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남성 유저들 거세게 항의하자
반나절만에 여성 직원 '해고' 결정

게임 '림버스 컴퍼니' 제작사 '프로젝트 문'의 입장문. ⓒ프로젝트 문 계정
게임 '림버스 컴퍼니' 제작사 '프로젝트 문'의 입장문 일부. ⓒ프로젝트 문 계정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 제작에 참여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과거 불법촬영 규탄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페미니즘 후원 티셔츠를 입었다가 게임업계에서 퇴출당한 여성 성우 사례에 이어, 수년간 계속되는 게임 산업 내 ‘페미니스트 사상 검증’으로 여성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앞서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여성 캐릭터가 여름 이벤트에 비키니를 입지 않고 해녀 복장을 입고 나왔다’며 ‘담당 일러스트레이터가 메갈(페미니스트)일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삽화를 그린 사람이 남성으로 밝혀지자, 사용자들은 화살을 다른 여성 스토리 일러스트레이터에 돌렸다. 이들은 해당 직원의 입사 전 개인 SNS 행적을 문제 삼았다. 2018년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불법촬영 규탄 시위를 지지하는 글을 작성하고 ‘남성혐오’ 표현에 동조했었다며 ‘남성혐오자’로 낙인찍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지난 25일 이와 관련해 대표와 면담하겠다며 본사 사무실로 찾아가고, 고의로 낮은 별점을 주는 ‘별점 테러’ 등을 하며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게임 제작사 ‘프로젝트 문’ 김지훈 대표는 지난 25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사내 규칙에 대한 위반이 발생한 건이기에 논란이 된 직원분과의 계약은 종료될 예정”이라며 “메인 UI에서 해당 작업자 분의 이미지는 시간을 들여 교체해 가는 것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사측 대처가 사상 검증에 의한 ‘부당해고’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악의적인 비난으로부터 직원을 지켜야 할 회사가 문제가 제기된 지 단 몇 시간 만에 해당 직원을 해고하는 결정을 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26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가 및 리뷰 란에는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를 자른다니 대처에 실망이다” “앞으로 이 회사 게임은 다시는 안 할 것 같다” “사상검증하는 최악의 게임사” “스토리의 5할을 차지하던 사람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해고. 직원 꼬리 자르는 회사” “직원 보호 안 하는 게임회사 어떻게 믿고 애정을 주냐” 등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해외 사용자들도 SNS에 올라온 사측의 입장문에 댓글로 반대 의견을 표했다. “끔찍하다” “다시 생각해봐라” “프로젝트 문을 보이콧하겠다” “사무실 침입은 범죄다. 떼쓰는 범죄자 말을 들어주는 거냐” 등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지난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게임업계에서 여성인권과 관련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가 부당한 대우를 당한 여성 노동자가 최소 14명에 달한다. 업무 분야는 성우, 일러스트레이터, 캐스터, 보컬리스트, 번역자 등 전 영역에 걸쳤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게임업계의 이른바 '페미니즘 사상검증 해고'는 차별이라고 밝히며 게임업계 내 여성혐오를 근절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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