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선 8기 1주년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합심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거점 도약 준비
교통망 확충·배후도시 조성도 추진

스토킹범죄 예방·피해지원 조례 제정
피해자에 임시 숙소·지원 정보 제공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7월27일 용인시청 집무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7월27일 용인시청 집무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용인시가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거점 도약에 나선다.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SK하이닉스가 14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원삼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초대형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뿐 아니라 반도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업이 대거 들어설 예정이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꼽은 ‘민선 8기 출범 1년간 가장 값진 성과’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19대 국회의원을 거쳐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서 공보실장, 인재영입과 대외협력을 담당했다. 2022년 6월 용인시장에 당선됐다.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 현안에 대한 중앙정부·기관·기업의 지원·협력을 적극 끌어내는 리더로 불린다. “6급 팀장, 5급 과장도 제게 와서 ‘여기 연락 좀 해주세요’ 합니다. 실무자들이 직접 하려면 어려워도 제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되는 일들이 있으니, 제게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문화가 마련돼 있어요.”

이 시장은 “국회의원 때보다 50배는 더 힘들다”면서도 “학창 시절 사고 수술 이후 처음으로 수액주사를 맞았다. 시장이 되고 나서 두 번째다. 굉장히 피곤해도 시민들께서 제게 중책을 맡겨 주셨기에 일과 성과로 보답하려 한다”며 웃었다. 

ⓒ용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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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이 들어설 이동·남사읍 일대 전경. ⓒ용인시 제공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이 들어설 이동·남사읍 일대 전경. ⓒ용인시 제공

취임 1년 만에 수도권 ‘철통규제’를 뚫고 초대형 투자를 유치해 주목받았다. 이 시장은 당선 후부터 인수위원회에 반도체 TF를 만들어 삼성전자 부사장, SK하이닉스 부사장 출신 등 전문가들과 전략을 세웠다. 2022년 9월께부터 삼성전자 관계자들을 만나 ‘용인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좋은 부지가 있고, 삼성전자의 용인 기흥캠퍼스에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교통·생활 편의도 높다며 설득했다. 극비리에 추진하다 지난 3월 깜짝 발표했다.

용인은 지난 7월2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반도체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다. 인·허가 타임아웃제가 적용돼 모든 인·허가는 60일 내에 끝난다. 도로·용수·전력 등 핵심 기반시설에 대한 대규모 국비지원, 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생활 편의시설 지원, 특화단지 내 인력양성 지원 등도 이뤄진다.

용인으로 대거 옮겨 올 반도체 기업 노동자들을 위한 교육·문화·행정 인프라도 필요하다. 용인시는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2026년 반도체마이스터고 개교를 목표로 신설을 추진한다. 명지대, 경희대 등과도 협력해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 힘쓸 계획이다. 이 시장은 “국가산단 유치로 용인의 남쪽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반도체 고속도로’ 건설, 경강선 연장(경기 광주시~용인 남사)도 가능성이 커졌다”며 “국토교통부, 이한준 LH 사장에게 신도시급 배후단지 조성이 필요하다며 함께 진지하게 검토하자고 했다. 국가산단 대상지에 510여 가구 주민과 70여 기업들이 있는데, 이들을 위해 합리적인 이주대책과 합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도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시정 구호 ‘함께 만드는 미래, 용인 르네상스’에서 ‘르네상스’의 밑거름이 반도체다. 초대형 반도체 단지에 걸맞게 각종 인프라 구축도 빨라질 것이다. 앞으로 정부와 손발을 맞추고 공직자, 시민들과 힘과 지혜를 모으겠다. 국가산단의 원활한 조성이 대한민국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만큼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

또 다른 하반기 주요 시정 과제로 법적 분쟁으로 20여 년째 표류 중인 역삼구역 도시개발사업 정상화를 꼽았다. “국가산단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역삼지구가 짜임새 있게 개발된다면 배후도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 조합 집행부가 구성됐고, 이번이 용인 최대 난제 중 하나를 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과 힘을 모아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7월27일 용인시청 집무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7월27일 용인시청 집무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젠더폭력 없는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용인시의 노력도 인상적이다. 올해 스토킹 피해자 임시 숙소 지원, 스토킹·데이트 폭력 대응 능력 강화 교육, 보안 물품 및 비상출동 지원, 사건화 전 단계에 예방적 개입·상담 등 젠더폭력 피해지원 사업(‘RE: WITH YOU’)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대책 발표를 기다리기보다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해 100% 시비로 추진 중이다. 앞서 ‘스토킹 범죄의 예방 및 피해자 지원에 관한 조례’, ‘용인시 공공기관 및 공중화장실 등의 불법촬영 예방에 관한 조례’도 제정했다. 

경찰 등과의 협업이 이벤트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도록 용인시안전협의체도 꾸렸다. 범죄 피해자·신고자 정보에 접근 권한이 없는 용인시와, 피해자 지원·예방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찰이 협업해 피해자 지원 실효성을 높였다. 지원 요건 부족 등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 지역 민간기관의 도움을 받는 체계도 갖췄다. 2019년 성평등 정책을 꾸준히 발전시켜나가는 ‘2단계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용인시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경찰동행 전담 상담사 지원, 지역 여성폭력 신고자 조력자 양성, 여성 1인가구 안전 정책 수다회 ‘1로와용’ 개최, 안심택배함 운영 등 사업도 펼쳐 왔다.

매년 시민을 대상으로 벌이는 용인시 사회조사 결과, 범죄안전 환경 평가에서 ‘안전하다’는 응답률은 2018년 19.7%에서 2023년 49.7%로 30%p 상승했다. 이 시장은 공직사회 내 성희롱·성폭력, 재난 대응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또 용인시는 전국 단위 아이돌봄 서비스 제공 기관 평가에서 2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아이돌보미가 만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을 방문해 맞춤형 돌봄 서비스(연 960시간, 중증장애인 자녀는 연 1080시간)를 제공한다. 야간·주말 등 틈새 시간 ‘일시돌봄’, ‘영아 종일돌봄’ 등 수요자 중심 서비스로 호응을 얻었다. 2023년 7월 기준 용인시에서 활동하는 아이돌보미는 241명, 6월 말 기준 933개 가정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아이돌보미 처우 개선을 위해 ‘영아돌봄수당’도 신설했다.

내년 총선 경기도지사 출마설에 대해서는 “호사가들의 하마평”, “제가 지난 1년간 열심히 일했고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평을 받고 있어서 그런 전망이 나오는 듯한데 현재로서는 추측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남은 임기도 초심을 잘 유지하면서 성실히 일하겠다. 성과로 보여드리겠다. 시민들, 공직자들과 함께 용인의 미래를 잘 만들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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