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일본 생활클럽 생협 설립자 요코다 가쓰미

작년 의원 153명 배출 '여성 지방의회 보내기' 결실

@a6-2.jpg

일본에서 생활클럽 생협(이하 생협)의 역사는 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생협의 설립자 요코다 가쓰미(66·일본 생협 명예고문)씨는 안전한 공동구매와 공동분배라는 생협의 기본이념 실천에서 더 나아가 여성의 자발적인 참여와 조직화, 국가와 기업 부문에 대한 견제, 제3세계 지원과 평화운동까지 아우르며 생활 속에서의 풀뿌리 시민운동을 실현한 일본 생협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6일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에서는 요코다 가쓰미의 '어리석은 나라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시민' 한국어판 발행을 기념하여 출판기념회와 함께 '한·일 시민사회 서로 배우기'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일본 전후의 경제부흥 과정은, 남성이 기업에 고용되어 장시간 노동을 하는 한편 여성들은 가정에서 가사·육아의 무임금 노동(unpaid work)을 하는 강도 높은 성별역할 분업을 전제로 해왔습니다. 생활클럽 운동은 주부·여성·시민들이 시민사회를 만드는 운동과 사업을 실천해왔습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 생협의 '대리인 운동'은 여성을 지방의회에 보내는 운동으로, 사적공간에 매몰되어 정치와는 거리가 멀 것으로 보이는 보통 주부들을 조직화하여 대안정치의 주체로 끌어올렸다는 점과 여성들의 문제의식과 의사를 정치 과정에 투영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통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갖고 있다. “69년부터 생협의 활동이념을 지방의회에 반영하기 위하여 물·녹지·쓰레기 등 환경문제, 고령사회의 복지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제안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상당한 효과를 거둬 가나가와현에만 2003년 현재 43명의 의원을 배출하고 있고, 일본 8도 도부현을 통틀어 153명의 의원을 배출했다”라고 전했다.

생협에서는 많은 물건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는데, 일반 대중매체를 통해 광고공세를 쏟아내는 대기업의 상품과 경쟁력이 있는지 궁금했다.

“이윤을 창출하는 시장경쟁에서 생협이 이길 확률은 적지요. 생협의 제1 목적은 실질가치로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는 데 있습니다. 선전을 해도 먹히지 않기 때문에 일대일 접촉이 중요하죠. 운동차원에서 인적 네트워크로 확장함과 동시에 상품에 대한 선전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코다 가쓰미 씨는 미래 일본의 시민운동 비전에 대해 “현장과 이론이 격리되지 않은 유기적 지식인을 준비하지 않으면 일본의 시민운동을 보장하기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동희 객원기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