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취임 1주년 성과, ‘AI 국회’ 초석 놓아
성평등 철학…‘워킹맘’ 용어 없어져야
“의원·도지사로 국정 살펴…‘국가 설계’하고파”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은 교육·공간·디지털 혁명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설계하고자 한다.

취임 1년을 맞는 이 사무총장은 ‘국민께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14일 여성신문과 만나 소회를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1년을 일했는데 아직 국민의 80%가 국회에 대해 따가운 회초리를 들고 계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크게 기여한 것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면서도 “국회를 생산성 높은, 미래를 만드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큰 성과론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국회’의 초석을 닦은 것을 꼽았다. 이 사무총장은 “국가적 의제를 국회가 능동적으로 해결책을 낼 수 있도록 전산으로 연동해 정보화전략계획(ISP·Information Strategy Planning) 작업을 했다”며 “국회의 지능화를 통해 아마 몇 년 후 국회를 검색했을 때 지난 수십 년간 논의했던 회의록이나 근거 자료가 나오고 이것을 가지고 수준 높은 토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부터는 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입법고시 2차에 컴퓨터 활용 답안 작성 방식(CBT·Computer Based Test)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 12일엔 실시간 영상 중계 서비스인 ‘이실직GO 스튜디오’도 개소했다. 이 사무총장은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선 국민에게 평가받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이실직GO 스튜디오’를 만들었고 곧 실시간으로 정책 세미나 등이 중계되는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얘기했다. 이어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이 국민에게 노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그는 모든 국민이 좋은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교육 혁명’을 주창한다. 이 사무총장은 2021년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석학들의 강연을 전하는 EBS의 ‘위대한 수업, Great Minds’을 제안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외 석학들의 강의를 수돗물을 이용하듯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며 “근데 예산이 100억밖에 안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우리가 교육에 1조를 쓰면 한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요즘 아이들은 책보단 유튜브 영상을 본다”며 “시대에 맞는 교육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총장이 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어린 시절 자기 경험 때문이다. 자신을 ‘말썽쟁이’였다고 소개한 이 사무총장은 항상 방과 후 나머지 공부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부에 관심이 없어서 성적이 낙제 수준이었다”며 “초등학교 4학년 때 이경희 선생님을 만나고부터 매일 방과 후에 남아 문제를 풀었고 다음 날 반 친구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칠판에 또박또박 문제를 써 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학기가 지나자 신기하게도 성적이 수직 상승했다. 그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았다’”며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 그 소중함이 컸다”고 회상했다.

그는 교육 혁명과 함께 ‘공간 혁명’을 말한다. 공간 혁명은 교육·일자리·의료·문화·주거 등을 합친 복합화 도시를 뜻한다. 이 사무총장은 “현재 초등학교 건물이 오후 3시면 빈다. 고도 제한을 완화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부모님이 일할 수 있는 워크스테이션, 아파트 등이 있는 복합센터로 만들어야 한다”며 “야외 운동장도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졌다. 수영장·체육관 등 실내 체육 시설로 만들어서 공간을 자유롭게 쓰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돌봄과 교육, 주거 문제 등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 ‘하나 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신년사에서 ‘하나 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회에 와서 보니 입법조사처·예산정책처 등 다 분산돼 있더라고요. 생각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국회와 국책, 민간 연구기관들이 연금·교육개혁 등 국가적 의제를 정하고 논의하는 연구조정회의를 통해 세미나를 열고 있습니다.”

- ‘의회 외교’를 강조했습니다.

