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남인숙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12개 단체와 안정적인 소비자 운동 목표
“소비자운동은 여성운동에서 시작”

남인숙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남인숙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1976년 4개의 발기단체를 시작으로 현재는 12개의 회원단체와 전국 194개 지역단체가 함께 소비자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월 22일 선출된 남인숙 회장을 만나봤다. 그는 안정적으로 12개 회원단체와 소비자 운동을 펼쳐나가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명동에서 광화문으로 사옥옮겨
“시대에 맞는 소비자 운동 펼쳐나갈 것”

-임기 기간 중점적으로 이루고 싶은 성과는요.

“취임 때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직원들이 안정감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보다 더 화합할 수 있게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명동에서 20년 동안 활동했거든요. 지난 4월 광화문으로 이사 와서 광화문 시대를 열었습니다. 광화문에서 시대에 맞는 소비자 운동을 펼쳐나가고 싶습니다.”

-소비자 운동에서 여성 소비자의 역할은 무엇인지요.

“소비자의 역할은 모두 같죠. 다만 여성이 소비하고, 물품을 많이 구입하니까요. 한국 소비자 운동은 1960년 전쟁 후에 전사자의 아내를 돌보던 여성 단체로부터 시작이 됐는데요. 소비자 운동은 태생 때문인지 여성이 많이 합니다.”

-소비자, 여성 관련 활동을 많이 하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요.

“제일 잘한 건 한국사회이론학회 회장이에요. 여기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모였고 열린 생각을 했어요. 서로 존중하는 문화여서, 교수들이 자기 제자도 동문이라고 해요. 저는 여성학과 관련해서 많이 글을 썼지만, 다양한 분야를 다루다보니까 사회를 보는 시선이 넓어지고 다양해졌어요.”

남인숙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남인숙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디지털 시대 무인화에 따른
이용 약자 지원은 잘 돼” 평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대선 때 5대 소비자 정책으로 △소비자 피해구제 기금 조성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5G 요금 10% 인하 △실손보험 없는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 마련 △오래 사용할 권리·수리받을 권리 보장 △디지털 시대 무인화에 따른 이용 약자 지원을 제안했다.

-소비자를 위한 5대 정책이 잘 시행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제일 잘되고 있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무인화에 따른 이용 약자 지원입니다. 중앙부처나 지방자치 단체를 비롯해서 교육이나 지원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가계통신비 인하와 관련해서는 소비자 단체들이 모니터링하고 있고요. 오래 사용할 권리, 수리받을 권리 보장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기업도 해답하는 모습이 보이고요. 무인화의 이용 약자 지원은 잘 되고 있고, 가계 통신비 부담 인하도 잘 되고 있습니다. 소비자 피해 구제 기금 조성이나 실손 보험 없는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은 움직임이 없습니다.”

-디지털시대 소비자 주권 확보, 소비자 역량 강화를 위한 활동은요.

“우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지원으로 일하거든요. 청년 소비자 리더가 있어요. 청년 소비자 리더를 교육해서 디지털 취약계층인 고령 소비자를 대상으로 병원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 사용 방법, 디지털 소비자 역량 강화를 위한 봉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대학생을 훈련해서 고령 소비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서 했어요. 올해는 대학생 아닌 청년들, 30대 초반까지의 직장인을 교육해서 하고 있습니다.”

남인숙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남인숙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1970년대부터 물가 관련 소비자 운동”
소비자 역량 강화 돕고 정보제공

-협의회 활동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소비자 운동 사례는요.

“최근에는 라면 가격, 빵 가격 인하에 역할을 한 것을 꼽을 수 있어요. 1970년대부터 전통적으로 계속하는 게 물가 관련한 소비자 운동이에요. 국제 밀 가격이 내려갔는데 밀을 원재료로 한 빵 가격이라든지 라면 가격이라든지 과자 가격이라든지 가격을 내리고 있지 않으니까, 품목별로 근거 자료 제시하고 압박하고 해서 7월에 라면 가격이 조금 내렸고요. 원재료 가격이 인상됐다고 가격을 최종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는데 원재료가 인상된 것보다 더 많이 인상하면 소비자 일상생활에 부담이 커지니까요.”

-소비자 운동에는 AI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장점은 저희가 운동의 전략이나 방향을 계획할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단점은 자율주행 자동차 같은 경우는 안전 문제, 개인정보 문제, 알고리즘 문제 등이 있어요. 소비자 상담할 때 AI는 정답만 주면 끝이지만, 상담으로 이야기를 더 들어주고, 억울함을 해소하는 건 못하는 거예요.”

달라진 디지털 환경 안에서
제대로 된 정보전달 노력

-소비자운동은 과거와 무엇이 달라졌는지요.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이 있어요. SNS나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소비 생활에 따른 문제점들이 많이 있잖아요. 옛날과는 다르게 소비자 운동이 이뤄져야 합니다. 유튜브에도 수많은 정보가 올라오는데요. 제대로 된 정보인지 판별을 해야 해요.

알고리즘으로 소비자가 보는 제품만 계속 보여주기도 하고요. 소비자가 역량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정보를 제공해 주고 그 안에서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소비자 운동의 기본이죠.”

-소비자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해결 방안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의도하지 않게 기업이 윤리 있고 책임 있게 제품을 만든다 해도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고요. 정보 비대칭은 드물어요. 한국은 외국처럼 집단소송제가 없어서 소비자가 입증해야 문제 해결이 되거든요. 한국에는 소비자 분쟁 조정위원회가 있는데요. 집단 소송제가 있으면 이 분쟁이 많이 없어질 걸로 봅니다. 좋은 기업은 소비자가 만든다는 심정으로 우리가 제품을 선택하는데요. 집단소송제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고요. 국회의원들이 움직여야 해요.”

남인숙 회장은 미국 아리조나주립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가르치다가 효성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과 신설로 한국에 왔다. 현재의 대구가톨릭대학교다. 서울에서 강의하다 연이 닿았다. 그는 “우리도 여성학을 원한다고 했어요. 와서 강의해달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남 회장은 학부 교양 과목으로 여성학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남 회장은 강의실이 꽉 찼다고 회상했다. “그때 제가 방송에 많이 나갔어요. 국민 교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어요.”

남인숙 회장은 영남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아나 볼 주립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남 회장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과 전국여교수연합회 창립이사 등을 역임했다. 그는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 위원, 농림축산식품부 축산물위생심의위원회 위원 등도 맡았다. 한국부인회총본부 회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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