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과 코로나19 대유행,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규제, 중국의 정찰풍선 등으로 계속됐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나라가 경제적인 제제와 보복을 계속하고 있지만 대화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인들이 지난 봄 잇따라 중국을 방문한데 이어 외교, 경제 장관들도 중국을 방문해 중국 최고지도자 등과 대화를 했다.

미국은 중국의 확장정책을 견제하면서도 두 경제대국의 갈등이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블링컨 "중국과의 갈등 누구에게도 득이되지 않는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방중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방중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과 갈등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며 관계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각) CNN에 출연해 중국과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미중 양국)는 관계를 안정시키고, 우리가 처한 경쟁적 상황이 갈등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갈등은 우리에게도, 그들(중국)에게도, 다른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19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면담했다. 

시 주석은 “두 나라가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는 것에 인류의 미래와 운명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시 주석에게 미국과 중국이 책임감 있게 관계를 관리할 의무가 있고 세계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사말을 전한 뒤 “미국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체제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동맹관계를 강화해 중국에 반대하지 않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중국과 충돌한 의사가 없다”고 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지난 7일에는 제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다. 옐런 장관은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승자 독식이 아니라 공정한 일련의 규칙 아래 시간이 지나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건전한 경제 경쟁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당국자는 아니지만 올해 100세의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지난 20일 중국을 방문했다. 미국 정부가 공식 파견한 인사가 아닌데도 시진핑 주석이 직접 만나는 등 정중하게 대접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는 대변인은 "키신저의 여행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 자신의 의지로" 그 곳에 있었고 미국 정부를 대신해 행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BBC는 미 국무부가 키신저의 여행을 알고 있었으며 "미국은 키신저의 외교적 지혜가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재계 거물들의 중국 행렬 

테슬라 중국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함께 기념 촬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머스크 트위터
테슬라 중국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함께 기념 촬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머스크 트위터

일론 머스크, 제이미 다이먼 등 미국의 경제 거물들은 앞서 중국을 방문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 5월 말 중국을 방문했다. 5월 30일에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났고, 31일엔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진좡룽 공업·정보화부 부장을 만났다. 그는 중국 관료를 만나는 자리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머스크는 30일에 중국의 배터리 업체인 CATL 쩡위친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CATL과 합작해 미국에 배터리 제조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테슬라는 미국에서 모델Y와 모델3 일부 차종에 CATL의 배터리를 공급받아 쓰고 있다. 이 배터리는 중국에서 생산된 탓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상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제이피(JP)모건 회장도 5월 말에  중국을 찾았다. 중국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면서도 중국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이먼 회장은 “시간이 갈수록 중국과 무역이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중국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 메리 배라 회장도 중국을 방문해 상하이 당서기와 만나 현지 투자 계획을 논의했다. GM은 중국에서 15개 이상 전기자동차 신규 모델을 출시하고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능력을 100만 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에서 애플의 존재감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스타벅스의 랙스먼 내러시먼 신임 CEO도 지난달 30일 중국에 도착해 "중국이 스타벅스의 최대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25년까지 중국 전역에 9000개의 매장을 열겠다는 계획을 밝힌 내러시먼은 "이는 이정표에 불과하다"면서 중국 투자 확대를 공언했다.

갈등 와중에도 미중 교역량 최대

중국 상하이항 컨테이너부두 ⓒ상하이항 홈페이지
중국 상하이항 컨테이너부두 ⓒ상하이항 홈페이지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제재와 중국의 보복 등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의 교역은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과의 상품 무역 규모는 6,807억 달러로 2018년 6,635억 달러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은 623억5680만 달러,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1686억3120만 달러로 교역규모는 2309억9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830억7650만 달러보다는 520억7950달러(18%) 줄었다. 지난해 1~5월 미국의 중국 수출은 6023억7800만달러였다. 교역규모는 줄었지만 올해 수출은 더 늘었다.

중국과의 교역규모는 올해 5월까지 미국 전체 교역액 2조1265억100만 달러의 11%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실적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이다.

올해 2분기 테슬라의 중국 시장 매출은 57억3100만 달러(약 7조327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 51.3% 늘었다.

2분기 테슬라의 최대 판매국인 미국 시장 매출은 113억3200만 달러(약 14조4880억원)로 17.9%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중국 시장 성장세가 가팔랐다고 볼 수 있다.

테슬라는 중국 전기차 전체 판매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테슬라 공장은 전세계 테슬라 공장 생산량의 20%를 점유하고 있다.

애플의 올해 1분기에 애플은 처음으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20%)를 차지했다. 비보(18%), 오포(16%), 아너(16%)를 제쳤다. 한때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는 삼성전자의 자리였다. 지금은 점유율 0%대로 존재감을 잃었다.

"디커플링은 미국 중국 모두에게 재앙적"

[베이징=AP/뉴시스] 재닛 옐런(왼쪽) 미 재무장관이 7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리창 총리에게 미국은 중국과 건전한 경쟁을 추구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베이징=AP/뉴시스] 재닛 옐런(왼쪽) 미 재무장관이 7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리창 총리에게 미국은 중국과 건전한 경쟁을 추구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제이 샴보 미국 국제문제 담당 차관은 26일(현지시각)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확보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표적 행동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지만 양국은 글로벌 도전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샴보 차관은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준비된 증언에서 경제적 탈동조화(decoupling)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재앙적"이며 달성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필요할 때 국가 안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련의 도구를 사용할 것이다. 국가 안보 위험으로부터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동시에 오해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우리의 입장과 의도를 중국에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임무다" 라고 밝혔다.

샴보 차관은 샴보는 "분명히 얘기하지만 국가 안보 조치나 다각화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디커플링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양국에 이익을 주고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지원하는 공정하고 건강한 경제 관계를 추구한다"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이달 초 베이징을 방문해 소통을 재개하고 중국 경제 지도자들에게도 같은 주장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샴보 차관은 "두 경제 대국이 많은 문제로 갈등을 겪었지만 엘런의 중국 방문으로 '확실한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밀당

[워싱턴=AP/뉴시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워싱턴=AP/뉴시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미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안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오스틴 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 장관의 회동을 제안했으나 중국이 거절했다.

CNN은 "최근 몇 주 동안 베이징을 방문한 세 명의 미국 고위 관리들은 도전적인 브리핑을 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결과적이고 논란이 많은 양국 관계를 안정화하는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CNN은 코로나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 무역 및 기술, 인권과 관련된 긴장으로 흔들린 미중 관계가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발리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대화를 회복하려는 노력은 올해 초 미국 상공에서 격추된 중국 감시 풍선과 함께 침몰해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블링컨과 옐런의 중국 방문은 악화된 관계를 복원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중국은 고위급 군사 대화를 복원하려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다. 매년 6월쯤 열리는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미중 장관이 군사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에는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은 올봄 미국의 국방장관 회담 요청을 거절했다. 리상푸 국방부장(장관)은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을 만나는 것으로 군사 대화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민간인은 중국 국방부장을 만날 수 있는데 미 정부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이 두 강대국 사이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중국과의 '소통라인'을 강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블링컨은 "이전에는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다. 지금은 하고 있다. 우리는 별개의 문제에 관여하고 있거나 참여하려고 하는 다른 그룹이 있다.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CNN은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의에서 바이든·시진핑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으며 앞으로 몇 주안에 중국의 고위급 당국자가 미국을 방문할 지도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외교 사령탑이었던 친강 전 외교부장이 한 달 동안 잠적해 미국과의 대화채널 복원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중국은 최근 왕이 전 외교부장을 복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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