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수 업무, CEO 제재 깊은 고민 필요”
“거액 횡령 일으킨 경남은행은 최고위층까지 책임 물어야”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계좌개설 사고 감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약차주 지원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약차주 지원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KB국민은행 경영진 제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임직원들의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불공정거래가 일어나긴 했으나, 은행의 본질적 업무가 아닌 부수 업무(증권대행)에서 사고가 일어난 만큼 법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경남은행 경우에는 여·수신 업무 과정에서 장기간 횡령이 일어났다고 보고 경영진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인천 서구 하나금융글로벌센터에서 개최된 ‘중소기업의 ESG 경영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국민은행 임직원이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불공정거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무상증자와 관련된 주식시장의 자금 흐름과 주가 변동 추이를 보면서 일부 내부정보를 이용한 세력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며 “그걸 추적하는 와중에 국민은행의 불공정거래 정황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고위층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조금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자본시장 등 주된 업무가 아닌 상황에서 직접적인 책임을 지주단과 은행장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심도 있게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최고위 책임자에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규를 넘어서서 너무 포퓰리즘적으로 과도하게 제재하는 것은 법률가로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금감원이 검사로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임 절차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국민은행 불공정거래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언론에 공유한 것”이라며 “사회적 파장이나 정무적인 판단을 고려하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액의 횡령이 일어난 경남은행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했다. 횡령 사고를 일으킨 직원뿐 아니라 CEO 등 최고위층까지 제재가 가능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 원장은 “여·수신 업무는 은행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업무”라며 “이 과정에서 거액의 장기간 내지는 반복적인 자금유용이 발생했으므로 당연히 횡령자 본인에 대한 책임은 물론이고 그 관리를 제대로 못 한 경영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남은행이 횡령 조짐을 꽤 일찍 파악했음에도 감독당국에 대한 보고는 지연됐다”며 “감독당국은 법령상 허용할 수 있는 최고의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고객 몰래 1000개가량의 주식계좌를 개설한 대구은행이 향후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심사 과정에 일부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이 원장은 “지금 검사가 진행 중이라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언하기 어렵다”면서도 “시중은행 전환 심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완비, 고객보호 시스템, KPI 적정한 구비 등을 점검 요소 중 하나로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근 일부 증권사의 불공정거래와 관련해서도 “자본시장 관련해 부당하게 이익을 취득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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