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화폐 개혁을 한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정부가 얘기를 거둬들여 다소 잠잠해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미심쩍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돈은 시장경제를 돌게 하는 피와 같은 것인데, 그 화폐를 개혁한다고 하니 걱정을 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논의의 발단은 돈을 찍어내는 한국은행에서 고액권을 발행하자는 구상을 하면서부터 생겼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지폐 중에 1만원 권이 제일 높은 단위인데 10만원 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100달러 지폐나 일본의 1만엔 권 등 우리 돈 가치로 환산하면 10만원이 넘는 돈이 외국에는 있는데, 우리는 1만원 짜리를 써야 하니 불편하기도 하고 또 자기앞수표 발행을 위해 1년에 수백억 원의 비용이 든다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10만원 권이 발행되면 그렇지 않아도 사과상자다 뭐다 해서 뇌물과 비리가 많은데 이를 더욱 조장하게 되고 물가상승도 우려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물가상승 등 경제불안 우려

이에 따라 그 다음에 나온 아이디어가 화폐단위를 바꾸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돈으로 1000원을 신화(新貨) 1원으로 환산하여 거래나 회계 장부의 기초 단위를 아예 변경하자는 방안이다. 예전에는 '만약에 100만원이 생긴다면'이라는 노래가 있을 정도로 100만원이면 꿈꾸던 일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큰 돈인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경제 규모도 달라지고 돈 가치도 떨어졌다. 따라서 화폐단위를 바꾸는 조치 즉 '리디노미네이션'을 하자는 주장이 나오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60년대 초 돈 단위를 10환에서 1원으로 바꾼 적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단위를 변경하는 것보다는 음성자금이나 지하자금을 끌어내어 산업자금으로 쓰자는 데 그 목적이 있었으며, 따라서 새 돈으로 전부 바꿔 주지를 않고 일부는 강제로 은행에 예금으로 남겨두도록 조치하였다. 국가의 공신력으로 보장되던 현금의 교환성이 제한받게 된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를 리디노미네이션이 아니라 '화폐개혁'이라고 부른다. 이와 같은 개혁조치는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기대하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므로 사전 예고 없이 시행될 수밖에 없는데, 화폐개혁 외에도 우리나라에서는 70년대의 사채동결이나 80년대 금융실명제 도입과 같은 금융 조치를 전격적으로 실시했던 경험이 있다.

“재산 축날라” 겁먹은 부자들

최근 한국은행과 정부 그리고 정치권에서 검토한 방안은 이와 같은 개혁조치가 아니라 말 그대로 화폐단위를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을 하자는 것이었지만, 거의 모든 국민은 과거의 경험을 연상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충격적 조치가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돈 가진 사람들이 크게 불안해하고, 재빨리(?) 땅을 사는 등 정부조치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생겼다.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경제에 화폐문제로 인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자 정부는 추석 직전에 화폐단위 변경에 관한 검토조차도 더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래도 못 미더운 사람들을 위해 한 가지 사실을 더 첨부하면, 화폐단위 변경을 위해서는 2∼3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새 지폐도 찍어야 하고 은행들의 컴퓨터 시스템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60년대에는 아무도 모르게 영국에서 새 돈을 만들어 수송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21세기 정보화시대에 그와 같은 작업을 비밀리에 추진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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