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TV 오리지널 ‘마당이 있는 집’
김태희·임지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배우 김태희, 임지연 주연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Genie TV
배우 김태희, 임지연 주연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Genie TV

마당에서 시체 냄새가 난다. 남편은 지인의 자살 사건에 휘말린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가정을 꾸린 여자는 불안에 떤다.

배우 김태희, 임지연 주연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은 매혹적인 스릴러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악몽 같은 현실에 맞닥뜨린 여자들의 이야기다. 멀끔해 보이는 집이 감춘 비밀과 거짓말을 드러내고, 가부장의 억압과 폭력에 맞서고, 기어코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마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푹푹 찌고 끈적이는 여름에 보기에 이만한 드라마가 없다. 

원작은 김진영 작가가 2018년 발표한 동명 소설이다. 한 여자는 행복한 가정을 뒤흔드는 근원을 제거하려 하고, 다른 여자는 불행한 가정에서 탈출하려 분투한다. 결말은 원작과 다르지만, 소설의 불온하고 음습한 분위기를 과장된 빛과 음악, 상징적이고 화려한 미장센으로 그대로 구현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여성 서사 작품으로 주목받은 정지현 감독의 신작이다.

배우 김태희, 임지연 주연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스틸. ⓒ넷플릭스 제공
배우 김태희, 임지연 주연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스틸. ⓒ넷플릭스 제공

김태희의 첫 스릴러 도전작이다. 잘나가는 병원장 남편 박재호(김성오 분), 아들과 함께 서울 근교의 거대한 단독주택에 사는 가정주부 ‘문주란’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로 스타가 된 임지연은 제약회사에 다니는 남편 김윤범(최재림 분)의 가정폭력 증거를 모으며 이혼을 준비하는 가구 판매원 ‘추상은’으로 분했다.

주란은 마당에서 나는 악취를 계기로 남편이 살인 사건에 연루된 건 아닐까 의심한다. 남편은 도리어 주란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윽박지르고 우울증 약까지 먹게 만든다. 주란의 남편을 협박하던 상은의 남편은 변사체로 발견된다. 그가 남긴 거액의 빚을 떠안은 상은은 제 방식대로 살길을 찾아 나선다.

예쁜 인형처럼, 자아를 남편에게 의탁한 채 살던 주란은 상은을 만나면서 달라진다. “평생 누군가의 보호만 받고 살아온, 아무것도 아닌” 존재 취급받던 여자가 자기 내면의 모순을 직시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김태희의 연기 변신이 인상적이다. 조용하지만 격렬한 분노를 표현하는 후반부에선 늘 그를 따라다니던 ‘연기력 논란’ 꼬리표가 떠오르지 않는다. 김태희는 지난 6월19일 제작발표회에서 그간 출연작 중 가장 대사가 없는 작품이었다며 “그림으로 따지면 정밀 묘사에 가까웠다. 미묘한 표정의 변화를 생각하면서 섬세한 작업의 재미를 느꼈다”고 밝혔다.

배우 김태희, 임지연 주연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스틸. ⓒGenie TV
배우 김태희, 임지연 주연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스틸. ⓒGenie TV

임지연의 연기도 불온하고 매혹적이다. 화장기 없는 낯, 삐딱한 시선으로 가정폭력 피해생존자가 느끼는 위태롭고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남편의 학대와 가족의 방임 속, 나와 내 아이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뿐이라는 결론에 이른 상은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난 한 사람을 죽인 게 아니라 두 사람을 살린 거라 믿으니까.” 폭력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고 혼자 중식당에 가서 짜장면, 탕수육, 군만두를 주문해 맛있게 먹는 장면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편 사망 정식’이라는 ‘밈’이 돼 널리 퍼졌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추상은(임지연)이 폭력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고 혼자 중식당에 가서 짜장면, 탕수육, 군만두를 주문해 맛있게 먹는 장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편 사망 정식’이라는 ‘밈’이 돼 널리 퍼졌다. ⓒGenie TV
‘마당이 있는 집’에서 추상은(임지연)이 폭력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고 혼자 중식당에 가서 짜장면, 탕수육, 군만두를 주문해 맛있게 먹는 장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편 사망 정식’이라는 ‘밈’이 돼 널리 퍼졌다. ⓒGenie TV

남자들에게 두들겨 맞는 여자들의 고통과 무력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부 장면은 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마당이 있는 집’이 여자들을 피해자로만 남겨두는 작품은 아니다. 폭력적인 관계를 벗어나 자신들의 욕망을 말하고, 삶을 모색하는 과정을 그린다. 최종화 주란의 대사들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제가 지키려던 것이 가족이 아닌,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제 불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던 제 삶을 반성합니다.”

“상은 씨가 그날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난 여전히 아무 냄새도 맡지 못하고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됐을 거예요. 난 이제야 내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것은 스릴러의 외피를 쓴 여성들의 자기 해방기다. 볼만한 여성 서사 드라마를 기다리던 시청자들에게도 반가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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