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성혼 법제화 캠페인 ‘모두의 결혼’
동성혼 '찬성' 40% 넘어… 4050도 증가
버스·전광판 등 광고 통해 인식 개선

20일 기자회견에서 최초 공개된 ‘모두의 결혼’ 캠페인 영상. 레즈비언 부부 곽이경, 김하나 씨의 일상을 보여준다. ⓒ이수진 기자
20일 기자회견에서 최초 공개된 ‘모두의 결혼’ 캠페인 영상. 레즈비언 부부 곽이경, 김하나 씨가 부모님과 함께 다과를 나누고 있는 일상을 보여준다. ⓒ이수진 기자

10년, 20년을 함께 부부로 살았지만 아직까지도 ‘부부’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레즈비언 커플 곽이경, 김하나씨와 게이 커플 천정남, 유승정씨다. 법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저 ‘동성끼리는 결혼할 수 없다’는 편견과 관행이 이들을 막고 있을 뿐이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모두의 결혼, 사랑이 이길 때까지’ 캠페인 런칭 기자회견이 열렸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혼인평등연대는 한국의 동성혼 법제화, 혼인평등의 실현을 위해 이같은 캠페인을 런칭한다고 밝혔다.

이호림 혼인평등연대 집행위원은 “성소수자에 대한 조직화된 혐오 선동을 넘어서고, 성소수자의 권리실현을 위한 제도적 변화에 돌파구를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 이런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전면적, 대중적 캠페인을 통해 한국에서 동성혼이 실현되는 날을 앞당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의 갤럽리포트 데일리 오피니언 제544호(2023년 5월 4주)의 동성결혼 법제화 관련 인식 조사 결과. ⓒ한국갤럽
한국갤럽의 갤럽리포트 데일리 오피니언 제544호의 동성결혼 법제화 관련 인식 조사 결과. ⓒ한국갤럽

이들이 동성혼 제정에 박차를 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2월 21일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판결이 나왔다. ‘동성부부의 사실혼’과 ‘이성부부의 사실혼’을 차별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취지였다.

동성혼을 지지하는 사람도 늘었다. 지난 5월 한국갤럽 조사 결과, 동성혼 법제화 ‘찬성’ 의견은 40%를 넘겼다. 2년 전에 비해서 2%p 상승한 결과다. 이 집행위원은 “그렇게 큰 숫자일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다른 세대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4~50대에서도 (찬성 비율이) 2년 전에 비해 약 10%p씩 상승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판결 이후라, 대중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에 힘입어 최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가족구성권 3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동성 간 결혼이 가능하다는 것을 민법에 명시한 것으로는 최초의 시도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혼인평등연대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동성혼 법제화, 혼인평등의 실현을 위한 ‘모두의 결혼, 사랑이 이길 때까지’ 캠페인 런칭을 알렸다. ⓒ이수진 기자

단체는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대중 캠페인과 더불어, 입법과 사법을 아우르는 전면적인 혼인평등운동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국회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입법 운동과 총선 대응과 함께, 내년에는 전국 단위의 ‘동성혼 소송’을 제기해 혼인신고불수리처분을 다툴 예정이다.

대중 캠페인 영상은 7월 1일 퀴어문화축제를 전후해 유튜브뿐만 아니라 버스 광고, 서울 시내 도심 전광판 광고 등을 통해 송출된다.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 당사자인 김용민 씨는 “지난 2019년 결혼식을 올렸다. 준비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웨딩홀, 금은방, 양복점 직원분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중개해준 부동산 대표님을 비롯한 모두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며 “동성부부들이 자신의 이웃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동성부부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아직 동성부부가 낯선 분들은 (캠페인) 영상을 꼭 보고 저희와 같은 감동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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