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영희 한국YWCA 회장·후지타니 사토코 일본YWCA 회장
후쿠시마에도 지역민 거주... 전체 경계 대상으로 삼지 않아야
일본 내 원전 위험성 알리는 활동 이어가... 피해자 중장기 지원도
원전 확대 기조 대단히 우려... 시민들에 의식 공유·확산이 큰 과제
한·일간 평화·젠더문제 계속 논의할 것... 여성 리더십 육성에 방점

후지타니 사토코 일본YWCA 회장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YWCA 제공
후지타니 사토코 일본YWCA 회장(오른쪽)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YWCA 제공

지난 7~10일 서울과 철원에서  ‘제11차 한·일YWCA협의회’가 열렸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교류가 중단된지 4년 만이다. 원영희 한국YWCA 회장과 후지타니 사토코 일본YWCA 회장이 서울 중구 한국YWCA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대응과 동아시아의 평화 관련 질의에 답했다. 

- 이번 협의회에서 양국이 작성한 결의문의 취지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후지타니 회장) 방사성 오염수 문제 중심으로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양국 간 우려하는 점에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는 걸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후쿠시마 지역 전체를 통틀어서 경계 대상으로 삼는다거나 지역 전체가 문제라는 인식은 경계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 오염수 방류 문제는 도쿄 전력과 후쿠시마 제1 원전, 원자력 발전소가 타깃이어야 한다. 자칫 그 주민이나 사람의 문제로 단정될 수 있는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썼다.”

“(원 회장) 우리 입장에서는 쉽게 ‘후쿠시마’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 생각하지 못했는데, 후쿠시마가 핵발전의 온상이 되는 듯 사용했던 부분은 (이태원 참사에서 ‘이태원’을 쓰지 않는 것처럼) 앞으로 지역민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할 방침이다. 또한, 비교적 일본에서는 핵발전소에 대한 위험이나 피해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 사고가 났었는데도 핵의 피해에 대해서 정보와 지식에 한계가 있었다는 게 아쉽기도 하다.”

- 정보가 부족하다는 게 의아하다. 일본 현지에서 반대 목소리가 적은 이유는.

“(후지타니 회장) 일본에서 오염수 문제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결과를 보면 찬반 수가 거의 반반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는 것이 많다. 일본 국민들도 핵이나 원전, 핵발전, 방사능 오염이 나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일종의 프로파간다로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수’라는 용어로 바꿔 사용하고 있어, 언론 보도에서 일반 시민들이 접할 수 있는 소식의 대부분은 그런 내용이다. 그것보다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 문제다. 텔레비전 매체를 봐도 경제 문제, 고령화 문제가 지배적인 것 같다. 다른 여러 현안도 있겠지만 (방사능 오염수 문제는) 우선순위가 낮아진 상태가 아닌가 싶다.”

일본YWCA에서 배포한 소식지. 원전 관련 정보를 담고 있다. ⓒ이수진 기자
일본YWCA에서 배포한 소식지. 원전 관련 정보를 담고 있다. ⓒ이수진 기자

- 핵 문제를 알리려는 일본YWCA의 노력은.

“(후지타니 회장) ‘히로시마를 생각하는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40년 동안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 기본적으로 핵을 부정하는 사상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YWCA 소식지에서 원전 문제를 다루고, 피폭의 문제를 알리기도 한다. 도쿄(지역)YWCA 소식지는 ‘원전이 무서운 이유’라고 해서 내부피폭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일본YWCA는 중장기적인 피해자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com730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고 때 태어난 사람이 7300일을 보내면 20살이 되는데, 그때까지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는 방사능 오염이 심한 지역을 잠시나마 벗어나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리프레시 프로그램’, 가족 단위를 위한 ‘세컨드 하우스’ 프로젝트, 피난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피폭 지역에 거점을 두고 교육지원 등을 하는 ‘카로(집) 후쿠시마’ 등이 있다.”

- 일본 기시다 후미오 정권은 원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도 탈원전 방침을 폐기하는 등 원전이 새롭게 지어질 수 있는 상황인데.

“(후지타니 회장)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 일본YWCA에서는 반대 입장의 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 24개 지역YWCA가 있고, 원전 입지 지역에 존재하는 곳도 여럿 있다. 원전이 있는 지역은 재가동 반대 활동을 각기 전개하고 있다. 또, 온라인으로 ‘원전을 왜 가동하면 안 되는 건가’ 연속 강좌를 진행하는 등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단체와도 연대하고 있다. 그 안에서 회원들의 인식을 향상시키는 것만 아니라 일반 시민분들과도 어떻게 더 인식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확산할 건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 논의를 어떻게 확산시킬 수 있을지가 큰 과제다.”

한국YWCA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YWCA 제공
한국YWCA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YWCA 제공

- 한·일 시민사회단체가 연합해서 오염수 방류 반대 운동을 할 계획이 있는지.

“(후지타니 회장) 이번 협의회는 일본과 한국이 오염수 문제에 대해 정보격차가 크다는 것이 인식된 자리였던 것 같다. 한국을 통해 접하는 것, 일본의 현실을 한국에 전하는 것 등 올바른 상황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지역에 공유하고, 회원들에게도 확산할 것이다. 이번에 논의된 걸 가지고 (일본에) 돌아가 구체적인 활동을 모색할 것 같다. 각자의 자리에서 공동 캠페인을 하고 연대하는 방식이 될 것 같다.”

“(원 회장) 양국을 오고 갈 수도 있다. 가능한 젊은이들을 보내려고 한다. 그래야 지속성이 있다. 피해는 우리 다음 세대가 당한다. 젊은이들이 현장에서 일본의 젊은 운동가들과 한마음이 돼서 운동이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여성의 역할은.

“(후지타니 회장) 한국과 일본은 성평등 지수가 굉장히 낮은 국가다. 양국의 여성이 놓인 상황이 안 좋다는 얘기가 (회의에서) 나오기도 했는데, 한·일의 여성 청년들이 꾸준히 평화문제, 젠더문제에 관해 대화를 해나가고 모임을 갖기로 계획이 구체적으로 서 있는 것들도 있다. 여성 리더십을 육성해나가는 데 방점을 찍고 활동해나갈 것이다. 꾸준히 같은 동아시아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모색하는 장을 만들어 나가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 결국 동아시아 평화로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원 회장) 거의 같은 생각이지만, 평화는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갈등했던 관계, 오해했던 관계가 만남을 통해 풀어지고 해결책이 나오기 때문이다. YWCA는 국제기구기 때문에 자주 만나서 평화 이슈를 의논하고, 구체적인 과제를 실천하는 노력을 하면 자연스럽게, 시간이 걸려도 (평화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