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 지자체 성평등 정책의 퇴행 실태 발표
부서명칭서 ‘여성’ 삭제되고 사업 예산 삭감
민선 8기 “분열과 불통... 교묘한 퇴행” 평가
성평등 강화 위해 여성운동 투쟁·개입 중요
“여가부 및 성평등 추진체계 기능 강화해야”

한국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김민문정, 이하 여성연합)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지자체 성평등 정책의 퇴행 실태를 발표했다. ⓒ이수진 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지자체 성평등 정책의 퇴행 실태를 발표했다. ⓒ이수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한 지 1년이 지났다. 여가부 폐지안은 삭제됐지만, 윤 정부의 ‘여성가족부 무용론’ 기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여성 관련 정책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김민문정, 이하 여성연합)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민선 7기와 8기의 성평등 정책과 예산의 변화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성평등 정책의 퇴행 사례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김민문정 여성연합 상임대표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이후 지역 성평등정책 현황 분석 및 시사점을 발제했다.

민선 7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성평등 추진체계 퇴행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성평등정책 전담부서 위상 격하 또는 조정 △성평등정책 조직 이름에서 ‘여성’ 삭제 △효율과 예산 절감 미명 하에 성평등정책 연구기능 축소‧약화 등이다.

‘보건복지여성국’ → ‘복지국’ 개편, 성인지정책담당관은 폐지

민선 8기에는 강원도, 대전시, 경상북도에서 이같은 퇴행이 이어졌다. 강원도는 기존 ‘보건복지여성국’이 ‘여성’을 삭제한 ‘복지국’으로 개편돼 전담부서의 위상이 ‘과’ 수준으로 격하됐다. 대전시도 이와 유사하게 기획조정실 내 성인지정책담당관을 폐지하고 복지국 산하 여성가족청소년과로 개편했다.

지역의 성평등 정책 연구기능도 축소됐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대구시, 울산시, 충청남도 등에서 지역 여성가족 연구 기관을 지역 사회서비스원, 청소년 또는 평생교육 기관 등 설립 목적과 비전·기능이 다른 조직들과 통폐합하는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청년여성 일자리 예산이 사라지거나 양성평등기금이 폐지된 지자체도 있었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해 대비 예산은 증가했지만, ‘여성사회참여확대’ ‘여성권익 증진’ 사업 예산은 약 26억원, ‘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충청북도도 지난해 대비 예산은 약 18% 이상 증가했으나 ‘여성인적자원개발’ 예산이 감소하고 ‘청년 여성일자리’ 관련 사업들이 사라졌다. 대구시는 ‘여성정책 및 사회참여 확대지원’ 사업 예산이 33% 삭감됐고, 양성평등기금은 아예 폐지됐다.

시민사회가 지적해도 일방통행”… 조례 집행 책임성 강화 필요

전한빛 대전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민선 8기 대전광역시의 행보가 “분열과 불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전시가 다양한 시민의 참여를 제한하고 선거를 도왔던 우호세력에 사업을 몰아주는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작년 11월 청소년 대상 순결성을 강조하는 ‘성품성교육’을 실시해 온 반인권단체에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을,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단체에는 대전시인권센터를 수탁했다”고 지적했다.

김예민 대구여성회 대표는 민선 8기 대구광역시의 성평등 정책을 ‘교묘한 퇴행’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비가시화 전략’으로 멀쩡하게 여성 권익 증진, 젠더폭력 상담 등 여성정책을 수행하던 여성회관과 동부여성회관을 시민들 눈에 보이지 않게 치워버렸다”며 “목적은 잘 모르겠지만, 결과와 피해는 여성과 시민들이 고스란히 받아 안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김민문정 대표는 쇠퇴하는 지역 성평등정책 강화를 위해 여성운동의 투쟁과 개입,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에 관한 조례’의 집행 책임성 강화 △‘성별임금격차 개선 조례’ 제·개정 △지역 고유의 독립적인 성평등 정책 전문 연구·조사기관 기능 복원·강화 △성평등정책 추진체계 총괄·조정 기능 강화 및 여성가족부 역할 강화 등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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