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손며느리, 딸 하나만 낳았습니다』
김혜원 지음, 탐프레스 펴냄

『장손며느리, 딸 하나만 낳았습니다』(김혜원 지음, 탐프레스 펴냄) ⓒ탐프레스
『장손며느리, 딸 하나만 낳았습니다』(김혜원 지음, 탐프레스 펴냄) ⓒ탐프레스

‘시집살이’는 결혼한 여성들의 오랜 ‘적’처럼 여겨진다. 『장손며느리, 딸 하나만 낳았습니다』는 유교문화의 ‘끝판왕’이라 불릴 만한 전통있는 ‘양반집’의 장손며느리로 30년을 ‘생존’한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다.

저자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 그리고 남편될 사람은 유서 깊은 양반집의 장손이었다. 생전 제사라는 걸 지내본 적 없는 자신이 이런 집안과 결혼을 해도 되는 걸까, 많은 고민과 주변의 만류가 있었지만 돌파해 나가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의지만으로는 쉽지 않았다.

내향적인 성격의 저자와 외향적인 성격의 남편은 지독히도 정반대였다. 저자는 ‘밖으로 나도는’ 남편에 지쳐 어느 날 시어머니에게 “저 이 사람이랑 더 못 살겠어요”하고 말해버린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뭐? 그럼 지금 내보고 이 나이에 며느리도 없이 계속 제사를 지내라고?”였다. 동등한 인간이 아니라 제사 지낼 일손쯤으로 여기는 말은 비수가 돼 가슴에 박혔다.

불안을 동반한 공황증에 빠졌던 저자는 하나뿐인 첫딸을 통해 회복되기 시작한다. 비록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경력이 단절된 시기가 있었지만, 커가는 자녀를 보며 삶의 보람을 느낀다는 게 무엇인지 총명하고 기특한 딸을 통해 깨닫게 됐다. 무엇보다 남아선호가 뚜렷한 집안에서 ‘딸 하나만 낳는다’는 것이 가지는 투쟁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저자는 부당한 관습에 맞서며 자아를 회복해나갔다.

저자는 시어머니도 한 때는 자신과 같은 처지였음을 이해하면서도, “지난 시절엔 옳았다고 용인되던 것들이 지금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날린다. 결혼 생활을 포기해버리고 싶은 수많은 순간에도 “제도 안에서 실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이름도 없이 가라앉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을 여성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 김혜원 작가는 여성신문에 “당연하다는 듯 내려온 유교가풍의 관습에 대해 30년 만에 내미는 도전장 같은 책이다. 경력 단절 10년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다. 여성들에게 위로와 위안, 공감 같은 걸 던져주고 싶었다. 어깨동무하듯이, 옆에 누군가 있다는 느낌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