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46층 주상복합 건축 조건부 승인
‘성매매 알선업자 돈 잔치’에
난개발 조장 우려...시민단체들 항의

부산 완월동 폐쇄 및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가 지난 2일 부산시청 앞에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여성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부산 완월동 폐쇄 및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 제공
부산 완월동 폐쇄 및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가 지난 2일 부산시청 앞에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여성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부산 완월동 폐쇄 및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 제공

부산 서구 완월동 성매매집결지 일대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세우는 재개발 사업 계획이 전문가들의 ‘난개발’ 우려에도 시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재개발 이익이 성매매 알선업자들에게 쏠릴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전국 7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부산 완월동 폐쇄 및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는 지난 2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와 서구청이 공익적 관점에서 책임지고 개입하라”고 외쳤다.

부산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는 지난달 완월동 일대에 최대 46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 6개 동을 짓는 재개발 건축 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 앞서 같은 건설사가 지난해 부산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최대 49층 높이 주상복합건물 사업계획을 제출했다가, ‘산과 바다로 이어지는 통경축을 훼손할 수 있으며 준거 높이 변경의 객관적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의견을 받았다. 그런데 올해 고작 3개 층을 낮춘 “꼼수 변경”에도 계획이 통과됐다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건물 외벽 재료, 원주민 통행로 확보 등에 대한 조건만 맞추면 된다.

대책위는 “주변 지역 어디에도 주어진 적 없는 엄청난 특혜 개발을 완월동 성매매 집결지 알선업자들에게 몰아 준 셈”이라며 “성착취 공간이 이제 성매매 알선업자들의 부동산 수익 창출과 투기의 장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시절 시작된 여성에 대한 성착취가 청산되지 못한 채, 알선업자들에 의해 유지돼 온 곳이 바로 완월동”이라며 “정의롭지 못한 일이 일상이 돼 버린 그곳에 또다시 그들만을 위한 개발이 추진되면서 정의롭지 못한 이익을 또 그들만이 가져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 완월동 폐쇄 및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가 지난 2일 부산시청 앞에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여성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부산 완월동 폐쇄 및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가 지난 2일 부산시청 앞에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여성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근 수년간 부산시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불법 건축물 단속 등 행정처분, 성매매 고리를 끊기 위한 성매매 종사자 자활지원 등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비판받고 있다. 2020년 ‘부산시 성매매 집결지 성매매 피해자 등 자립·자활 지원 조례’가 시행됐으나 자세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2022년 부산시의회는 ‘부끄러운 역사를 기록할 수 없다’ 등 이유로 완월동 역사 아카이브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완월동에서 일했다는 한 성매매 여성은 이날 (사)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을 통해 부산시의 개입과 입장문을 발표했다. “여성들을 착취하며 돈을 벌었던 사람들이 이제 재개발로 배를 채운다고 생각하니 억울했습니다. 또다시 여성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쫓겨나야 합니까? (...) 부산시에 여성자활조례가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여성들이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저희가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저희를 도와주세요. 저희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서구 주민 이지영씨는 “완월동은 공권력과 사법기관의 묵인 속에 유지됐고 여성들은 착취당했다. 수많은 남성들의 성구매 천국이 됐고, 불법 성매매 알선, 불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포주들에 대한 단속은 거의 실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완월동 포주들은 처벌의 대상이지 초고층 아파트 건축으로 이익을 보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성착취 피해 여성 자활지원과 업소 주변 주민들을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재개발을 논의하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부산 완월동 폐쇄 및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가 지난 2일 부산시청 앞에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여성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연 후 부산시장과 서구청장에 보내는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부산 완월동 폐쇄 및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 제공
부산 완월동 폐쇄 및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가 지난 2일 부산시청 앞에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여성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연 후 부산시장과 서구청장에 보내는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부산 완월동 폐쇄 및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 제공

대책위는 △완월동 난개발에 부산시와 서구청이 공익적 관점에서 책임지고 개입할 것 △완월동 불법 성착취 영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몰수 추징 이행 △성매매 집결지에서 착취된 여성들에 대한 자활지원대책 수립 △완월동 폐쇄와 재정비를 위한 부산시-서구청 합동 TF팀 구성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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