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의 성추행 신고 상부 보고한 공군 소령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하고
중령 진급 박탈...4년간 수사·재판 시달려

인권위, 공군·국방부에 시정권고
”성추행 신고 보복·2차 피해 인정“

ⓒ대한민국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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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의 성추행 피해 신고를 윗선에 보고했다가 ‘상관 명예훼손’, ‘무고’ 혐의로 고소당하고, 약 4년간 소송에 시달리며 2차 가해를 겪은 공군 장교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를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국방부와 공군에 당시 조치를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27일 인권위에 따르면, 2019년 5월 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장교 후보생들에 대한 정식 명찰 수여식에서 남성 A대령(전대장)이 갑자기 여군 후보생들의 가슴에 직접 명찰을 달았다. 불쾌함을 느낀 후보생은 상관인 B소령(대대장)에게 성추행을 겪었다고 보고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A대령은 B소령의 직속상관이라, B소령은 절차대로 차상위 상급자인 C준장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C준장은 A대령에게 성추행 신고 접수 사실을 유출하고 보고자가 B소령이라고 밝혔다.

A대령은 ‘B소령이 성추행 사건 신고를 조작했다’며 상관명예훼손 및 성추행사건 무고교사 혐의로 B소령을 고소했다. 공군 군검찰은 그해 9월 B소령을 ‘상관명예훼손 및 상관모욕’ 혐의로 형사기소했다. 원래 중령으로 진급할 예정이었던 B소령은 이 때문에 진급 무효 인사 명령을 받았다. B소령이 형사재판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공군은 기소휴직 처분도 내렸다.

대법원까지 간 결과 B소령에 대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나 공군은 B소령의 중령 진급일을 원래 진급 예정일인 2019년 10월로 소급하는 인사명령을 하지 않았다. B소령은 예정보다 3년 늦은 2022년에야 중령이 됐다.

또 B소령은 기소휴직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가 2심에서 패소했는데, 공군은 B소령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했다. B소령은 자신이 성추행 사건을 보고했다는 이유로 보복과 조직적 2차 가해를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인권위는 “A대령이 B소령을 고소한 것은 성추행 사건을 보고한 데 대한 보복 행위로 여겨진다”며 “수사·재판 과정에서 B소령이 겪은 정신적·경제적 피해는 성추행 사건 보고자로서 입은 ‘2차 피해’이자,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을 심대하게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B소령의 중령 진급 일자를 원 진급 예정 일자로 정정하고, 기소휴직 처분 취소소송 비용 청구도 철회하라고 권고했다. “B소령에 대한 진급무효 인사명령은 무효이고, 당초 인사명령에 따라 2019년 10월1일 중령으로 진급했고 봄이 타당하다”, “B소령이 기소휴직 기간 중 겪은 정신적·신체적·경제적 고통 등을 고려할 때, 공군참모총장에게 진정인에 대한 소송비용 청구 철회를 검토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인권위는 국방부에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군인사법 시행령을 “형사사건으로 기소돼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당초 진급 예정자 명단에 등재된 순위에 따라 진급 발령하되, 그 순위가 지났을 때는 당초 진급됐을 날짜로 소급하여 진급 발령한다”로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공군 참모총장에게는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군 인권업무 종사자(검찰, 수사, 법무, 감찰, 인사 등)를 대상으로 ‘2차 피해’ 예방 등에 관한 인권교육을 하라고 권고했다.

한편 공군검찰은 A대령의 성추행 혐의를 조사한 결과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결정했다. ”다소 부적절한 측면은 있으나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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