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보신각 앞 초등교사 집회
초등교사 등 5000여명 추모 물결
“한 학기 받은 민원 너무 많아 셀 수 없어
정신 차려보니 정신과 상담 예약
어떤 직업이 카톡 프로필 검열당하나...
갑질에 교사 보호하고 악성민원 엄벌해달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저는 대한민국의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아이들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 교직에 섰습니다. 그런데 생존의 위협이 제 꿈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교사들이 더 이상 생명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공교육정상화를위한전국교사일동은 지난 18일 발생한 초등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정부에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었다.

당초 주최 측은 200여명의 초등교사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해 보신각 앞으로 집회를 신고했으나, 현장에는 초등교사를 비롯해 유치원 교사, 중·고등학교 교사, 교육학과 교수, 예비교사, 학부모 등 5000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보신각 사거리 인근 인도 전부가 추모의 물결로 가득 찼다.

이들은 검은색 마스크와 옷을 착용한 채 ‘교사 처우 개선하라’, ‘교사 생존권 보장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다시는 교사가 아이와 학부모에게 괴롭힘 당해 사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참가자들은 사망한 초등교사를 추모하며 묵념했다. 곳곳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눈시울이 붉은 이들도 많았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자유 발언에 나선 초등교사 A씨는 “제게 첫 학부모 상담은 상담 시간이 아니라 민원 시간이었다. 부부 둘이서 찾아와 남의 아이 잘못만 이야기하는 그들을 보면서 퇴근시간을 훌쩍 넘겨서도 듣기만 했다”며 “초임인 제게 학교폭력이 터진다는 것이 두려워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해서 학교폭력으로 번지지 않을 수 있다면 이 정도는 들어줘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담임을 맡는 동안 학부모에 △내 아이를 괴롭힌 아이는 철저히 사회적 매장을 당해야 한다는 항의 △현장체험학습 장소가 이상한 단체와 관련된 것 같다며 장소 교체 요구 △학부모가 답사에 동의 없이 따라와 교사 도촬 △동학년 교사가 아이를 왕따시킨다며 교장실 방문 △우리 아이를 괴롭힌 아이를 찾아가 때릴 수 있다며 폭력 예고 등의 민원을 받았다.

이어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에게 성희롱을 하는 것을 듣고 소리를 질렀더니 아동학대로 민원을 받았다”며 “수업 연구는 뒷전이고 민원 처리반이 된지 오래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온전히 수업 연구에 쏟은 지가 언젠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A씨는 “한 학기 동안 받은 민원은 글로 다 적지 못할 정도로 너무 많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웃음기가 사라진 채 영혼도 썩어가는 느낌으로 교직 생활을 이어갔다”며 정신을 차려보니 정신과 상담을 예약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 어느 직업이 퇴근 후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욕먹고 카카오톡 프로필까지 검열을 당하냐. 아이들이 권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본인의 의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갑질로 인한 정신적 피해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해주고 악성 민원을 엄벌해 달라”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이어지는 자유발언에서도 “서이초등학교에서 사망한 교사가 내가 될 수도 있었다. 지금처럼 교사를 보호하는 장치가 전무한 상황에서는 또 언제 동료 교사가 사망할지 모른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6년차 교사 B씨는 “교권 침해는 소수의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라 어느 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일이다. 언론에서도 각종 갑질 사례가 나오는데도 제도적으로 교권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오래동안 대책을 내놓지 않아왔다고 지적했다.

B씨는 이번 사건을 보며 “역시 아이들은 맞으면서 커야 한다”는 이들에게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생 인권이 중요한 만큼 교사의 인권도 중요하다. 이번 일이 분노와 슬픔, 좌절이라는 감정으로 끝나지 않도록 나라에서 제도적으로 교권을 보호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이번 집회를 주최한 공교육정상화를위한전국교사일동은 전국 교사 27명이 교사 커뮤니티를 통해 자발적으로 결집한 단체로, 어떠한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집회를 계기로 교사보호 제도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길 바라며 집회 후 후속 행사 없이 해산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교사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한 가운데, 전국의 교사들이 보신각 광장에 모여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사 인권보호 제도화를 촉구했다.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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