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앞 여성노동연대회의 기자회견
여당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 발언 논란
실업급여 담당자 “여자들 실업급여로 해외여행 가고 샤넬 선글라스 사” 공개 발언
박대출 의원 “실업급여, ‘시럽급여’돼”
시민사회 “직장내 성폭력으로 퇴사해도 못 받는 여성 많아”
“국민간 제로섬 게임이란 프레이밍 멈춰야... 실업급여 삭감 논의는 사회 안전망 없애겠다는 노동개악 시도”

14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당정의 실업급여 삭감 검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수진 기자
14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당정의 실업급여 삭감 검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수진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여성과 청년들의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문제 삼으며 하한액을 낮추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여성·노동계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여성노동연대회의(민주노총, 전국여성노조,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노총)는 14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안전망 흔드는 윤석열 정부, 노동 혐오 정책 중단하라”고 외쳤다.

지난 12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노동개혁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 자리에서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담당자는 “고용보험이 생긴 목적에 맞는, 그런 남자분들 같은 경우 정말 장기적으로 갑자기, 그런 분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오시는데 여자분들, 계약기간 만료, 젊은 청년들,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온다”며 “그다음에 실업급여를 받는 도중에 해외여행 가요. 그리고 자기 돈으로 내가 일했었을 때 살 수 없었던 샤넬 선글라스를 사든지, 옷을 사든지 이런 식으로 즐기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노동계와 여성계는 “해당 발언은 성차별적이며, 불안정 고용 속에 지친 저임금 노동자의 휴식에 대한 노골적인 멸시가 담겨있다”며 “청년과 여성이 실업급여를 신청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웃으며 노동청을 찾는 게 무엇이 문제냐”고 되물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실업급여'라고 적힌 우산을 빼앗긴 채 비를 맞고 서 있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실업급여'라고 적힌 우산을 빼앗긴 채 비를 맞고 서 있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신혜정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사장과 단둘이 일하는데 사장이 (성폭력) 가해를 저질러 퇴사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을 때, 피해를 문제 제기한 후 2차 가해와 불이익 조치가 이어질 때 노동자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퇴사를 결심한다”며 “국민의 힘과 정부는 이런 현실을 알고도 실업급여 삭감을 운운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김제이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회사의 부당한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두는 것이어도 자발적인 퇴사로 여겨지기 때문에 실업급여는 받지 못한다”며 “정부는 복지 부정수급자에 대한 의심과 낙인, 혐오를 조장하면서 복지 제도를 국민들 사이의 제로섬 게임으로 프레이밍 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김수경 여성국장은 “고용보험 재정이 불안하다면 이에 대한 합리적인 재정 계획을 세울 일이다”며 “전체 수급자 중 여성과 청년, 그것도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여성, 청년을 부정 수급자로 몰아세우며 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은 결국 전체 노동자의 고용 중단 이후의 안전망을 없애겠다는 노동개악의 시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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