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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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세원 교수가 환자로부터 습격당해 세상을 떠났다. 2019년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조현병 치료를 중단한 40대 남성이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2023년, 과거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 후 치료를 받지 않은 20대 남성이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여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이 모든 안타까운 사건의 원인이 100% ‘정신질환’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신질환’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도 말할 수 없다.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편견으로 모든 정신질환자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비난만 한다면, 나아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왜 적기에 정신질환을 치료하지 못했는지, 가족들은 환자의 치료를 왜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런 상황에 놓인 국민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우리의 정신의료-복지 시스템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아야 한다.

2018년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 가족의 60% 이상이 낮 시간 정신질환 증상 및 장애로 인해 지속적으로 지켜보거나 돌봐야하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62%가 환자의 병 때문에 가족갈등이 생기고 집안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 55%가 가족 중에 정신질환자가 있다는 것을 이웃이 알까 염려된다고 답했다.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정신질환자의 가족은 환자에 대한 치료와 돌봄 부담에 더불어 사회적 편견에 의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법체계는 정신질환자의 대한 치료의 의무와 비자의입원의 판단과 실행을‘보호의무자’라는 이름으로 가족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정신장애인 가족들은 “우리는 경찰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도, 판사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중증 정신질환의 조기발견, 조기치료, 적정한 외래와 입원치료, 재활과 사회복귀까지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보호의무자 제도 폐지와 함께 논의되는 것이 바로 ‘사법입원’이다.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입원이 적절한지 법정에서 결정하여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현실에서 취지에 맞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법원이 정신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당사자, 가족,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의 의견을 반영해 신속하게 심리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이 갖춰져야 한다. 구체적인 대책과 계획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보호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 입원적합성심사제도, 외래치료명령제도는 취지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유명무실하다. 현 제도를 철저히 분석하는 일부터 우선하여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해야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형식적으로만 운영되면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

중증 정신질환 의료체계는 ‘필수의료’의 한 영역이다. 필수의료가 무너지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소아과 오픈런 현상, 응급실 표류 사망, 중증 정신질환자에 의한 흉기 난동 사건 모두 근본적인 원인의 뿌리는 모두 같다. 중증 정신질환 역시 필수의료의 한 분야로서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치료병원에 대한 지원책을 포함하여 국가가 기초설계부터 다시 단단하게 재건해야 한다.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정책은 ‘인권보호’, ‘적기치료개입’이라는 어쩌면 상반되는 두가지 목표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 길을 찾는 것이 국가와 정치의 역할이다. 필자 역시 국회의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겠다. 

필자: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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