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파행 두고 여권서 “여가부 책임론” 제기
책임론 넘어 부처 폐지론 재점화 분위기도
하태경 “여가부 없었더라면 훨씬 더 잘됐을 것”
이원택 “‘여가부 폐지’ 추진이 잼버리 부실 운영의 배경”
용혜인 “여가부 책임은 윤석열 정부 책임 아닌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7일 오후 전북 부안군 잼버리 프레스센터 브리핑실에서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에 앞서 잼버리 참가 대원들의 비상대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7일 오후 전북 부안군 잼버리 프레스센터 브리핑실에서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에 앞서 잼버리 참가 대원들의 비상대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이하 잼버리)를 둘러싸고 준비 부족, 부실 운영에 대한 논란이 격화하자, 여권에서 “압도적 무능”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며 잼버리 파행의 주된 책임이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에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당 일각에선 이번 문제를 빌미로 여가부 책임론을 폐지론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잼버리의 총사업비는 1171억원에 달한다. 새만금처럼 간척지에서 열렸던 2015년 일본 세계 잼버리 대회 예산 380억원의 3배가 넘는다. 조직위가 밝힌 2018~2023년 사업비 내역을 보면, 야영장 조성에 쓴 돈은 395억원(33.7%)에 그쳤다. 이 가운데 화장실 청소와 관리비용은 겨우 4500만원, 그늘막 설치비용은 1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화장실·샤워실 악취가 진동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폭염 대비를 위해선 7억4000만원을 썼다. 그늘 쉼터 1720곳을 만들고, 참가자들이 먹을 물과 소금을 구입했으나 개영 첫날부터 온열 환자 400여명이 나왔다. 전체 잼버리 예산의 87%에 해당하는 1015억원은 2022년 이후 집행됐다. 

잼버리 주무부처, 여성가족부의 ‘무능’

새만금 잼버리 행사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여가부 장관이 행사 계획과 재원조달 등 대회 준비를 총괄했고, 예산 집행·승인 등의 권한도 여가부가 갖고 있다.

잼버리 행사가 개막 초기부터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 문제가 드러내며 많은 비판을 받자, 대통령실이 여가부를 대상으로 감찰 착수를 검토할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9일에는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여가부의 잼버리 관련 정부 브리핑이 30분 연기되다가 결국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 마련된 임시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전국 8개 시·도가 잼버리 참가자들을 위해 마련 프로그램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여가부는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가 길어져” 브리핑을 취소했다고 설명했으나, 전날까지 새만금에서 매일 브리핑을 진행하던 장관의 갑작스런 브리핑 취소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장관이 전날 브리핑에서의 답변 논란을 의식해 취소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장관은 8일 오후 브리핑에서 잼버리 조기 철수 사태에 대해 “대한민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이라고 답해 논란을 불렀다. 그는 ‘이번 사태가 부산 엑스포 유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부산 엑스포 유치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곧바로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여가부는 지난해부터 대회 준비에 대한 지적이 나왔는데도, ‘대책을 다 세웠다’며 안일하게 대처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3일 한덕수 국무총리도 잼버리 현장에서 안전 문제가 속출하자 김현숙 장관을 향해 “잼버리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키라”며 질타성 지시를 내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록 초유의 폭염 탓이라지만, 현 정부 여당이 잼버리 준비에 좀 더 철저하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권 내에선 잼버리 행사가 마무리되면 김 장관에 대한 경질과 함께 대통령실이 여가부 감찰을 지시할 수 있다는 얘기도 새어나오고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4일 후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현장을 방문해 잼버리공원, 잼버리 영지, 대집회장 등의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여성가족부 제공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24일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현장을 방문해 잼버리공원, 잼버리 영지, 대집회장 등의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여성가족부 제공

정부 책임론엔 선 긋고 ‘여가부 책임론’ 내세워

여권 일각에선 여가부 책임론을 여가부 폐지론으로 확대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권 출범 때부터 내세운 ‘여가부 폐지론’에 다시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8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가부가 없어졌으면 대회도 훨씬 잘 됐을 것”이라며 “여가부는 구조적으로 잘하기 힘든 조직이다. 알바 조직이고 누더기 갈등만 조장하는 조직”이라고 했다. 같은 당 허은아 의원도 6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압도적 무능 증명한 여가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될 자격이 없다”며 “주무 부처로 준비한 이번 잼버리 행사를 통해 (폐지의) 당위성이 고스란히 드러났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9일 한겨레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도 “여가부의 예산 집행 등을 살펴봐 국가적인 행사가 허술해진 배경을 당연히 따져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권은 이번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여권의 여가부 폐지론 제기는 모든 책임을 여가부로 떠넘기려는 프레임 전환용이라고 본다. 정부·여당이 잼버리 파행의 책임 문제를 빌미 삼아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가부 폐지’에 힘을 실으려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7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여가부 장관에 대해 당연히 문책이 있어야 된다”면서도 여가부 장관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없는 구조에 대해 지적했다. 윤 의원은 “김현숙 장관이 공동위원장으로서 주무 부처이긴 하지만, 이 정부 들어와서 여가부를 폐지해야 된다고 계속 논란이 있었지 않았냐”며 “여가부 장관이 리더십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가 없는 구조다. 그런데 김 장관이 다른 부처를 관리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본인이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다가 지금 상황이 터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가부 장관 문책만이 중요한 게 아니고 왜 이 행사가 이렇게 됐는지에 대한 백서를 써야 된다“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당장은 책임을 면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겠지만 정권의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책임들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 본인의 책임이란 것을 똑똑히 말씀드린다”라며 “한덕수 국무총리,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용 의원은 “여가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꼬리 자르기 하려는 시도 역시 시작되고 있다”며 “김 장관의 무능 역시 뼈저리게 평가돼야 하는 부분이지만 더욱 커다란 무능은 애초에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부처에 국제 행사의 총괄을 전부 떠넘긴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여가부 폐지’ 추진이 잼버리 부실 운영의 배경”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 추진이 잼버리 부실 운영의 배경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4일 쿠키뉴스에 “정권 출발과 동시에 ‘여가부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대통령의 특별 지시가 내려진 가운데 ‘잼버리’ 행사 준비가 내실 있게 이뤄질 수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부처가 총력을 다해 준비해도 부족한데 여가부를 폐지해 다른 부처에서 셋방살이시킨다고 하니 초조해 당시 국감 때도 집중해 질의했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25일 여가부 국정감사에서 김 장관에게 새만금 잼버리와 관련해 폭염과 해충 등의 대책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잼버리 대회 준비를 꼼꼼히 체크하고 챙겨야 할 주관부처 수장인 여가부 장관이 취임 이후 여가부 폐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며 “여가부가 폐지되려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게 될 것이고 여가부가 갈팡질팡하다가 대회를 자칫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권은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끝난 뒤부터 준비 부실에 대한 책임 소재를 국회 상임위 등을 통해 따져 묻기로 했다. 먼저 오는 16일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출석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가 그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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