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신입공채서 성별 합격선 다르게 조정
남성보다 점수 높은 여성 지원자 92명 서류 탈락
6년 만에 1심 재판 결론, 벌금 500만원 선고

 

2월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에서 열린 '2021 희망일터 구인·구직의날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경기도 수원시청에서 열린 '희망일터 구인·구직의날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신입사원 공채에서 남성을 합격시키기 위해 점수가 더 높은 여성 지원자를 떨어뜨린 신한카드 법인과 인사담당자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2017년 금융권의 조직적인 채용 성차별 의혹이 제기된 지 6년 만에 겨우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유동균 판사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한카드 법인과 당시 인사팀장이었던 이기봉 신한카드 부사장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신한카드는 2017년 9월 ‘2018년 신입 사원 공개 채용’ 당시 1차 서류전형 심사에서 남성 지원자들의 점수를 올려 여성 지원자들을 탈락시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신한카드가 남녀 성비를 7대 3으로 맞추기 위해 점수를 조작해 여성 지원자 92명을 부당하게 탈락시켰다고 봤다. 당초 지원자 중 남성은 2097명(56%), 여성은 1623명(44%)이었지만 서류전형 합격자 중 남성은 257명(68%), 여성은 124명(32%)으로 조사됐다. 이 부사장은 당시 인사팀장으로 신입 공채 과정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1심 재판부는 “사원급 이하에서 남성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을 차별했고 일부 여성 지원자들이 좋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다”며 “신한카드는 전산시스템 개발이나 외부업체 영업, 야간·휴일 근무가 많은 업무가 남성에 적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남녀 고정관념에 근거한 것으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용 과정에서 미리 야간·휴일 업무 가능성을 알리거나 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주는 대안을 고려할 수도 있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신한카드는 2009년경부터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남성을 우대해 신입사원을 선발해왔고, 이 사건으로 문제가 되기 전까진 신입 공채 방식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한편, 남녀고용평등법은 7조 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채용 성차별이 드러나더라도, 처벌 수위는 최대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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