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회 ‘2022년 직장 내 괴롭힘 상담’ 결과
여성비하·성역할 강요 등 성차별적 괴롭힘 255건
가해자 69.1%는 상사... 사장·법인대표도 15.2%
신고하면 사직압박·업무배제 등 2차 불이익 당해
“5인 미만도 근기법 적용해야... 고용부 관리 책임”

직장 내 괴롭힘이 점점 증가하는 가운데 여성이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ixabay
한국여성노동자회 2022 평등의전화 상담 결과, 여성들은 직장 내 괴롭힘 중에서도 ‘성차별적 괴롭힘’에 더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ixabay

“회식 중 상사가 술에 취한 채 나를 가리키며 ‘남자 같이 생겼다, 호랑이 같다, 표정이 왜 그러냐, 여자는 믿고 일 못 시킨다, 결혼 안 하면 외롭지 않냐’ 등등 외모 비하, 성차별적 발언, 폭언을 계속했다.”

여성들은 직장 내 괴롭힘 중에서도 ‘성차별적 괴롭힘’에 특히 더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직장에 이같은 피해를 신고해도 조사조차 하지 않거나 되려 2차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12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4년을 맞아 평등의전화를 통해 들어온 2022년 직장 내 괴롭힘 상담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1~12월까지 상담건수는 총 3714건(남성상담·재상담 제외)이었으며 이 중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은 370건(9.9%)이었다. 

전체 상담유형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이후 증가추세에 있다. 2017년 3.3%(93건), 2018년 3.6%(108건), 2019년 5.5%(196건), 2020년 7.7%(271건), 2021년 10.3%(350건)

여성비하·성역할 강요 등 성차별적 괴롭힘… 가해자 69.1%는 상사

직장 내 괴롭힘에는 여성비하 발언·행동, 고정관념적 성역할 강요 등에 근거한 성차별적 괴롭힘이 포함된다. 여성의 업무역량을 의심하며 여성노동자에게만 업무 내용을 보고하길 요구하거나 여성들에 대한 반복적인 비하가 대표적인 사례다.

2022년 평등의전화 직장 내 괴롭힘 내담자의 68.8%가 ‘폭언·폭행을 제외한 괴롭힘’을 경험(255건)했으며, ‘폭언·폭행 괴롭힘’ 경험자가 24.9%(92건)로 나타났다.

폭언·폭행을 제외한 괴롭힘 상담사례의 경우 연차수당, 휴가사용, 정시퇴근, 부당행위, 업무배제 등 회사에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말하거나 업무 중 발생한 고충을 호소했다는 이유로 상사 혹은 대표가 괴롭히는 경우였다.

폭언·폭행 상담의 경우 사장이나 상사로부터 폭언, 욕설 등의 언어적 괴롭힘을 당하거나, 폭행 또는 위협적인 행동을 당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는 상사가 69.1%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사장과 법인대표가 15.7%를 차지했다. 이는 괴롭힘으로 그치지 않고 사직 압박, 부서 이동, 업무 배제 등 부당행위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퇴사를 결심하거나 이미 퇴사를 한 사례도 있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해야… 고용노동부, 관리·감독 책임 있어”

직장 내 괴롭힘은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에 해당돼, 보상도 받을 수 있다. 2022년 평등의전화 직장 내 괴롭힘 상담 중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상담은 12.3%(무응답 제외)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상시 5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더라도 조사할 의무가 없고 가해자, 피해자 간 접촉이 빈번해 괴롭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여성노동자회는 “규모에 관계없이 근로기준법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돼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징계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외부 자문을 구하는 방법 등으로 피해구제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며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확실한 관리와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사건 발생 시 확고한 조사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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