“여야 갈등과 같은 내치는 극복할 수 있지만 외치는 국가 생존 문제입니다. 특히 미·중 갈등은 앞으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텐데 우리는 이들에 대해 너무 모릅니다. 제대로 된 네트워크도 없습니다. 일본은 그나마 한일 연맹이 70여 년 동안 있었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구축됐지만 미국과 중국은 무의 상태입니다. 독일을 보면 비스마르크의 통일 과정에서 ‘다자 외교’가 자강의 바탕이 됐습니다. 우리도 단선이 아닌 다자 외교의 면모를 보여줘야 합니다. 특히 한미 동맹에선 AI 협력이, 일본하고는 미래 에너지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세계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우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 기술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기계에 굉장히 특화된 분입니다. 쌀에서 돌을 고르는 기계를 만든 분 중에 한 분입니다. 강원도 양평에 정미소가 새로 만들어지면 아버지가 설치하셨습니다. 저는 그 옆에서 조수처럼 일했습니다. 당시 꿈이 변리사였습니다. 특허도 하나 있습니다. 정치에 입문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는데 당시 국회의원 중에 최초로 전자수첩을 썼습니다. 그 당시 컴퓨터도 굉장히 비쌌는데 최초로 업무 정보 공유망도 썼죠. 고 노 전 대통령께선 항상 저보고 전자신문을 보라고 하셨습니다. 세상은 기술에 의해서 진화한다는 것이라고요. 정치가 세상을 바꾸는 힘보다 기업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더 빠르고, 기업의 원천은 기술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국력은 경제력에서 나오고 경제력은 기술력에서 나오고 기술력은 교육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저는 교육과 기술. 양자에서 대한민국은 승부가 나리라 생각합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방한한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을 단장으로 하는 방한 의원단이 4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오른쪽)·이광재 국회사무총장(오른쪽 두 번째)과 만찬을 즐기고 있다. ⓒ국회사무총장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방한한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을 단장으로 하는 방한 의원단이 4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오른쪽)·이광재 국회사무총장(오른쪽 두 번째)과 만찬을 즐기고 있다. ⓒ국회사무총장실

- 어려운 시절에는 어떤 생각을 했습니까.

“사람은 마음으로 삽니다. 타인은 절대 남을 죽이지 못합니다. 내가 나를 괴롭히면서 죽는 것입니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에 의존도 많이 했습니다. ‘왜 사람들이 상선약수’(上善若水·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라고 할까요. 우리 물은 평창강에서 흘러서 정선에서 만나고, 정선에서 흘러 영월에서 만나 남한강이 됩니다. 남한강은 충주댐으로 흘러 양수리에서 북한강이랑 만나 한강이 되고, 한강은 임진강과 만나 바다로 나갑니다. 이처럼 자기 안에 있는 에너지만 있으면 맑은 물을 생산할 수 있고 언젠가는 자기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성평등 철학도 궁금합니다.

“일본 논문을 보면 남성의 가사노동이 많은 집이 출산율이 높다고 합니다. 저는 ‘워킹맘’이라는 용어를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도 하면서 육아에 가사노동까지 다 해내야 훌륭한 엄마로 바라보는 시선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교육·공간·디지털 혁명이 일어나면 성 불평등이 해소될 것입니다.”

- 집에선 어떤 아버지입니까?

“0점 아빠입니다. 배우자가 정치부 기자였는데 둘째가 생기면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그 당시 저는 노무현 정부에서 일하고 있을 때라 아이가 한참 자랄 때 아빠가 없었던 것이죠. 이 점이 항상 미안합니다. 정치인의 슬픈 현실인데 어린이날이 되면 아빠는 남의 어린이날 행사에 가서 축사하고 있죠.(웃음) 지금은 아이들이 다 컸고 제가 정치하는 것에 대해 존중해 줍니다.”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송은지 사진작가·여성신문

-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습니까?

“‘나에게 어떤 역사적 사명이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어린 나이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했고 국회의원도 해봤고 강원도지사도 해봤죠. 10년 동안 낭인 생활도 하고 지금은 국회사무총장을 맡고 있습니다.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국가 설계’입니다. 국가의 미래 설계를 혼자의 힘으로 할 순 없습니다. 집단 지성을 통해 가능한 부분인데 여시재(與時齋)를 하면서 느낀 것은 ‘클라우드 솔루션 탱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가적 의제를 만들 때는 교수·공무원·기업·언론인·해외 경험 5가지의 요소가 한 조가 돼야 합니다. 정부를 구성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다섯 가지에 소통을 추가하는 것이죠.”

◉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은

1965년 강원도 평창군 출신으로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23세에 당시 초선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의 보좌진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2002년 노무현 정부 탄생에 기여했다. 이 사무총장은 38세에 참여정부의 첫 국정상황실장을 지냈고 제17·18 국회의원을 거쳐 제35대 강원도지사를 지냈다. 이후 싱크탱크 ‘여시재’의 원장으로 재임했다. 제21대 총선에선 강원 원주갑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제35대 국회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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