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식(71) 전 여성가족부 차관
공직 은퇴 후 그림에 빠져
미술대전 수상...인사동서 개인전도
10여 년째 국제구호NGO 이끌어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힘 보탤 계획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김교식(71)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은퇴 후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웠다. 늦깎이 화가지만 남다른 열정과 창의력으로 호평받고 있다. 10여 년 만에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부문 1위에 올랐다. 최근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해외봉사에도 힘쓰며 민간외교 역량을 쌓아 왔다. NGO 단체 (사)글로벌투게더의 이사장을 10여 년째 맡아 케냐·탄자니아·에티오피아 등지에서 보건의료·청소년 교육 지원 활동을 펼쳐 왔다. 그간의 경험과 역량을 발휘해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1010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미메시스’ 연작을 설명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1010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미메시스’ 연작을 설명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김 전 차관의 그림 세계는 다채롭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화가다. 최근 서울 종로구 인사1010갤러리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에선 서울 밤하늘을 배경으로 춤추는 발레리나를 그린 색색의 판화들이 눈에 띄었다.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이 즐겨 쓰던 실크스크린 기법이다. 바스키아를 연상케 하는 자유분방한 그래피티도 선보였다. 여행하며 본 풍경과 인물을 주로 화폭에 옮기다가, 요샌 3040 젊은 작가들과 어울리면서 새로운 화풍을 구사한다.

32년간 공직자로 살았다. 기획재정부, 여가부 등에서 일한 후 59세에 화업의 길에 들어섰다. 배움에의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다. “전시회에서 좋은 그림을 보면 작가 연락처를 수소문해 먼저 배움을 청했어요. 그렇게 전국을 다니며 6~7분께 그림을 배웠죠. 아마추어가 그림 실력을 빠르게 키운 비결입니다. 전시회에 오신 선생님들이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감동적이다, 이렇게까지 잘 그릴 줄 몰랐다’며 칭찬해 주신 분들 덕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희 딸도 자기 친구들을 전시에 데려와서 자랑하더라고요. 하하하.”

김교식, 모란시장, 162.2×130.3cm, 캔버스에 유화, 2022 ⓒ이세아 기자
김교식, 모란시장, 162.2×130.3cm, 캔버스에 유화, 2022 ⓒ이세아 기자

‘모란시장’으로 2022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구상부문 공동 1위인 우수상을 차지했다. 전국 최대 만물시장인 성남모란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을 그렸다. 세심한 관찰력,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요즘은 분당의 공동 작업실과 자택을 오가며 그림을 그린다. 종로 사무실에도 그림 도구와 이젤 등을 두고 틈틈이 캔버스 앞에 앉는다. “전시를 열고 사람들이 찾아와 주니 화려해 보이지만 작업의 과정은 참 고독해요.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시도를 합니다. 제가 생각한 것을 표현할 때 즐겁고 보람을 느낍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시 축사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더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마음이 그림에도 잘 나타난다”고 썼다. 김용주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운영·디자인 기획도 “대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밀도 높은 표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호평했다.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은지 사진작가

김 전 차관은 공익봉사활동에도 힘써 왔다. 그가 10여 년째 이끄는 (사)글로벌투게더는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보건의료·청소년 교육 지원활동을 하는 외교부 인가 국제구호개발 NGO단체다. 연세대 보건대학원과 함께 개발도상국 보건의료계통 공무원들을 한국에 초청해 교육하고, 탄자니아에선 어린이 축구리그 캠페인을 열고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이주배경청소년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는 여가부 인가 기관 (사)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의 이사장으로도 활동했다. 탈북·다문화 청소년들의 자립을 도우며 성장을 지켜보는 보람이 컸다.

이러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2023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오는 10월 케냐에서 열릴 한-아프리카 협력 논의 컨퍼런스에서 20개국의 정부 관계자 등과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오는 30일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과도 면담하는 등 한국와 아프리카를 오가며 ‘민간외교’를 펼칠 예정이다.

“88 서울올림픽이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을 완전히 바꿨듯이 부산엑스포는 경제적·문화적 위상을 한층 드높일 겁니다. 제겐 영광스러운 기회지요. 최선을 다할 겁니다. 가능성이 있겠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한민국은 모두가 불가능하다던 일들을 이뤄낸 경험이 많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여가부 폐지’는 거센 반발에 부딪혀 불투명해졌지만, 논의를 지켜본 여가부 출신 공직자들의 속내는 복잡했다. 김 전 차관은 “정부조직은 그 시대의 국민이 원하는 바를 실현하기 위해 변형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국민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충족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결론에 대해 제가 코멘트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여가부는 여권 신장을 위해 아주 중요한 일들을 많이 했다. 여성들의 경제·사회활동 참여에 여가부가 많이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비판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음악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성악 동호회 출신으로 노래 실력이 수준급이라는 김 전 차관의 애창곡은 세계적인 테너들이 사랑하는 루치오 달라의 ‘카루소’(Caruso), 우리 가곡 ‘향수’다. “사실 이번 개인전 오프닝 파티 때 노래 한 곡 부르고 싶었는데 못 한 게 아쉽다”는 그는 “사람들과 예술을 누리는 기쁨,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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