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
여성과학기술인 댄스스포츠 동호회 ‘여걸’
의사·교수 등 20여 명...50~80대 다채
“춤바람 낙인 깨고 건강한 취미 함께해요”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성과총) 내 댄스스포츠 동호회 ‘여걸’ 회원들을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쉼플러스댄스아카데미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단장인 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장, 윤영순 김포뉴고려병원 이사장, 이향애 성북구의사회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성과총) 내 댄스스포츠 동호회 ‘여걸’ 회원들을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쉼플러스댄스아카데미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단장인 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장, 윤영순 김포뉴고려병원 이사장, 이향애 성북구의사회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왼쪽부터) 윤영순 김포뉴고려병원 이사장, 이향애 성북구의사회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왼쪽부터) 윤영순 김포뉴고려병원 이사장, 이향애 성북구의사회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이런 ‘춤바람’은 무죄다. 80대와 70대, 댄스스포츠의 세계에 뛰어든 ‘언니’들을 보며 생각했다. 수줍은 미소도 잠시, 카메라 앞에 서자 손끝까지 살아있는 포즈를 취한다. 반짝이는 술과 스톤 장식이 달린 드레스가 퍽 잘 어울린다. 서로 마주 보는 눈빛이 다정하다.

“제가 이 나이에 혼자 춤을 추겠어요. 후배들이 잘해주니까 그만둘 수가 없지요.”
“‘왕언니’가 중심을 잡아주니 다들 희망이 생겨요. 우리 100세까지 계속 같이 춤춰요.”

윤영순(83) 김포뉴고려병원 이사장의 말에 이향애(77) 성북구의사회 회장이 맞장구를 쳤다. 각각 소아과 전문의와 정형외과 전문의인 두 사람. 댄스복을 입으면 ‘여걸’의 위풍당당한 맏언니들로 변신한다.

‘여걸’은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성과총) 회원들이 2017년 3월 결성한 댄스스포츠 동호회다. ‘여성과총 걸그룹’의 줄임말이다. 2023년 8월 현재 회원 수는 20여 명. 50대부터 80대까지 다채롭다.

춤을 배우면서 건강을 되찾고는 ‘춤 전도사’가 된 백현욱(68) 한국여자의사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모임이다. “제가 춤을 배우면서 자세도 좋아졌고 건강을 많이 회복하면서, ‘좋은 건 같이 하자’는 생각을 했지요. 여성과총 단체장 워크숍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 탄 사람들을 설득해 즉석에서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계속 단장을 맡고 있어요. 춤을 춘 지 한두 달이면 누구나 건강해지고 아름다워지고 표정이 밝아져요. 치매 예방에도 최고지요.”

“저희는 과학 하는 사람들이라 데이터를 중시하잖아요. (춤이 가져온 긍정적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홀딱 반했죠.” 총무인 이영숙 호원대 컴퓨터정보보안학과 교수의 말이다.

“‘여걸’은 일반적인 댄스 동아리와는 달라요. 제가 정말 많이 배워요.” 수업을 지도하는 권민경 강사도 칭찬했다. “어려운 동작도 ‘못한다’며 빼지 않고 ‘해볼게요’라며 재미있어하시고요. 동작 원리를 파고들어 배우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정말 성실하고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분들이죠.”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성과총) 내 댄스스포츠 동호회 ‘여걸’ 회원들을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쉼플러스댄스아카데미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이원아 모자익 대표, 단장인 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장, 윤영순 김포뉴고려병원 이사장, 이향애 성북구의사회 회장, 김성주 가톨릭대 교수, 이영숙 호원대 교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성과총) 내 댄스스포츠 동호회 ‘여걸’ 회원들을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쉼플러스댄스아카데미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이원아 모자익 대표, 단장인 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장, 윤영순 김포뉴고려병원 이사장, 이향애 성북구의사회 회장, 김성주 가톨릭대 교수, 이영숙 호원대 교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토요일마다 서울 송파구의 댄스 스튜디오에 모여 춤춘다. 스텝만 배워선 한계가 있다. ‘댄서의 몸’을 만드는 훈련도 병행한다. 그래야 표현력도 높이고 부상 위험 없이 오래 즐겁게 춤출 수 있다. 남녀가 짝지어 춤을 추는 일반적인 강습 대신, 여성들끼리 번갈아 가며 서로의 파트너를 해 주거나 ‘젠더리스’한 안무를 짜 연습하기도 한다. 지난 12일 저녁 7시. 정기 강습에 참석한 회원들이 편안한 댄스복으로 갈아입고 BTS의 ‘Dynamite’에 맞춰 차차차 스텝을 밟았다. 이외에도 룸바, 파소도블레 등 라틴댄스와 왈츠, 탱고 등 모던댄스 수업이 번갈아 열린다.

