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여성민우회 언론보도 모니터

“정부 체면상 공식적인 양성화가 뭣하면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핑크 존'정도는 묵인하자. 사회적 격리 및 감시차원에서라도 필요하다. 묵인도 때로는 훌륭한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정책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무차별적인 단속을 벌여 주택가로, 음성화로 더 부채질하고 있는 꼴이다. 더구나 성매매의 뿌리가 경제적 동인임에도 불구하고 여성권익 중심의 명분론으로 흘러가고 있는 게 문제”(중앙일보 10월 19일자 칼럼 '무책보다 못한 정책')

“사람이 정욕을 누르지 못함을 말과 원숭이에 비유한 '의마심원(意馬心猿)'이라는 말도 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성 풍조가 아무리 개방적이라 해도 연인에게서 사랑과 욕구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총각은 많지 않을 것”(조선일보 10월 14일자 만물상 '총각들의 저녁식사')

최근 성매매방지법 시행 한 달을 맞아 언론이 법의 취지를 흐리고 여론을 '호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은 중앙 일간지들이 보도한 성매매방지법 시행 관련 기사를 분석, 이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언론의 '법안 물타기''법안 흔들기'는 '동아일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언련 김은주 협동사무처장은 25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성매매방지법의 올바른 시행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동아는 5회 연속 기획기사를 싣는 등 보도량이 타지에 비해 월등히 많았지만 그 내용의 대부분이 업주들의 단속피하기 실태나 음성화 사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비롯해 성파라치의 부정적인 면 등을 집중적으로 부각해 법안에 대한 반대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 '조선일보''중앙일보' 역시 “법안의 실효성을 의심하거나 성구매가 불가피한 것처럼 보도하고, 법안이 시행되는 과정에서도 '풍선효과'나 미국 금주법의 실패를 들며 법안을 사문화하는 데 앞장섰다”고 김 사무처장은 밝혔다.

그는 나아가 이들 언론이 “'호남권·집창촌 주변상가 붕괴 도미노, 전주 선미촌 등 폐업 속출'(경향 10월 7일), '성매매업으로 숙박업 부실채권 늘어'(중앙 10월 12일), '위기의 제주관광 회생대책 있나'(동아 10월 16일) 등 집창촌 근처의 경제적 타격을 부각시켜 '상권붕괴''붕괴도미노''불황''폐업'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성매매방지법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선정적으로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외국인 대학강사 아파트서 성매수'(조선 10월 7일), '대학 기숙사서도 출장윤락, 대전 마사지업주 구속'(경향 10월 2일) 등 기숙사, 주택가, 인터넷, 원정매춘 등을 보도하며 성매매법 때문에 집창촌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반면 성매매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목소리나 법안을 환영하는 목소리는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법 시행 이후 25일간 방송의 보도태도를 모니터한 결과 “방송 3사가 모두 성매매 여성들의 시위장면과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장면을 연속 편집함으로써 '공권력과 성매매 업주와의 대립양상'이 아닌 '성매매 여성과 여성단체(시민단체)의 대립양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방송 모니터에서는 기자를 포함한 방송관계자들의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사전지식 부족으로 홍보가 미흡했고,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대책 마련, 교육을 통한 사회전반의 의식개혁,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 및 확대 등의 사회적 의제를 제공하는 기능이 미흡했다는 지적 등이 제기됐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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