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주최측 행사 준비·무대 점검 확인 안돼
국회의원 신분으로 국방부 압력 행사 말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해 '버터' 공연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해 '버터' 공연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준비 부족과 미숙한 운영으로 논란이 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위해 국방부가 군 복무 중인 방탄소년단(BTS) 멤버를 잼버리 공연에 참가하게끔 도와야 한다는 여당 의원의 주장이 나왔다. 이에 BTS 팬덤 측이 격렬한 반대 의사를 내비치는 와중에 “민주주의 퇴행이자 공권력 갑질”이라는 성명문까지 등장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방부는 BTS가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세계잼버리 대회에서 공연할 수 있게 지원해 주시기 바란다”며 11일로 예정된 잼버리 K-POP 공연에 군 복무 중인 BTS 멤버들이 참가하도록 국방부가 조취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의원은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잼버리는 준비 부족과 미숙한 운영으로 국격이 추락하는 행사였다. 전북도는 물론 중앙정부까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며 “월드컵·올림픽·세계엑스포 등을 치른 경험을 가진 나라로 보기에는 부끄러운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소중한 손님들에게 부족했던 일정들을 대한민국의 문화의 힘으로 채워줄 필요가 있다”며 “그들이 보고 싶고, 듣고 싶고, 추고 싶었던 모든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또 다른 장이 필요한 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부처가 협력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특히 국방부는 K-POP 콘서트에 현재 군인 신분인 BTS가 모두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주시길 바란다”며 국방부의 선제 대응을 촉구했다.

디시인사이드 방탄소년단 갤러리 성명문 ⓒ디시인사이드 게시물 캡처
디시인사이드 방탄소년단 갤러리 성명문 ⓒ디시인사이드 게시물 캡처

성 의원의 주장에 디시인사이드·엑스(X·옛 트위터)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BTS 팬덤의 거센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방탄소년단 갤러리에서는 성 의원을 규탄하는 성명문이 등장하기도 했다.

8일 게시된 성명문에서 이용자들은 “성일종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을 내세워 국방부에 압력을 가하는 작금의 행태야말로 잼버리 취지와 정신에 어긋나는 반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며 “급박한 일정에 맞춰 최고의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 BTS 개개인 멤버들에게 상당한 심적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조직위원회 측에서 이에 대해 얼마만큼의 준비가 있었는지 검증조차 이루어지지 않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철저한 무대 점검을 할 수 있을 만한 시간적인 여력도 없었다”며 “BTS가 정부의 강압적인 요구에 따라 K-POP 콘서트에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퇴행이자 ‘공권력 갑질’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강조한다”고 밝혔다.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BTS 팬으로 보이는 한 사용자가 “BTS가 니들(정부) 소유냐, 깡패짓 하지 마라”라며 “우리가수(BTS) 지켜야 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다른 이용자들도 “BTS가 모란봉악단이냐, 국가전속악단이냐” “BTS를 내버려둬라” 등의 게시물을 올렸다.

BTS는 빌보드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가요계 역사상 전례 없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7인조 남성그룹이다. 현재 진(31·김석진)과 제이홉(29·정호석)은 현재 군 복무 중이며, 남은 멤버들은 개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군 복무 중인 BTS 멤버가 잼버리 K-POP 콘서트에 출연·지원해야 한다는 성일종 의원의 주장에 "소속사와 의논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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