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가 이철수가 건네는 '작은 선물'

제 판화가 당신 앞에 나타나 이야기를 걸거든 친절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시기를.

가능하면 조금 오래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기를.

손은 잡고, 가벼운 동행이 되어 주시면 오래 고마운

일로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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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의 그림과 글에는 늘 '촌철살인'의 예리함이 배어있다. 그에게 있어 판화작업은 농사일과 더불어 삶의 일부다.

80년대 오윤의 영향을 받은 민중미술 판화가로 잘 알려진 목판화가 이철수가 그의 근작(2000∼2002)을 묶은 판화집 '이철수의 작은 선물'(도서출판 호미/2만5000원)을 냈다.

2000년 학고재 초대전을 계기로 '이렇게 좋은 날'을 낸 지 4년 만이다. 이처럼 제대로 형식을 갖춘 본격적인 작품집을 낸 데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욕심에서다. 충북 제천 외곽에서 논농사 밭농사 지으며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적은 수확물도 이웃에게 선뜻 내놓는 인심 좋은 농부이자 판화가다.

변두리 외곽 포장마차에 자기 그림이 걸려 있는 걸 기뻐하고 집수리 후 좋아진 자기 집에 다른 사람이 위화감을 느낄까 걱정한다. 작품보다는 그림 봐주는 사람을 생각하고 자기 삶보다는 타인의 삶을 배려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이철수의 본격적인 작품집이다. 도시에서 살고 있는 우리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그로부터 '느릿느릿 걸을 수 있는' 삶의 여유와 용기를 얻는다. 단순하고 간결한 그림과 몇 글자로 압축된 메시지는 깊은 울림과 긴 여운을 준다. 넓은 여백에 그림 하나, 한 문장의 글만 보아도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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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의 근작들은 전보다 더 차분해졌다. 민중미술에서 보여줬던 굵고 거친 선은 단순하고 부드러워졌다. 메시지는 짧아졌으나 단호해졌다. 하지만 말의 톤은 더 낮고 순하며 깊어졌다. 일상의 이야기가 선(禪)적인 시정을 담아내고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선기를 내비친다. 그래서 그의 작품집에는 여백 곳곳이 사색의 공간이다. 그림 밖 넓은 여백은 감상자가 일상으로부터 한숨 돌릴 수 있는 쉼의 공간이며 공허하지 않은 깨침과 성찰을 얻을 기회를 준다.

이철수는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드높은 정신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자 존재와 삶의 경이를 확인하는 과정이라 믿는다'고 했다. 농부이자 예술가로서 단단한 땅에 근본을 둔 그의 삶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말이 이렇게 딱 맞는 경우가 없다. 일단 보는 것이 남는 것이다. 책값 2만5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

한정림 기자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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