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취임 1주년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국민에게 기회 사다리 만들어 줄 것”
“벤처‧스타트업 성별 상관없이 도전해 볼 것”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강석훈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7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주요 기업에 자금을 융통해 주고, 산업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산업은행 수장에 임명된 강 회장은 취임 4개월 만에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현 한화오션) 매각을 매듭지으며 발 빠른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산업은행이 국내 산업 개발과 발전, 금융시장 안정, 국민경제에 기여해야 하는 중책을 짊어지고 있는 만큼, 강 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그는 산업은행 수장으로서 “국민에게 기회 사다리를 많이 만들어 주고, 좋은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강 회장의 소회를 들었다.

취임 직후 대우조선해양 매각 매듭

강 회장은 취임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우조선해양과의 인연을 들었다. “1987년 유학길에 오르기 전 대우그룹의 대우경제연구소를 다녔습니다. 당시 옥포조선소를 수습사원 자격으로 방문했는데 36년 후 대주주 자격으로 지난 3월 방문하니 소회가 새로웠습니다.”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달 23일 경남 거제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교체했다. 1973년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로 출발한 대우조선해양은 1978년 대우그룹에 인수된 이후 45년 만에 대우에서 한화로 간판이 교체됐다. “2016년 청와대 경제수석을 할 때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23년 동안 산업은행 품에 있던 대우조선해양이 이번 매각으로 경쟁력 있는 주인을 만나게 됐습니다.”

강 회장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조선 사업 경기와 사업 방향성을 이유로 들었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에 인수된 데에 대해 조선 사업 경기가 좋아지고 한화그룹이 사업 방향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성공의 공은 직원들에게 돌렸다. “저희 직원들이 쌓아온 여러 가지 노하우와 이번에는 매각을 성공시켜야 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가을 결론 날 것”

강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미국과 EU·일본 경쟁 당국의 결정을 남겨둔 것과 관련해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가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어 저도 답답한 상황입니다. 합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다.

경쟁 이슈는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에서 담당하고 있다. 강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하기도 했다. “유럽의 경쟁 당국도 벨기에 브뤼셀에 있습니다. 유럽 경쟁 당국도 방문하고 하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가을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등이 지체된 부분에 대해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대한민국 기업의 동향이 굉장히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병하려고 했습니다. 이 두 기업의 경우 세계적인 기업이라 경쟁 당국에서 우려가 클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큰 문제가 아님에도 시간이 지체되는 걸 보면서 대한민국 기업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달라졌다고 실감했습니다.”

“한국경제 근본적 구조 개혁해야”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성혜련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산업은행의 본점 부산 이전과 관련해 하루도 편한 마음으로 출근한 적이 없다고 무거운 마음을 밝혔다. “일 10%, 직원 90% 비중으로 하루도 밤잠을 편히 잔 적이 없었습니다. 평생 해왔던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두렵지 않지만, 직원들이 싫어하는 일을 해야 하고, 설득하려고 해도 잘 안되는 게 힘듭니다. 더 열심히 해야겠죠.”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으나,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6%에서 1.5%로 0.1%포인트 낮췄다. 4회 연속 하향 조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4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낮췄다. 거시경제전문가인 강 회장은 올해 1%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이례적”이라며 우려했다. “국제 경제 기관들이 전 세계 경제를 전망할 때 더 좋아지리라고 예상합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2.2~2.3%로 올라가는 상황인데 한국경제는 더 나빠진다고 예상돼 걱정스럽고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그는 1%대 성장률은 한국이 1960년대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후 어떤 위기 상황이 아니고서는 1%대 성장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경제성장률 하락의 원인으로는 수출 부진을 꼽았다. “중국 수출이 많이 줄었고, 반도체 가격이 많이 하락하면서 경기가 안 좋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경제가 경제 성장 동력과 다이내믹을 잃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저성장 기조가 정착되면 한국 경제 성장이 거의 멈춰질 위기에 있는 것이 우리 경제의 현재 모습입니다.”

그는 한국 경제가 근본적인 위기 상황임을 강조하고, 정부 당국, 국민 모두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구조를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노동시장 개혁부터 이뤄져야”

강 회장은 한국경제 혁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노동시장에서 법이 지켜져야 합니다. 준법이 이뤄지는 노동시장 개혁이 우선돼야 합니다.” 그는 노동시장 개혁에 있어 연공서열형이 아닌 성과에 근거한 배분이 상식적으로 작동하는 노동시장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상식적으로 게으름을 피운 사람과 성과를 낸 사람은 그에 맞는 보상이 이뤄지는 게 중요합니다.”