댄스스포츠의 세계는 넓고 깊다. 기본기를 어느 정도 닦았다면 취향대로 즐기면 된다. ‘왕언니’ 윤영순 이사장은 모던댄스(왈츠나 탱고)를 가장 좋아한다. 이향애 회장은 절도 있고 강렬한 파소 도블레를, 백현욱 단장은 느리지만 섬세한 룸바와 폭스트롯을 꼽았다.

‘여걸’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오픈파티’를 열어 가족, 친지 등을 초대해 즐거운 춤판을 벌인다. 모두 경쾌한 음악에 몸을 맡기는 ‘제너럴’ 타임을 갖기도 하고, 남자 없이 여자들만의 댄스파티를 열 때도 있다. 1년에 한 번씩 작품 발표회를 열고 각자의 개성 있는 무대를 펼친다. 허리는 나이 들면 속절없이 굽고, 중년의 춤바람은 ‘죄악’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주말마다 꼿꼿한 자세로 경쾌하고 우아한 스텝을 밟는 이 여성들이 신기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왼쪽부터) 이향애 성북구의사회 회장, 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장이 댄스스포츠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왼쪽부터) 이향애 성북구의사회 회장, 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장이 댄스스포츠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춤추는 여성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깨야 한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춤바람’ 걱정에 망설였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까 다들 정말 춤 얘기만 하는 거예요. 그날그날 강습 내용을 복습하고 연습하고, 뒤풀이에서도 춤 얘기를 할 정도로 열정이 가득해요.” (이원아 여성과총 홍보위원장·모자익 대표)

“춤은 컴퓨터 앞에만 있던 우리의 몸과 감성을 깨우는 생활의 활력소에요. 댄스복을 입고 음악에 맞춰 마루 위에서 춤추면서 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김성주 여성과총 홍보부위원장·가톨릭대 교수)

“저는 환자들에게 노화와 치매를 예방하려면 춤을 추라고 권해요. 음악을 듣고 박자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즐겁고 건전하잖아요. 우리가 7년째 주말마다 모여서 춤추는 이유도 그런 거예요. 잘 춰도 못 춰도 얼마나 재미있어요. 가족들도 다들 자랑스러워해요. 윤영순 이사장님 남편분은 멋진 드레스에 사진작가까지 섭외해 주신다니까요.” (이향애 회장)

“춤을 출 때 거울을 보며 늘 바른 자세를 갖추려고 노력하잖아요. 다른 분들의 몸이 변화하는 걸 느끼면서 나의 변화도 실감해요. 댄스스포츠는 정말 과학적인 운동이에요. 발표회에 온 지인들도 부러워하면서 도전해 보고 싶어 하더라고요.” (이영숙 교수)

‘여걸’의 다음 발표회는 오는 2024년 3월 열릴 예정이다. 백현욱 단장은 “50대~60대는 춤추기에 가장 좋은 시기고, 70대도 참 좋다. 80대도 늦지 않았다”고 했다. “‘막내가 대학만 가면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딱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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