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회 두고 남서울지회 신설
‘지회 쪼개기’ 논란 격해지면서
본회-지회·임원들 간 소송 이어져
“관리·감독해야 할 중기부는 방관” 지적도

서울시 강남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건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시 강남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건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회장 이정한, 이하 여경협)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본회와 지회 간 충돌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임원들 간 소송전도 이어지는 중이다. 국가 지원 예산이 100억원대에 이르는 단체지만 내부에선 갈등의 골이 깊다. 관리·감독 의무를 지닌 중소벤처기업부가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1999년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립된 법정단체로, 여성 창업과 여성기업의 경영활동·판로 지원 등 사업을 수행한다. 전국 18개 지회 중 서울지회가 가장 규모가 크다. 2018년부터 ‘남서울지회’ 신설 문제를 두고 서울지회가 반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2018년 8월, 심영숙 현 남서울지회장(교동한과 대표) 등 당시 서울지회 일부 회원들은 ‘지회 확장 및 회원 추가 유치’를 목적으로 한강 이남 지역을 관할하는 남서울지회 설립을 추진한다. 여경협 본회(당시 제8대 한무경 회장)가 그해 9월 이사회에서 남서울지회 신설 승인 신청을 받아들여 남서울지회는 정식 지회가 됐다.

남서울지회 설립으로 회원과 회비 수입이 줄어 운영·재정상 피해를 보게 된 서울지회는 즉각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정관에 따라 지회를 분할 설립하려면 기존 지회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절차가 생략됐고, 남서울지회 등재 회원에 남성, 외국인, 비(非)사업자 등 무자격자가 있어서 이들을 빼면 지회 설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2019년 4월 법원은 서울지회의 손을 들어줬다. 남서울지회 설립 승인은 취소됐다.

남서울지회 설립 시도는 계속됐다. 본회(당시 제9대 정윤숙 회장)는 2020년 ‘정관에 따라 서울지회가 이미 있으므로 관할구역이 중복되는 남서울지회 설립은 불가능하다’며 불허했다. 그러다 돌연 입장을 바꿔 2022년 4월 이사회(제10대 이정한 회장)에서 설립 승인을 결의(찬성 45명, 반대 18명)했다. 서울지회는 그해 5월 다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 나섰다.

한편 본회는 협회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등의 이유로 이웅경 전 서울지회장을 제명했고 다른 서울지회 임원들에게도 자격 박탈·활동정지 등 징계를 내렸다. 이웅경 전 서울지회장은 반발하며 이정한 회장을 고소하는 등 회원들 간 크고 작은 소송도 진행 중이다. 서울지회는 2023년 8월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지회 측은 일련의 사태가 ‘여경협 회장 자리를 둘러싼 파벌 싸움’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2015년 당시 회장 지지 세력이 서울지회장 선거 패배 후 반발하면서 회원들을 ‘갈라치기’하고 남서울지회 설립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또 ‘남서울지회 신설이 협회 정관에 위배된다’는 이사회 판단이 뒤집힌 데에는 다른 내막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지회 관계자는 “막대한 이권이 걸린 여경협 회장직을 일부 인사들이 독차지하려 들면서 단체를 사실상 사유화하려는 상황”이라며 “본회 결정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지회 회원들을 징계하고 지회를 사실상 해체하려 드는 일이 법정단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엄정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할 중기부는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이니 관여할 수 없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본회 측은 남서울지회 신설은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지회가 남서울지회 활동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여러 차례 제기했으나 법원은 정관 유권해석에 따르면 결격사유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정한 회장은 “오히려 서울지회로 인해 협회의 위신이 깎이고 소모적인 소송전이 이어지면서 모두의 손해가 막심하다”고 밝혔다. 

중기부도 감사 결과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고 봤다. 중기부 관계자는 “그간 관련 민원 13건을 접수해 모두 검토·조사하고 답변했다. 소모성 분쟁을 자제하고 원만히 진행하라고 권고하고 있으나 양측이 강경한 주장을 펼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며 “민사소송 진행 상황도 계속 주시하고 있다. 법원 결정이 나오지 않은 사안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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