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로 여성안심귀갓길이 사라집니다”
‘함께 든든한 여성안심마을 조성’ 예산 47.3% 삭감
최 구의원 “페미가 좌표 찍고 폭언 중…댓글 고소”

관악구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최인호 구의원 사퇴 요구글. 사진 = 관악구의회 홈페이지 캡처
관악구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최인호 구의원 사퇴 요구글. 사진 = 관악구의회 홈페이지 캡처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 둘레길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피해자가 사망한 가운데 관악구의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삭감을 의정 성과를 내세웠던 국민의힘 소속 최인호 관악구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관악구의회 누리집 ‘의회에 바란다’ 게시판에는 최인호 구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게시글이 수백 건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들은 여성 폭력에 대한 최 의원의 왜곡된 인식과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전액 삭감 등의 의정 활동이 최근 관악구에서 발생한 성폭행 살인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여성안심귀갓길을 없앴다고 홍보함으로써 범죄자에게 안심하고 범행하라고 조장한 꼴이 됐다”, “남녀대결의식에 빠져 정책을 펼친 결과가 이런 참담한 사고를 일으켰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최 구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성평화 최인호’에서 지난해 12월 2023년도 ‘여성안심귀갓길’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과 관련해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2023년도 본예산을 심사하는 기간 동안 제가 성과를 낸 사항들에 대해 말씀드린다”며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7400만원을 전액 삭감하여 안심골목길 사업 (예산으로) 7400만원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성들은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있다”며 “구민들에게 모두 치안을 강화하고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안심골목길 사업으로 대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구의회를 통과한 ‘2023년 관악구 예산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1억1980만원 책정된 ‘함께 든든한 여성안심마을 조성’ 예산이 올해는 전년 대비 5665만원(47.3%) 삭감된 6315만원으로 편성돼 있다.

지난해까지 관악구에 편성됐던 ‘여성안심귀갓길’을 표시하는 표지판과 프로젝터 설치 예산은 사라졌고, 운영비와 홍보물 제작비도 전년 대비 100만원 줄었다.

사진=국민의힘 최인호 관악구의원 유튜브 캡처
사진=국민의힘 최인호 관악구의원 유튜브 캡처

최 구의원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현재 해당 영상의 댓글창을 닫고 일부 댓글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일 고정 댓글을 남겨 “앞으로도 여성안심귀갓길 글자 써놓고 안전한 곳이라고 믿음을 선동하지 않겠다”며 “비상벨과 cctv를 설치하고 사각지대 없는 시설물 배치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안타까운 사건을 틈타 성별을 매개로 정치선동 장사해 보겠다는 태도가 바로 관악구의 치안을 훼손해 온 것”이라며 “페미니스트들이 책임소재를 묻기 위해 행정적 절차와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않은 채 좌표를 찍고 폭언하고 있어 해당 댓글 모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지난해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관악구 가선거에 출마해 만 20세 최연소 구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서울 관악구 인헌고 재학생 당시 교사들의 정치 편향 교육을 폭로하며 이름을 알렸으며,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기획한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에 참여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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