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개 여성시민단체 모인 강간죄개정연대회의
25일 국회 기자회견… 강간죄 개정 촉구
현행법상 ‘강간죄’는 폭행·협박이 있어야만 인정된다. 여성단체는 실제 성폭력으로 신고된 사례 중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었던 경우는 10% 미만이라며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여부’로 개정하라”고 국회와 정부에 요구했다.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와 여성시민사회 243개 단체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현 정부의 강간죄 개정에 관한 태도가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초 여성가족부가 ‘비동의강간죄’ 도입 계획을 발표했으나 법무부가 반대 의견을 제출하며 무산된 바 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5년간 다섯 차례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여부’로 바꿀 것을 권고했지만 우리 정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의견을 표했다.
그러면서 “70년의 시간 동안 변한 것은 ‘정조에 관한 죄’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 ‘부녀’가 ‘사람’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상대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만 강간죄가 성립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간을 둘러싼 법과 현실의 괴리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 경험이 있는 여성 중 폭행과 협박이 수반된 경우는 전체 중 10% 미만에 불과했다. 전국 66개 성폭력 상담소의 상담사례 분석에 따르면 직접적인 폭행·협박 없이 발생한 강간이 전체의 71.4%에 달했다.
‘가장 보통의 준강간 사건’ 피해자(대독)는 “거듭된 거절을 가해자는 철저히 묵살했고, 반항 행위는 허무할 정도로 가볍게 제압됐다”며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기에 강간죄로는 기소가 되지 않았다. 더 거세게 저항해서 한 대라도 맞을 걸, 그랬으면 혹시 결과가 달라졌을까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고 호소했다.
이어 “만약 강간의 구성요건이 동의여부였다면 가해자는 합당한 처벌을 받았을 것이고, 저는 훨씬 전에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저와 같은 경험을 하는 이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비동의강간죄’는 꼭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대회의는 “동의는 이미 모두의 상식이 됐다. 가해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피해자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강간죄를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형법 제297조 강간죄를 개정하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