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시정명령 내려
“애니메이션 투자 수익 등 미분배
원작자에 불리한 계약 내용 확인
9월14일까지 시정해야”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장인 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장이 지난 3월2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장인 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장이 지난 3월2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만화 ‘검정고무신’ 캐릭터·콘텐츠 사업을 펼쳐온 ㈜형설앤이 원작자인 고(故) 이우영 작가 등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맺었고 수익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17일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검정고무신’ 계약 관련 특별조사 결과, ㈜형설앤에 불공정행위를 중지하고 미배분 수익을 고 이우영 작가와 동생 이우진 작가에게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한국만화가협회는 지난 3월28일 ‘검정고무신’ 계약이 불공정 계약으로 원작자의 권리를 침해했는지 조사해달라고 문체부 ‘예술인 신문고’에 신고했다. 문체부는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이 사안을 조사해 왔고,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 금지한 불공정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문체부는 ㈜형설앤이 배분 대상인 투자 수익을 신고인에게 주지 않았다며, 그간 미배분 투자 수익을 이우영·이우진 작가 측에 지급하고, 향후 추가로 진행되는 라이선싱 사업에 따른 적정 수입도 배분하라고 명령했다. 문체부는 “원작 이용료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에서 파생되는 투자 수익도 저작권자들 간 배분돼야 할 수익으로 보는 것이 사업권 설정계약서의 합리적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저작권 계약 내용도 원작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며 시정을 명령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양측이 2010년 체결한 ‘손해배상청구권 등 양도각서’는 원작자들의 검정고무신 관련 일체의 작품활동과 사업에 대한 모든 권리를 ㈜형설앤에 양도하고 위반 시 위약금을 규정하는 등 의무만을 지우고 있으나, ㈜형설앤은 원작자들에 아무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 문체부는 “정상적 거래 관행에 비춰 볼 때 현저하게 원작자에게 불이익한 거래조건을 설정한 행위”라고 봤다. 원작자들이 모호한 계약 내용 변경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형설앤은 전혀 응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문체부의 시정명령에 따라 ㈜형설앤은 이행 기간 내 계약당사자와 협의해 계약 유효기간을 정하는 등 계약서 내용을 변경해야 한다.

시정명령을 받은 ㈜형설앤은 9월14일까지 이행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문체부에 제출해야 하며, 미 이행시 문체부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3년 이내의 범위에서 재정지원을 중단·배제할 수 있다. 또 문체부는 ㈜형설앤에 ‘시정조치를 명령받은 사실의 공표에 관한 고시’에 의한 공표를 명할 수 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강력히 조치해 피해 입은 예술인을 두텁게 구제해 ‘검정고무신 사건’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저작권 법률지원센터’와 ‘찾아가는 법률서비스 지원단’의 운영을 포함해,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디딤돌을 단단히 구축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예술인 권리 침해 행위를 당한 예술인은 ‘예술인신문고(문체부 누리집 www.mcst.go.kr → 민원마당 → 예술인권리침해사건신고 또는 전화 02-3668-0200)’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신고 전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연계된 자문 변호사(28명)의 전문 상담과 안내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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