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3일 각료회의 후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오염수의 "해상 방류가 현실적"이라며 오염수를 희석하는 설비공사와 규제 대응을 거쳐 2년 뒤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13일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사진은 지난 2월 13일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인터넷 없이 살 수 있을까? 궁금한 것이 생기면 거의 자동적으로 먼저 인터넷 검색을 한다. 배울 의지만 있으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 조리법, 막힌 하수구 뚫는 법, 욕실의 거울 교체하는 법 등 5분에서 10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면 전문가처럼 할 수는 없지만 해결책은 찾을 수 있다. 그러면서 전문가가 된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점점 문제가 되는 것은 정보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 어떤 정보가 나에게 필 요한지 혹은 최적의 해법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간단한 하우투(How-To)의 선택도 복잡해지는데 정보의 진위를 밝히는 일은 더욱 어려워져 ‘가짜 뉴스’와 ‘팩트 체크’라는 두 용어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인터넷만큼 큰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생성형 AI도 이미 우리 생활에 침투하고 있다. 그런데 생성형 AI 훈련을 받으러 가면 꼭 듣는 말이 있다. 생성형 AI가 주는 답변을 그대로 믿지 말라는 것이다. AI의 편향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챗(Chat)GPT에 로그인하면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가끔 잘못되었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생성하고, 무례하거나 편향된 콘텐츠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조언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라는 경고로 시작된다. G사의 생성형 AI는 영어 문장을 교정해 달라고 요청하면 교정 후 교정한 목록을 주면서 원문에 있는 단어나 문구를 자기가 삽입했다고 우기기도 한다. 어떤 데이터로 훈련을 했기에 인간의 나쁜 버릇까지 답습하는지 정말 걱정이 된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가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오염수를 그대로 방류하는 것이 아니라 처리 공정을 거쳐 방류함으로 처리수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해도 언론은 여전히 오염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관련 분야 과학기술자들은 공정 단계를 검토하고 각 단계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측정한 데이터를 근거로 안정성을 판단한다. 우리 해역과 해산물에 미치는 영향도 전산 모사를 통해 예측하고 예측 결과를 실제 측정한 숫자와 비교하여, 처리수 방류에 의한 방사능의 증가는 무시할 만한 수준임을 발표하였다. “없음”이라고 보고해도 무방하나 “무시할 만한 수준”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과학정보의 정확도에 대한 강박일 수도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도 처리수 방류는 국제규격에 부합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 달 전 보도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80% 이상이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반대한다고 한다.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가 나오면 진정될까 했는데 이 보고서조차도 불신하는 사람들이 있다.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혼자 결론을 내기 어려우면 전문가에게 물어본다. 몸이 아프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도 결국은 병원에서 검사하고 의사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다. 과학기술 문제는 과학기술자들이 해법을 제시하게 하고 설명하게 한 후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 아닐까? 비전문가들의 편향되거나 왜곡된 의견이 주목받는 분위기에서 파생되는 소모적 논쟁은 국민의 피로도만 증가시킨다. 과학기술자들이 어떤 과학적 근거로 그들의 의견을 제시하는지 경청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사회적 불안과 낭비 요소가 많이 사라질 듯하다. 

오명숙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여성신문
오명숙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여성신문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