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비혼출산지원법’ 토론회
체외수정 지원 조건에 ‘난임 부부’ 요건 삭제
인권위, 지침 개정 불수용한 산부인과학회 “유감”
성소수자 가족에도 지원 문 열릴 수 있어... “환영”
전문가, 출생주의·혈연주의 강화 등 부작용 우려도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혼출산지원법’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 패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혼출산지원법’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 패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이 20~30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비혼출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최근 ‘비혼출산지원법’이 포함된 가족구성권 3법이 발의되면서 비혼출산을 비롯한 다양한 가족을 사회적 제도의 틀 안으로 포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강민정, 류호정, 심상정, 윤미향, 이은주, 장혜영 의원 공동 주최로 ‘비혼출산지원법’ 토론회가 열렸다. 비혼출산지원법은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족구성권 3법(생활동반자법·혼인평등법·비혼출산지원법) 중 하나로, 임신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혼인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보조생식술 등 출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혼 여성들은 공공 정자은행을 이용할 수 없고, 정자를 기증받는다고 해도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 지침으로 시술 대상이 법률혼, 사실혼 부부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시술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장혜영 의원은 “이미 미국이나 영국 같은 국가의 여성들은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보조생식술 시술을 받을 수 있다. 또,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2021년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40대 여성의 26.2%가 비혼출산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며 “이제는 우리도 비혼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된다. 오늘 토론회가 이런 비혼 여성의 가족 구성권을 보장하는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보조생식술의 윤리지침 개정을 요구했지만 ‘동성부부의 출산까지 허용하게 될 수 있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불수용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염형국 인권위 차별시정국장은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법률로 위임받은 바 없는 사안에 대해 자의적인 기준을 둔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복지부가 학회에 대한 행정지도, 관련 지침 개정을 통해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나아가 비혼출산지원법을 통해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국가적 차원의 지원 조치를 마련하는 것을 다음 단계로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혼 여성의 출산을 지원하는 일은 성소수자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 보장과도 연결돼있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류민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동성부부와 트랜스젠더의 혼인권이 많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지원한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성소수자의) 재생산권이 보장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며 “혼인평등법, 생활동반자법과 같이 제정되면서 이 관계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혼출산지원법’ 토론회가 열렸다. 류민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혼출산지원법’ 토론회가 열렸다. 류민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한편, 여성·보건 전문가들은 비혼출산 제도화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자칫 저출생 문제 해법으로 비춰지거나 혈연주의 강화 및 ‘여성의 역할은 출산’이라는 인식이 굳어질 수 있다는 등의 우려를 내비쳤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도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비혼출산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비혼출산을 저출생 문제해결 수단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인권을 증진하는 차원에서의 대안으로의 인권, 인권 안에서의 ‘낳을 권리’ 측면을 바라보며 논의를 해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새롬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교수는 “임신 보조생식술을 무조건 선으로 여기는 환상과 이를 주도하고 있는 혈연주의라는 버릇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며 “체외수정은 굉장히 침습적이고 여성들에게 어려운 과정이다. 난임치료를 받는 여성 노동자 10명 중 4명은 직장을 그만둔다는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국가정책은 여성들에게 노동보다는 임신을 기대하는 출생주의 기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기술에 대한 환상을 벗어나는 것이 우리가 더 다양한 가족을 마련하는 데에도 포함될 필요가 있다. 보조생식술에 대한 주장이 ‘나의 난자, 나의 정자, 나의 유전물질’을 고수하는 혈연주의에 기초하고 있지 않은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혜영 의원은 “저희가 목표하는 바는 사회의 담론과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 자체를 함께 바꿔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출생이 다가 아니고 함께 어떻게 양육해나가고 성장해 나갈 것인가 이런 과정에서 사회적 차별을 또 어떻게 근절해 나갈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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