서 성별 구분을 뛰어넘는 ‘젠더프리’ 캐스팅돼 주목받았다. ‘차지연은 그냥 여배우가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배우’(이지나 연출가)라는 격려에 힘이 났다.

“더 흥미로운 배우, 지루하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차지연의 다짐은 아직도 ‘여배우’에게 기회를 주는 데 인색한 업계를 향한 일침이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여성들의 재능을 낭비하는 한국 공연계를 꼬집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지킬과 하이드는 정말 꼭 해보고 싶어요. 이 얘기를 몇 번째 하는지....(웃음) 제작사 대표님께 전화해서 ‘일주일에 한 번, 단 한 회차라도 좋다. 내게 기회를 달라’고 했는데 반응은 없었어요. 제겐 ‘드림걸즈’만 원하시는 건가요?(웃음) 전 아직 기다리고 있어요. ‘하데스타운’의 헤르메스 역도 재미있겠다 싶고요. 브로드웨이에선 이미 젠더프리로 공연했어요.”

“제대로 잔인한 악당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악역을 맡았던) ‘모범택시’는 공중파 드라마라서 못 한 게 많았거든요. 대본엔 ‘멀리서 바라본다’로만 적힌 걸 제가 ‘이 정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고 더 적극적으로 연기하기도 했어요. 또 악역을 맡는다면 아예 새로운 장르, 새로운 캐릭터가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단 서사가 있어야 해요. 왜 저런 상태인지, 저걸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등 서사 없는 악역은 너무 힘들어요.”

SBS ‘모범택시’에서 빌런 ‘백성미’를 연기한 차지연 ⓒSBS
SBS ‘모범택시’에서 빌런 ‘백성미’를 연기한 차지연 ⓒSBS
데뷔 17년을 맞은 배우 차지연. ⓒ㈜씨엘엔컴퍼니 제공
데뷔 17년을 맞은 배우 차지연. ⓒ㈜씨엘엔컴퍼니 제공

‘엄마 배우’의 기쁨과 고민도 들려줬다. 출산 후 2017년 복귀해 한동안 집과 일터만을 오갔다. 새벽에 일어나 이유식을 만들고, 뮤지컬 연습을 하러 갔다가, 이유식 재료를 사서 극장 냉장고에 두고, 저녁 공연을 마치고, 퇴근해 다시 새벽에 이유식을 만드는 식이었다. 아들은 올해 8살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엄마가 출연하는 공연(‘서편제’)을 보고 엉엉 울며 대기실로 달려왔다. 앞으로 엄마가 서는 무대는 다 보여줄 계획이다. “힘겨울 때도 있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무대에 서는 건 신의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건강관리 원칙은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수면이다. “밤엔 잠이 안 와도 어떻게든 자려고 해요. 낮잠을 자지 않으려 하고, 안대를 쓰기도 하고요.”

올 연말 또 다른 뮤지컬로 관객들을 만난다. 내년에는 드라마 촬영도 예정돼 있다. “역할의 크고 작음은 중요치 않아요. 의미 있는 인물로 보이고 싶고, 의미 있는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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