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변호합니다]

6월9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펫쇼에서 반려견들이 간식 부스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6월9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펫쇼에서 반려견들이 간식 부스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1500만명에 이른 시대다. 전체 인구의 약 30%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의식주를 위한 관련 제품의 생산과 소비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2015년 1조 9000억원 규모에서 최근 약 4조 5786억원 규모로 커졌고, 매년 평균 14.5%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사료, 간식, 장난감 등 반려동물 자체의 생활과 편의를 넘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치를 위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2027년엔 유아용품 시장보다 반려동물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위한 기본제품, 즉, 건강과 직결되는 의식주 관련 제품 중 안전성 테스트나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도가 결여된 채 시장 논리를 우선시하는 제품이 쏟아지며 그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접수한 반려동물용품 관련 소비자피해구제 사례는 2017년 33건, 2018년 38건, 2019년 47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용품의 안전 품질 기준은 유아용품보다 뒤처진 실정이다. 영유아는 성인보다 자극에 민감하고, 잘못된 제품을 접했을 때 파급력이 더 높다. 유아용품에 대한 품질 및 안전 기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하던 체계 속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는 낮은 채 적정 수준의 안전성과 인증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시장만 커졌다.

첫째, 현 법적 규정이 주로 인간에게 적용되는 식품 및 의약품 기준을 반려동물에 적용하면서 다양한 동물 종의 필요와 특징을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동물들은 서로 다른 생태계를 형성한다. 먹이와 소화 효소 등 여러 측면에서 다른 요구 사항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유칼립투스 성분은 개와 고양이에게 해로울 수 있지만, 사람에게는 안전한 성분일 수 있다. 반려동물은 소화 과정이나 피부의 pH 값 등에서 인간과 다른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반려동물은 다양한 영양소와 미네랄을 필요로 하며, 인간의 식품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영양 부족이나 과다 섭취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인간에게 안전한 성분도 반려동물에겐 독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특정 성분이 개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에게 해롭거나 알러지 반응을 유발할 수 있기에 이를 고려한 안전성 평가가 필요하다.

또 반려동물용품은 인간용 제품과 용도가 다르고, 다른 환경에서 사용된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의 먹이 그릇은 인간 식기와 달리 내구성과 안전성을 갖춰야 한다. 장난감, 켄넬 등 용품도 반려동물의 안전과 건강을 고려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둘째, ‘카피 제품’ 증가로 인한 품질 하락 현상도 두드러진다. 원작자의 의도 및 설계와 상관없이 상품의 주요 모티브를 차용하고 외국공장에서 원가를 낮춰 제품을 제작한 뒤 국내 시장 내 가격우위를 점한 업체들로 인한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강아지 용품 중 중국 공장에서 제작한 인형을 조사하니 납 함유량이 기준치(300㎎/㎏)보다 높은 수치(335㎎/㎏)가 검출되는 일도 빈번하다.

마지막으로, 반려동물용품에 관련한 정부의 안전 규제와 인증 체계가 전무하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국가는 연방 및 중앙정부가 반려동물 연관산업을 관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설단체를 통해 ‘반려동물제품인증제’를 시행하나 체계적이진 않다. 대다수의 반려동물용품이 일반생활용품으로 분류된다. 별도의 법적 근거나 제시기준이 없어 인간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생활용품 대상의 시험 항목과 기준을 준용한다. 이를 담당하는 공적 기관도 없고, 표준화돼 있지도 않다. KOTITI시험연구원이 2022년 7월부터 ‘반려동물용품 및 서비스 분야의 표준화 기반구축’ 과제를 추진 중이나, 외국의 집약적인 기준체계에 비하면 부족한 현실이다.

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생명이라는 점에서 안전성 테스트가 필요하다. 무분별한 상품 복제와 비용 절감 경쟁 속 품질 저하를 막을 콘트롤 타워와 체계가 필요하다. 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무분별한 카피로 시장 전체의 신뢰도와 품질 저하를 유발하는 업체에 대한 제재가 동시에 이뤄져야 반려동물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현서유 변호사.
현서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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