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중계 대회 규정에 여성 선수 치마 착용 기재
연맹 “다양한 패션 보이려는 의도…성차별 의도 없어”
세계배드민턴연맹, 과거 미니스커트 의무화하려다 철회
최근 올림픽서 원피스·레깅스·반바지 등 다양한 의상 등장

2021년 개최된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8강전에서 대한민국 안세영이 중국의 천위페이를 상대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21년 개최된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8강전에서 대한민국 안세영이 중국의 천위페이를 상대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TV로 생중계되는 배드민턴 대회에서 여자 선수들에게 민소매 상의와 치마 착용을 의무화하려던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가 조사에 들어가자 곧바로 관련 규정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은 올해 초 개최한 연맹리그의 참가 요강에 “여자 선수는 치마를 착용하도록 한다”고 기재하며 민소매 상의 착용도 의무화했다. 이전까지는 여성 선수만을 대상으로 한 규정이 없었다가 올해 이 같은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이에 인권위는 여성 선수에게만 대회 출전 시 치마를 입도록 한 것은 차별이라는 진정을 접수했다. 조사 과정에서 연맹은 해당 규정을 삭제했으며, 여성 선수들은 자율 복장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연맹은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연맹리그의 인기 흥행 요소를 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패션으로 여성 선수들을 돋보이게 해 ‘스타’로 만들고자 감독과의 논의를 거쳐 민소매와 치마를 착용하게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연맹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운 운동으로 비춰지는 테니스의 여성 선수들이 치마를 입고 운동하듯, 배드민턴도 패션적으로 괜찮은 운동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성차별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도 했다.

이란의 소라야 아게히 하지아가는 히잡에 긴팔 상의, 레깅스를 착용한 채 여자 배드민턴 단식 경기에 참가했다. ⓒ뉴시스
이란의 소라야 아게히 하지아가는 히잡에 긴팔 상의, 레깅스를 착용한 채 여자 배드민턴 단식 경기에 참가했다. ⓒ뉴시스

배드민턴 여자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복장 규정 논란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2012년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종목 인기와 기업 지원 확대를 이유로 여자선수들에게 미니스커트 유니폼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설했었다.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BWF는 선수들의 복장을 자유화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각자 활동과 기량, 취향 등에 맞춰 다양한 복장으로 출전한 배드민턴 여자선수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짧은 치마를 비롯해 원피스·레깅스·반바지는 물론 치마바지도 등장했다.

당시 올림픽에 출전한 커스티 길모어(영국)는 “여성들 목소리가 들려서 좋았다”면 “우리가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돼 행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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