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문헌 종로구청장
종로서 학창시절 보낸 ‘종로통’
“올해 구정 방향은 ‘종로모던’”
“제2의 ‘김마리아길’ 조성할 것”

정문헌 종로구청장. ⓒ송은지
정문헌 종로구청장. ⓒ송은지

어린 시절부터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살았던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그 당시의 종로 풍경을 새록새록 떠올렸다. 정 구청장은 1960년대에 있던 유엔 산하 한국통일부흥위원단인 일명 ‘언커크’(UN Commission for the Unification and Rehabilitation of Korea·UNCURK) 한국지부 건물부터 1968년 사직공원에 수영장이 들어선 것까지 동네의 역사를 줄줄이 꾀었다. 그는 “1212사태 소재의 드라마였던 ‘제5공화국’을 보면 당시 시민들이 서울 도심에 탱크가 지나다녀 놀라는 장면이 나온다”며 “실제로 제가 어렸을 때 경복궁 한복판에 계엄군 탱크가 수시로 다녀 익숙했다”고 회상했다.

민선 8기 출범 1년을 맞은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특별한 소회는 없다”며 “1년이 지나면서 추진하던 사업이 점차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 구청장은 올해를 ‘종로모던’의 원년이라고 선포했다. 정 구청장은 초반엔 ‘종로모던’이라는 용어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왜 형용사인 모던(Modern)을 썼나’부터 해서 ‘종로모던’이라는 용어를 만들 때 의견이 분분했다”며 “종로모던은 추상적인 개념을 하나로 정리한 용어이자 구정의 좌표를 설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로모던은 세계의 본이 되는 우리식 고도 현대화의 구현이라는 뜻”이라며 “종로가 오래된 도시라고 하니까 ‘옛 고’자를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고도 현대화는 가장 높은 수준의 현대화”라고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종로모던엔 모든 정책, 사업, 행정 등이 묶인다”며 “‘너 뭐 하려고 그래?’라고 질문 받는다면 ‘우리는 종로모던 하려고’라고 답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최근 노인 빈곤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상대적 빈곤율(노인빈곤율)이 2021년 37.6%로 집계됐다. 성별로 들여다보면 남성이 31.3%, 여성이 42.6%로 여성이 높다. ‘노인 인구가 높은 종로구의 상황은 어떻나’라는 질문에 정 구청장은 “노인 빈곤 문제는 우리 구뿐만 아니라 다른 구도 마찬가지”라며 “종로구에선 어려운 어르신을 찾아 구에서 진행하는 정책으로 혜택을 받으실 수 있게끔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로의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이미 종로엔 14만명이 살고 있다. 인구 감소보단 모든 개발이 1990년대 초반에 멈춰 있어 거주지 문제가 있다”며 “젊은 세대들은 살고 싶어도 불편해서 못 사는 거주지가 많은데 요즘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4월 종로는 여성친화 도시 조성의 일환으로 ‘종로 여행(女行)길’ 코스 만들기 사업을 시작했다. 정 구청장은 “종로는 근현대 역사의 중심지였고 대일항쟁기를 비롯해 현재까지도 중요한 역할을 한 여성 인물들이 활동했던 장소”라며 “그러나 많은 여성이 독립운동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다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종로 5가의 ‘김마리아길’처럼 주민들이 종로와 연관된 여성 인물·장소를 발굴하고 탐방하고 있다”며 “여성 독립 운동가를 발굴하고 조명해서 길에 이들의 이야기를 입히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정문헌 종로구청장.
정문헌 종로구청장.

다음은 정 구청장과 나눈 일문일답.

- 성평등 구청을 만들기 위한 복안은.

“저희 구청만 봐도 여성 공무원 비율이 높습니다. 작년 한국여성정치연구소에서 조사한 ‘성평등지수’를 보면 구청 주요부서 여성공무원 비율이 87.5%로 서울시 자치구 중 종로구가 가장 높았습니다. 종로구청은 이미 양성평등한 구청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 시험에서 합격하는 비율도 여성이 월등히 높습니다. 지금 6급 공무원 진급 대상자도 2/3가 여성입니다. 그런데 이같은 현상은 비단 종로구청만의 해당 사항은 아닙니다. 저희가 여성 공무원 비율에서 1위를 해서 먼저 양성평등구청이 됐지만 조만간 모든 구청이 다 이렇게 바뀔 것입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종로구지부와 갈등을 빚었습니다.

“사안의 주요 핵심은 노조전임자의 월급·수당 등의 문제입니다. 휴직하게 되면 급여의 문제가 생기는데 정부의 세금으로 급여를 줄 수 없고 노동조합에서 받아야 합니다. 또 수당이나 호봉, 근평 등의 문제도 발생합니다. 저는 법대로 해야 노조의 투쟁 권위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현행법을 보면 공무원 노조 전임자들은 휴직하게 돼 있으나 휴직하지 않았습니다. 임무에 복귀하라는 권유를 수차례 했지만 복귀하지도 않았습니다. 현행 공무원 노조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죠. 법을 어기는 부분에 대해 법적조치와 내부 징계를 한 것입니다.”

- 임기 내 꼭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문화관광벨트 구축입니다. 그동안 청와대로 인해 서촌과 북촌 사이 통로가 막혔지만 대통령실의 이전으로 이 길이 개방되면서 종로의 문화자산들이 하나의 거대한 ‘문화벨트’ 안에 놓이게 됐습니다. 보행 중심의 문화관광지구를 조성해 지역경제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가고자 합니다. 창신동도 미래형 스마트 도시로 조성하고 싶습니다. 창신동 남측 3만3000여평의 재개발 예정 상업지구를 단일한 계획으로 통합해 효과적으로 시행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첨단 업종의 유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1966년 서울시 종로구 출생으로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정치학 학사, 미국 시카고대학교 대학원 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17·19대 재선 국회의원(속초‧고성‧양양) 출신이다. 청와대 통일비서관·국민의힘 서울시당 종로구 당협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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