두 번째로는 교육개혁을 들었다. “인구 100만명 시대의 교육과 1년에 25만명이 태어나는 시대의 교육이 완전히 달라져야 해요. 챗(Chat) GPT가 모든 걸 다 알려주는 시대에 암기나 주입식 교육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우리가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가 왔습니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 경쟁력이 많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초중고 1인당 공교육비보다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더 적습니다. 미국은 교수사회나 대학교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일어나는 최고의 기지인데 한국에서는 대학이 어떤 산업이나 기술을 이끌어 간다고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그는 대학 등록금 동결과 물가 인상을 한 요인으로 꼽았다. “대학에서 교육 경쟁력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데 등록금이 동결되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실질적인 예산은 20~30% 삭감됐다고 볼 수 있어요.”

강 회장은 교육 개혁의 방향을 현재의 가치관에 맞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했다.

“현재의 교육관이나 가치관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2030~2040년에는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이들을 어떤 방향으로 교육하기보다 어디에 가고 싶어 하고 무엇에 흥미 있어 하는지를 중요하게 봐야 해요. 1960~70년대에는 그룹 BTS(방탄소년단)나 가수 임영웅씨가 이렇게 인기를 끌지 아무도 몰랐어요. 지금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100만뷰, 200만뷰를 달성하고, 전 국민이 자기 방송국을 갖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강 회장은 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지금 청년들을 만나보면 본인들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 친구들이 별로 없다”며 “문제는 모두가 인지하고 있지만 해결책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금융개혁과 관련해서는 금융권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한 벤처 스타트업 투자를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전통적인 은행들이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대한민국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투자, 기업의 투자로 돈이 몰려갈 수 있도록 개혁이 이뤄져야 합니다.”

산업은행 신입 행원 50.2%는 여성

산업은행 내부 여성 관리자나 임원 등 여성 인재와 관련해서는 “과거와 달리 신입 행원 절반이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여성 임원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 회장은 강조했다. 지난해 산업은행의 여성 채용 비율은 50.2%에 달한다.

현재 산업은행 서울 본점에 본부장급 10명 중 여성은 2명(지역 본부장 제외)이고, 1급 직원 총 74명 가운데 7명이 여성이다.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팀장은 493명으로 이 가운데 여성은 25%(124명)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강화하고 있다. 강 회장은 여성 인재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성 인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한국 경제 성장률과 사회 지속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더 많은 여성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실제로 제도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 모범사례를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녹색기후위기에 대해 젠더 관점을 반영한 금융지원을 나서기 위해 전문가를 배치했다.

“산업은행은 국내 최초 녹색기후기금(GCF) 인증 금융기관입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개발도상국 등에 투자할 때 성평등 전문가를 모시고, 네팔에서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GCF는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기금을 운용하는 국제기구다. 직접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수행하는 대신 GCF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인증기구를 통해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GCF 이행기구로 인증받은 기관은 산업은행을 포함해 114개다.

산업은행은 GCF 인증기구로서 네팔 수력발전소에서 현지 취약계층을 조사할 때 성평등 관점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네팔에서는 여성들이 통장을 가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어요. 펀딩을 진행할 때 네팔 여성의 통장 여부를 확인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는 여성 경제권을 지키는 일을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네팔 수력발전 사업 진행 당시 여성은 취약 주민 중에서도 열악한 삶을 영위하기 때문에 현지 취약계층 조사 시 여성 주민 별도 인터뷰, 사업 리스크(이주 보상)에 대한 여성의 인식 제고‧참여 확대 방안, 건설‧운영 시 여성 고용을 권고하는 젠더 액션 플랜(Gender Action Plan)을 별도로 마련했다. 네팔 수력발전사업(UT-1)은 한국기업(남동발전, 두산중공업 등) 컨소시엄이 네팔 중북부 트리슐리(Trishuli) 강 상류 지역에 216MW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사업이다.

그는 경제학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돈을 벌 기회를 주면 덜 싸우겠구나. 정치를 하게 된 것도 기회균등을 이루고 싶었다”고 했다.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산업은행 회장으로서 역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 회장은 과거와 달리 대한민국 미래가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벤처‧스타트업 분야에서는 성별 구분 없이 누구나 공정하게 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도전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성혜련 사진작가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여성신문·성혜련 사진작가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1964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서라벌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지내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이후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책특별보좌관을 맡았다. 지난해 6월 7일 KDB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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