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까지 서울 마포구 일대서 개최
개막작은 켈리 라이카트 감독 ‘쇼잉 업’
올해 칸영화제 화제작부터
샹탈 아커만·아녜스 바르다
아니 에르노·제인 캠피언 등 거장 재조명
50개국 131편 상영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자간담회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렸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자간담회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렸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여성영화 축제,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마포구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등지에서 열린다. 50개국 총 131편을 만날 수 있다.

개막작은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쇼잉 업’이다. 2022년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아시안 프리미어로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미국 북서부의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조각가 ‘리지’(미셸 윌리엄스 분)가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며 예술가로서의 삶, 가족, 친구 등 일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는 이야기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쇼잉 업’ 스틸.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쇼잉 업’ 스틸.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라이카트 감독은 ‘웬디와 루시’(2008), ‘어떤 여자들’(2016), ‘퍼스트 카우’(2019) 등으로 주목받는 미국 독립영화 거장이다. ‘쇼잉 업’은 미국의 풍광과 자연, 주변화된 삶과 동물을 주제로 세부적인 연출을 통해 관계의 역학을 탁월하게 표현하는 감독의 장기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작들과 비슷하게 삼아 실제 지역 예술가 공동체의 모습을 자연스레 담으며 창작하는 삶의 여러 면모를 살펴보게 한다.

손시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대단하고 유명한 대가가 아니라, 매일 끈기 있게 작업대에 앉는 평범한 예술가의 이야기가 단단한 울림을 전한다”며 “‘쇼잉 업’을 통해 매일 무언가 만지고, 걷고, 돌보고, 일하는 움직임들로 지켜지는 소박하고도 경이로운 일상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보람 감독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스틸.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김보람 감독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스틸.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카트린 코르시니 감독 영화 ‘귀환’ 스틸.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카트린 코르시니 감독 영화 ‘귀환’ 스틸.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경쟁 섹션은 △올해 영화제 ‘박남옥상’ 수상자인 김보람 감독의 ‘두 사람을 위한 식탁’ 포함, 국내외 여성 감독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 12편을 소개하는 ‘발견’ △아시아 여성 감독 작품 20편을 소개하는 ‘아시아 단편’ △10대 여성 감독의 단편영화 5편을 소개하는 ‘아이틴즈’ 등으로 구성됐다.

전 세계 여성영화의 현재와 최근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새로운 물결’ 섹션에선 신작 총 25편을 상영한다. 파리의 부유한 가정에서 보모로 일하던 여성이 가족이 있는 코르시카섬으로 돌아가면서 드러나는 과거사를 다룬 카트린 코르시니의 ‘귀환’, 세네갈계 프랑스 감독인 라마타-툴레 시의 장편 데뷔작으로 마을의 관습 때문에 사랑의 위기를 맞는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 ‘바넬과 아다마’는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한국에서 제작된 여성감독의 작품, 여성 주제의 영화를 통해 동시대의 담론과 스타일을 조명하는 ‘지금 여기, 한국영화’ 섹션에선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 황윤 감독의 ‘수라’, 곽은미 감독의 ‘믿을 수 있는 사람’, 한제이 감독의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 등 다양한 화제작을 선보인다.

중요한 여성주의 현안이나 주목할 만한 영화적 의제를 제시하는 ‘쟁점들’ 섹션은 올해 ‘이미지, 저항의 기술’이라는 주제로 여성과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돌아본다. 아랍권 여성 감독으로서는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영화를 상영한 헤이니 스루르 감독의 ‘해방의 시간’. 방대한 비디오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1990년대 한국 여성이 겪은 폭력의 실체에 주목한 정재은 감독의 ‘KBS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짐승’ 등을 만날 수 있다.

1993년 피해자의 고발로 알려진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 등을 다룬 정재은 감독의 ‘KBS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짐승’ 스틸.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1993년 피해자의 고발로 알려진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 등을 다룬 정재은 감독의 ‘KBS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짐승’ 스틸.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한제이 감독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 스틸.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한제이 감독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 스틸.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샹탈 아커만 감독 영화 ‘잔느 딜망’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샹탈 아커만 감독 영화 ‘잔느 딜망’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전 세계 퀴어영화 신작을 만날 수 있는 ‘퀴어 레인보우’, 지난 여성영화제와 여성영화사를 돌아보고 걸작들을 재조명하는 ‘리:디스커버’(RE:Discover) 특별전도 열린다. 1970년대 페미니즘 영화의 역작으로 불리는 샹탈 아커만 감독의 ‘잔느 딜망’, 사회적 통념상 인정받기 어려운 사랑의 감정에 빠져드는 중년 여성의 심리와 여성을 둘러싼 관습적 편견을 세심하게 그려낸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아무도 모르게’ 등을 만날 수 있다.

여성 예술가의 삶과 초상을 담은 ‘예술하는 여자들, 외침과 속삭임’ 특별전도 열린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 가족의 1970년대 홈비디오 영상을 재구성한 다큐 ‘슈퍼 에이트 시절’, 여성감독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제인 캠피온 감독의 영화 세계를 집중 탐구하는 ‘제인 캠피온, 시네마 우먼’ 등 다큐 영화 9편을 소개한다.

한국 여성감독 1세대인 박남옥·홍은원 두 감독의 영화적 유산과 당대 여성영화 개척사를 돌아보는 ‘박남옥 탄생 100주년: 여성감독 1세대 탐구’ 특별전도 열린다. 박남옥 감독의 데뷔작이자 유일한 연출작 ‘미망인’(1955), 홍은원 감독의 데뷔작 ‘여판사’(1962) 등을 선보인다.

지난 1월 타계한 배우 고(故) 윤정희를 추모하는 특별 상영도 열린다. 대표작 중 하나로 주체적인 여성의 욕망을 담아내는 ‘야행’, 유작인 ‘시’를 통해 다채로운 여성상을 연기했던 배우의 세계를 기억한다.

올해 영화제 홍보대사로는 ‘퀸메이커’, ‘마인’, ‘경이로운 소문’ 등에서 활약한 배우 옥자연이 위촉됐다.

이숙경 집행위원장은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이숙경 집행위원장은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올해 영화제 슬로건은 ‘우리는 훨씬 끈질기다’다. 이숙경 집행위원장은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놓고 힘내자는 말보다 더 위로가 된다고 생각했다. 친구에게 안부를 건네듯 관객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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