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성범죄 : 안전한 민주당으로 가는 길’ 토론회
넥스트민주당,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에
‘피해호소인’ 표현 삭제 등 담은 제안서 전달

더불어민주당 내 청년모임인 ‘넥스트민주당’이 5일 더불어민주당 내 권력형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제안서를 김은경 당 혁신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넥스트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내 청년모임인 ‘넥스트민주당’이 5일 더불어민주당 내 권력형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제안서를 김은경 당 혁신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넥스트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내 청년모임인 ‘넥스트민주당’이 5일 더불어민주당 내 권력형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제안서를 김은경 당 혁신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과 넥스트민주당이 공동주최하고 여성신문이 후원한 ‘권력형 성범죄 : 안전한 민주당으로 가는 길’ 토론회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넥스트민주당은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담아 혁신안을 민주당 혁신위에 전달했다.

혁신안에는 △윤리규범 14조의 ‘피해호소인’ 표현 삭제 △젠더폭력신고센터의 기능과 위상 격상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 일상회복 지원 제도 마련 △성평등 의전 가이드라인 제정 및 보급 △사각지대 없는 성평등 교육 의무화 등 5가지 대안이 담겼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토론회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SNS)을 통해 “토론회를 준비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 당이 진정으로 권력형 성범죄를 끊어내고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도울 수 있을지 고심했다”며 “민주당이 권력형 성범죄와 결별할 수 있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고 소리 내겠다”고 밝혔다.

국회에 울려 퍼진 안희정·박완주 사건 피해자 목소리
“정치권은 ‘권력형 성폭력’에 가장 취약한 곳”

이날 토론회에선 권력형 성폭력 피해 당사자인 안희정·박완주 사건의 피해자 목소리가 나왔다. 두 피해자의 편지는 박 전 위원장이 대독했다.

최근 보좌관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완주 무소속 의원 사건 피해자는 국회 내 성폭력 등 각종 인권침해 문제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조직인 ‘국회인권센터’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1년 설립된 국회인권센터는 인권침해·차별, 성희롱·성폭력,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상담과 조사 및 교육과 정책개발 업무를 수행한다.

“어제(4일) 박 의원이 강제추행치상, 직권남용, 명예훼손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고 운을 뗀 A씨는 유명무실한 국회인권센터의 문제점에 대해 짚었다. A씨는 “유명무실한 국회인권센터의 문제점에 대해 조직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국회인권센터는 신고 센터일 뿐 인사책임자가 국회의원이라는 특수한 의원실 구조로 인해 피·가해자의 분리 조치를 즉시 할 수 없다”며 “국회인권센터와 국회는 향후 어느 정당과 의원실에서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입법 기관인 국회에서 할 일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 피해자 김지은씨는 “국회 그리고 정치권은 권력형 성폭력에 가장 취약한 곳”이라며 “정치인의 권력은 절대적이고 고용된 직원들의 생사여탈권 또한 정치인이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피해자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며 “이 모든 것들은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2차 가해에 앞장섰던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경고,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허위 사실들을 각 포털과 언론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영구히 삭제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저는 가해자 안희정과 충남도청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며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지만 제가 제대로 종결지어야 제 뒤에 있을 많은 피해자분께 작은 희망을 나눠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당내 권력형 성폭력을 비호하는 민주당을 비판하고 이를 방지할 대안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율배반적 행동을 거침없이 하는 민주당을 자당 소속 의원으로서 말하자면 양심이 없다”며 질타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갈수록 오염됐다는 말을 감히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안희정·박원순·오거돈 등 권력형 성범죄뿐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돈봉투·코인 사건 등이 있을 때 애매모호하고 회피·변명·비호한 민주당의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30 여성 지지 받으려면 당내 성폭력 사건부터 처리해야”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권력형 성범죄 : 안전한 민주당으로 가는 길’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넥스트민주당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권력형 성범죄 : 안전한 민주당으로 가는 길’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넥스트민주당

박완주 의원 성폭력 사건을 직접 처리했던 박 전 위원장은 “국회와 정당이라는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에서는 성폭력이 발생하고 또 2차 가해가 되기 쉬운 구조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당이 앞장서서 2차 가해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내년 총선에서 당이 2030 여성의 지지를 받고 싶다면 권력형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제안서를 검토해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번 2030 여성의 지지를 어떻게 받아야 할지 우리 당은 지금 고민하고 있다”며 “이를 고민만 하지 말고 당내 성폭력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부터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권력형 성폭력에 대해 우리 당이 어떻게 시스템과 개선 방안을 만들가고 있는지 공표하고 알려야 한다”며 “임시방편의 말뿐인 대안이 아니라 지속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과 넥스트민주당이 공동주최하고 여성신문이 후원한 ‘권력형 성범죄 : 안전한 민주당으로 가는 길’ 토론회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넥스트민주당
이상민 민주당 의원과 넥스트민주당이 공동주최하고 여성신문이 후원한 ‘권력형 성범죄 : 안전한 민주당으로 가는 길’ 토론회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넥스트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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